▲ 손영민

경남 거제도 봄 여행에서는 두 가지를 놓칠 수 없다. 바로 장목 대금산의 진달래와 외포항 봄 멸치 별미기행이다. 거제도의 북악이라 일컫는 대금산(440m)은 왕기가 서린 곳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이 났다. 산자락이 넓고 산세가 완만할 뿐 아니라 멀리서 보면 잘생긴 여인이 아기를 품에 안은 듯해서 어머니의 품속처럼 푸근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정상주변과 비탈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돼 있어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순이면 온통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이 연출된다.

거제사람들은 바닷가에 면해 살면서도 더 싱싱한 횟감을 찾아 주말이면 외포항을 찾는다. 그런 수요를 반영하듯 외포항 일대에는 배가 닿는 방파제를 따라 횟집이 즐비하다. 봄철 외포항을 찾는다면 멸치회 맛보기가 필수다. 그리고 이때 쯤 이면 외포의 이색풍물인 멸치털이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대금산 자락,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대계마을의 낮은 토담과 시멘트 불록담장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을 걸었다. 오롯이 견디어온 세월만큼이나 나이 먹은 검푸른 이끼가 뒤덮여 있고, 줄줄이 매달린 빨랫줄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임을 말해줄 뿐이다. 더러 빈집과 빈터가 눈에 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통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나둘 떠난 자리는 부지런한 촌로의 텃밭이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오롯이 견디어온 세월이 허무해지는 순간이다. 길은 사람들의 발자욱을 먹고산다. 사람의 흔적이 뜸해 질수록 담장아래 이끼는 더 짙어진다. 허허로운 소읍(小邑)뒷골목 풍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생가 덕에 들떠 있을 법도한데 분위기는 예외로 조용하다. 흑진주몽돌 밭이 있는 대계해수욕장은 아무 곳에서나 주저앉아 파도소리와 바다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햇살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멀리 내려오면서 쌓인 여독이 저절로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더 확실하게 여독을 풀기 위해선 대계해수욕장의 명물 ‘거산리조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고성 토박이인 김민성(52)씨가 투자한 이곳은 수심이 깊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리조트 건물이 해변에 지어졌으니 여행객들이 탐낼만하다.

거산리조트가 위치한 이곳은 예부터 문어가 많이 출몰하여 ‘문어 밭’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대계해수욕장 해변으로 이곳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부모님 산소로 이르는 해안도로는 오가는 차량도 그다지 많지 않아 해돋이를 감상하며 거제의 고즈넉함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야외수영장과 펜션이 같이 있는 ‘거산리조트’는 서구적이면서도 독특한 원목테라스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편백나무로 꾸며진 욕조가 인상적이다. 뒤로는 대금산이 병풍처럼 쳐져 있고 앞으로는 환상적인 해변이 펼쳐진다. 4층 건물의 객실은 모두 복층으로 되어 있어 회사나 계모임 등에서 오는 단체손님이 이용하기 알맞은 큰 방부터 가족이나 커플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방까지 다양하다.

각 방마다 취사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외포 항이 가까이 있어 먹거리 해결에 불편함이 없다. 바비큐시설이 돼 있는 야외에는 지붕을 만들어 놓아 비나 눈이 오더라도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거제에서 토목 일을 하며 고성 옥천사 신도회장으로 분주하게 살아가던 김민성씨는 전원생활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고 아내인 정소영(44)씨와 함께 1년에 걸쳐 ‘거산리조트’를 지었다. 거제와 부산을 오가는 거가대교와 가까운데다 대계해수욕장 주변에 갈 곳이 많아 지리적으로도 최적의 위치다.

수익 면에서 본다면 처음에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전원에서 생활하면서 아내건강을 돌보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한다. 이는 펜션 운영자가 갖춰야 할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거산리조트는 콘도식세련미와 어촌의 자연스러움이 가미되어 편안함을 안겨준다. 묵어갈 목적이 아니라도 한번쯤 들러 대계해수욕장에서의 여유로움을 맛볼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