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돌린 시계바늘 3분...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날아가

▲ 문경춘 편집국장

자신은 대선 출마자로서의 자격 유지를 위해 9일 자정께 정상적으로 사임하고, 선관위에는 다음날 통보를 하는 바람에 법적으로 도지사 보궐선거 자체를 치루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홍 후보 자신이 사전에 공언한 대로 선거 30일전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맞추면서 정작 중요한 지사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행한 행동으로 보인다.

대선 30일 전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되면 보궐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도록 규정 돼 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에 보궐선거가 실시되려면 선관위에 접수된 날짜가 30일 이전 이라야 하는데 계획적으로 하루가 모자란 29일을 남기고 사직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경남도는 2017년 6월 지방선거 까지 약 1년 2개월 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 될 수 밖에 없다.

경남도는 지금 주력 산업인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는 등 340만 도민들의 살림살이가 사상 유례없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1년 2개월이란 기간 동안 도지사 없이 권한대행 체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은 뭔가 석연찮아 보인다. 경남도의 분위기가 뒤숭숭해 권한대행 체제 보다는 도지사의 존재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홍 대선 후보는 도지사 출신에다, 한 때 집권당이나 다름없는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자여서 이같은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 스스로가 경남도지사를 지낸 막중한 책임을 저버렸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1년 2개월이란 기간 동안 34만 명이나 되는 도민을 책임 질 수장 없는 권한대행 체제는 아무래도 대항력도, 경쟁력도 약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정권과 지방자치권이 관련법을 교묘히 활용한 특정인 한명에 의해 묵살 당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활성화는 물론, 주민참여제도 등 국민의 참정권 보장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전국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홍준표 대선 후보를 향해 '국민의 도지사 선출권과 지방자치권을 훔친 도둑'에 비유 했을까 싶다.

홍 대선 후보는 한 때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떨쳤던 법률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 법의 맹점을 이용해 꼼수를 썼다니 국민들의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도민들 대다수가 원하는 지사 보궐선거를 왜 못하도록 꼼수를 두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장 자신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왜 이런 악수를 두었는지 더더욱 의문이 간다.

설마 한 때 자신을 왕따 시키다시피 했던 자유한국당의 전신이나 같은 친박 세력의 새누리당 대선판을 망쳐 앙갚음이나 할 심산은 아닐텐데...

경남도민들을 물론 온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든 홍준표 전 지사의 3분여를 남기고 제출한 심야 사퇴서는 두고두고 그의 정치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주의의 기틀아래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합법적 의무를 가진 대통령 후보의 자격 치고는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진주의료원 문제 해결과 경남도의 채무 제로화, 학생들의 급식비 지원중단 등을 통해 갖은 비판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도지사 자리는 굳건히 지켜왔던 홍준표 대선 후보였다.

모든 일에 월등한 자신감으로 때로는 "너무 뻣뻣하게 보인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항상 쓴웃음을 지었던 홍준표 대선 후보가 이번에도 과연 웃을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