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가 북한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라고 표기된 용어는 그 표기에 있어 분명 큰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황당해 보이는 이 글귀는 플래카드를 내 건 학교측에서 조차도 잘 모르는 내용이었다니 기가 찰 뿐이다.

이같은 황당한 내용의 안보 구호는 국가보훈처가 각 지청을 통해 전국 일선 초.중.고에 홍보 플래카드를 제작해 게재하라며 협조 공문을 통해 내려 보낸 것이어서 더 황당하다.

학교 정문에 버젓이 걸려있는 '비군사적 대비'라는 구호는 오히려 안보관을 흐려 놓기에 충분했다는 의아심 마저 들게 했다.

'비군사적 대비'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또 왜 이런 구호를 사용했는지에 앞서 학생들이나 일반 국민들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을 할지에 관심을 가져야 했었다.

이러니 플래카드를 본 시민들은 더더욱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는 교단에서 수 십 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지역 명망 교육자들도 이 내용을 보고 너무 황당해 빨리 플래카드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한다.

거제에서 명망 있는 한 교육자는 비군사적 대비라는 구호 자체가 자칫 군대를 없애고 무장 해제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생들에게 교육상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 교육자는 이같이 황당하고 이해 하기 조차 힘든 안보 구호를 내려 보낸 보훈청과, 보훈청의 협조 요청에 내용도 제대로 모른채 플래카드를 내 건 학교측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누구에게나 너무 낯설어 보이는 ‘비(非)군사적 대비’라는 이상한 구호는 도대체 어떻게 전국 일선 학교에 까지 내려 보내진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심지어 처음 이 구호를 접할 당시에는 8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 국민이면 귀가 따갑도록 들어본 ‘간첩’의 소행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탄핵 정국 등 국가의 혼란한 틈을 타 국민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걸어 놓은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마저 들게 한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였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비군사적 대비'란 국가보훈처가 무기를 들고 싸우는 국방부 소관의 '군사적 대비'와 구분 짓기위해 사용한 용어로 밝혀졌다.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만, 이는 보훈처만 알고 국민들은 모르는 내용이라 큰 문제 소지가 있다.

안보교육 확대, UN 참전 국가와의 보훈외교 강화, 친한(親韓) 세력 공고화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올 해 보훈처 연두 업무보고에서 처음 사용한 안보 구호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 알 고 있는 내용에 불과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제1회 서해수호의 날’을 기념해 '국민의 하나 된 힘만이 북한 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라는 안보 구호를 내놓았다. 이 글이 무엇을 함축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학생들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계도나 홍보를 위한 안보 구호나 표어는 이와같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보훈처가 행사를 준비하면서 주요 시책 강조 차원에서 해당 표현을 넣어 새롭게 구호를 만들었다는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는 무엇인가 큰 오점을 남긴게 분명하다.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보훈처는 "전쟁이 나기 전에 미연에 다른 방법으로 나라를 지키자는 좋은 의미로 만든 말" 이었다고 변명하고 나섰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국민들의 황당하다는 반응에 보훈처는 "낯설고 황당하다는 반응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민들을 더 황당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보훈처는 오히려 국민들의 반응에 귀 기울릴 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보훈처의 표어에 '비군사적 대비'와 같은 의미가 불분명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는 교육자들의 진심어린 충고에도 보훈처는 잘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주요 관계 기관인 보훈처는 대국민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홍보에 앞서 더 깊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해 할 수 없는 '비 군사적 대비'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국민들을 혼미하게 하는 이번과 같은 안보 구호는 결코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