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일본~거제를 관통하는 해저터널 얘기가 나온지 수 년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발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그 어느때 보다 크다.

거제가 향후 유라시아로 통하는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높은 복 받은 곳으로 부상돼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거의가 알고있는 조선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거제시와 시민들은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절경과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경남 거제~전남 고흥 까지 연결하는 길이 483km에 달하는 명품 해안관광도로가 10년 안에 만들어 진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쪽빛너울길(Blue Coast Road)이란 순 우리말로 표현한 도로의 명칭 그 자체만으로도 듣기에 아름답다. 물론 아직은 가칭이다.

그렇지만 27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밝힌 만큼 남해안 광역 관광도로 건설 계획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벌써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직은 계획에 불과하지만 정부의 발표를 놓고 볼 때 마음은 벌써 시원스럽게 뚫힌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디 푸른 한려수도 청정해역과 물보라 피어나는 해안도로는 다도해의 저녁놀과 함께 우리를 환상속으로 안내 할 것이다.

더불어 이번 정부 발표가 조선경기 불황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거제, 통영 등 남해안지역 주민들의 가슴도 멋진 해안도로 처럼 '뻥'하고 시원스레 뚫히길 기대한다.

남해안 해안도로 건설 계획이 우리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비단 조선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만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조선산업 몰락으로 '말뫼의 눈물'이란 전설을 남긴 스웨덴 말뫼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조선가 문을 닫자 말뫼시 '코쿰스 조선소'에 있던 골리앗 크레인을 단 1달러에 대한민국 현대중공업에 매각한 눈물어린 일화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와 너무나 흡사한 말뫼시는 스웨덴 남부에 있는 항구도시로 이곳에 자리잡고 있던 ‘코쿰스 조선소’에는 높이 140m의 7,000톤 규모의 초대형 갠트리 크레인이 설치 돼 있었다.

1973년~74년에 설치된 이 크레인은 레일 길이만도 710m에 달했으며, 해체 될 때 까지 75척의 거대한 선박들을 건조하는데 사용됐다. 이 가운데 40척은 유조선, 나머지는 특수목적 선박이었으며 마지막 2척은 크루즈 선박으로 기록 돼 있다.

지난 2000년도에 개통된 스웨덴 말뫼시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7.8km의 '외래순대교' 교각을 들어 올렸을 때 마지막으로 이 크레인이 사용됐다. 부산~거제간 거가대교가 8.2km로 건설 돼 있는 것과, 대형조선소가 있었던 것을 비교하면 거제시와 너무나 유사하다.

그러나 그렇게 잘나가던 코쿰스 조선소는 조선산업 몰락으로 인해 이 조선소를 대표했던 크레인을 울산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한 것이다.

인구 50만명이던 이 도시는 조선산업 몰락으로 급격히 쇠퇴되기 시작했다. 이후 말뫼시는 경기침체로 인해 큰 곤욕을 치뤘다. 조선소도 정부가 지자체, 회사가 노력해도 세계 조선경기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울수 없었다.

정부가 10여 년간 수 조 원을 투입하는 등 지원대책을 펼쳤으나 경쟁력을 상실하고 1986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소가 있었던 자리에는 지금 친환경 에너지자립 건물인 ‘터닝 토로소’가 말뫼시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아있다.

한국의 조선산업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해 끝내 도산한 스웨덴 조선산업의 상징 말뫼시는 현재 청정에너지지와 바이오, 정보기술 등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완전히 탈바꿈 했다.

1990~95년 조선소에서 해고 당한 실업자 수는 모두 2만8천여 명에 달했다.

이같이 위험에 빠진 시를 구한 사람은 레팔루 라는 시장이었다. 지도자 한명의 결단이 말뫼시를 오늘의 세계 최고 경쟁력 있는 명품 도시로 만든것이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남해안 해안관광도로 역시 먼 훗날을 내다보는 지식있는 행정가들의 선경지명(先見之明)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에 78.7%, 제주도에 18.3%의 관광객들이 집중 되고 있다. 향후 남해안 해안관광도로 개설로 거제를 포함한 통영과 순천, 여수, 고흥 등 한려수도와 다도해를 잇는 남해안 지자체의 지역경제도 덩달아 호전되길 기대해 본다.

관광수입으로 인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바탕으로 스위스나 노르웨이 같은 관광강국의 면모를 갖춰 갈수만 있다면 불경기 없는 활기찬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좋아진다해도 무조건 정부의 대책만 믿고 팔짱만 끼고 있어서도 안된다. 시는 우리지역에 맞는 관광 인프라를 연구 개발하는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거제~고흥간 해안도로 개설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거제지역 전역을 대상으로한 해안 명품관광도로 개설이 우선 돼야 함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천문학적 예산문제 등이 과제로 남아 있어 아직은 의문이 많지만  그래도 거제가 중심이 되는 남해안의 명품 관광해안도로가 개설돼 시원스럽게 달리는 생각을 해보는 자체만으로도 희망이 보인다. 

이번 정부의 발표가 선거 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지킬수 없는 선심 공약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