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 조선가족, 정치권 똘똘 뭉쳐 대우조선 살렸다

▲ 문경춘 편집국장

17일 회사의 운명을 가를 사채권자집회가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에 힘입어 채무재조정안을 가결 시켰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채무재조정안이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서 회생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법정관리 대신 자율 구조조정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자율적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당장 이달 말 부터 2조 9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안 수용으로 관련업계인 철강업계 등 협력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아직 이른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회사는 물론 지역경제 회생에도 큰 희망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이번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안 가결에는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작용했다. 시민들과 지역 상공인, 조선소 전 직원 및 조선가족, 국회의원, 시장, 도의회의원, 시의회의원 등 거제시민 전체가 똘똘뭉쳐 힘을 보탰다. 정부와 관계부처, 국민연금, 사채권자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대우조선해양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설득에 나섰다.

그 동안 어렵고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대우조선 전 임직원들은 이제부터 더 허리끈을 바짝 졸라매야 한다. 회생을 위해 시민들과 주변에서 있는 힘을 다해 도와준 분들과 단체에 보답하는 길은 오직 회사를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 놓는 길 밖에 없다.

사채권자 집회가 있었던 17일 하루 동안 대우조선 가족들과 거제시민 모두는 숨죽이며 결과를 지켜 보았다. 거제가 생긴 이후 이날 처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된 경우도 드물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이번에 보여준 시민들과 조선가족, 정치권의 한목소리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거제를 분명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분열된 여론은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

탄핵정국에 이은 대선정국의 대한민국은 지금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진영논리에 입각한 정치권으로부터의 분열된 국민 여론 때문이다.

그러나 거제는 분명 달랐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보여준 정치권의 한목소리는 오랜만에 지역 여론을 한 곳으로 집중 시키는데 크게 기여 했다. 지난 13일의 경우 지역구 출신인 김한표 국회의원이 도의원과 시의원, 범시민대책위원회, 대우조선협력사 대표단, 시민 등 100여명과 함께 대우조선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한마디로 조선가족과 시민, 지역 상공인,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의원 등 거제시와 전 거제시민들이 총력을 기울려 살려낸 것이 다름없다.

만약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돌입했다면 어찌 됐을지 섬뜩하다. 기업개선 작업과 기업회생 절차를 결합한 P플랜이 결정 됐을 경우 대우조선은 납품된 대금지급 중단은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는 기자재업체와 철강업체에도 큰 시련이 닥쳐 올 뻔 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와 임.직원들의 고통은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과 사내협력사협의회 관계자 60여 명이 회사채 주요 보유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사실이 있다.

대우조선 문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전 임직원들의 일부 임금 반납과 함께 인원 감축, 자산매각, 무급휴가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온 거제시민들과 주변에서 도와준 고마움을 회사 정상화로 되갚아 주길 기대한다.

아직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힘들겠지만 임직원들이 합심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린다면 언젠가는 웃는 날이 꼭 올것이라 믿는다. 그날이 거제시민들에게 선물을 안기는 뜻깊은 날로 기억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