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제2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 안보 구호 "황당하다" 곳곳서 항의
거제지역 에서도 플래카드 나붙어...학교측 "우리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해명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가 북한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

누가 봐도 황당해 보이는 이 글귀는 국가보훈처가 각 지청을 통해 전국 일선 초.중.고에 홍보 플래카드를 제작해 게재하라며 협조 공문을 통해 내려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비군사적 대비'라는 용어를 놓고 플래카드를 내 건 학교 측도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교육청은 물론 일부 안보 관련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의아해 했다.

시민들은 더더욱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같은 글귀가 씌어져 나부끼는 플래카드를 보고 황당해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교단에서 수 십 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교육자들도 이 내용을 보고 너무 황당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와 빨리 진상을 알려 달라고 요청 하기도 했다.

한 교육자는 "황당하고도 이상한 플래카드 내용에 대한 내용을 학교측을 통해 취재 한 후 바로 잡아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교육상 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걱정했다.

문제는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비(非)군사적 대비'라는 용어다.

언뜻 보기에는 무장을 해제 하라는 말처럼 들리거나, 군대를 없애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어 무척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 조차 이해하기 힘든 이같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는 27일에도 거제시 고현동 모 초등학교 정문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학교를 출입하는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들 까지 이 글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학교 관계자는 "내용이 좀 이해하기 힘들어 의아했지만, 국가보훈처 공문으로 협조공문이 와서 플래카드를 게제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1회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만든 구호는 '국민의 하나 된 힘만이 북한 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였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행사를 준비하면서 주요 시책 강조 차원에서 해당 표현을 넣어 새롭게 구호를 만든 것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는 전쟁이 나기 전에 미연에 다른 방법으로 나라를 지키자는 좋은 의미로 만든 말인데 낯설고 황당하다는 반응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이어서 시민들을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이번 표어가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문의가 꽤 있었다"며 "다음부터는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쉽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뜻있는 시민들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훈처의 표어에 '비군사적 대비'와 같은 의미가 불분명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거제시 고현동에 사는 교육자 출신 A 씨는 "수 십 년을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친 나도 무슨 뜻인지 몰라 황당했는데 어린학생들이나 시민들이 어떻게 이 뜻을 알겠느냐. 학생들이 무슨 뜻이냐고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하다"며 "보훈처도 문제가 있지만 학교측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