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법상 매매는 가능하나 임대는 불가토록 돼 있지만 적발건수 거의 전무(全無)
남해안 각종 양식장 30~40% 임대 추정, 굴 양식(1ha 200m기준) 한줄당 1,200만원(?)
어업발전 저해 요소로 등장... 당국 면허갱신 기준 엄격 적용 필요 호소
거제 등 남해안 청정해역에 집중 돼 있는 굴. 홍합, 멍게 등 각종 양식장이 육지의 부동산과 같이 투기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육지의 금싸라기 부동산 보다 오히려 투자 가치가 높다는 인식에서다.

최근에는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퇴직 공직자들 까지 양식장을 고가에 매입해 노후대책으로 활용하는 등 투기 붐 까지 일고 있다.

이같은 양식장 임대 행위는 수산업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 돼 있어 단속 대상이어야 하나 정작 행정당국이 적발한 건수는 전무한 상태다. 일선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은 임대가 불법인줄 알지만 서로 짜고 하기 때문에 적발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관련법 벌칙 조항이 사실상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거제지역의 경우 현재 굴, 홍합, 멍게, 해상가두리, 마을 정치성어업 등 모두 551건(2015년 말 거제통게연보 기준) 2,424.08ha에 양식어업권(Cultured Fishery Licenses)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개인 소유 양식어업권은 150건 418.05ha, 어촌계 161건(796.25ha) 등으로 나타나 있다.

면허 건수와 면적은 통영 등 남해안지역 일선 지자체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다.

이 어업권 자체는 글자 그대로 면허(免許)로 국가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 어떤 기술 자격을 인정해 허가해 주는 것이어서 실제 매매나 임대를 할 경우 상당한 문제 발생 소지가 높다. 양식시설에 대한 면허의 경우 양식업을 통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해 면허를 발급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개인택시 면허의 경우 매매가 가능하지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운전 면허의 경우 매매할 수 없을뿐 아니라 남에게 빌려줘서도 안된다.

이 가운데 바다를 이용한 양식장의 경우 면허가 분명하지만 관련 수산업법상 매매는 가능하나 임대는 절대 불가 하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거제, 통영 등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남해안의 경우 불법 임대 행위가 만연해 실제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업인이나 귀어(歸漁) 희망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 자료사진

실제로 거제와 통영지역 굴양식장의 경우 1ha(200m 10줄)에 1억~1억5천만원 정도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200m 한줄당 임대료는 년간 120만원이다. 1ha의 경우 1년에 1,2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양식장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육지의 부동산 투자에 비해 더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면허권자인 어장주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양식면허 임대 행위는 엄연히 불법 이지만 잘 적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수입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 수산업법 제33조(임대의 금지)에는 "어업권은 임대차의 목적으로 사용 할 수 없다"라고 뚜렷이 명시 돼 있다. 단지 어촌계의 계원, 지구별수협의 조합원 또는 어촌계의 계원이나 지구별수협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영어조합법인이 제38조(어장관리 규약)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어촌계 또는 지구별수협이 소유하는 어업권을 행사하는 것은 임대차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존재한다.

수산업법 제33조(임대의 금지) 규정을 위반한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강력히 규정 돼 있다.

수산업법에 '임대의 금지'가 뚜렷히 명시 돼 있고, 또 현재 임대 행위가 만연해 있지만 실제 일선 지자체의 경우 불법 행위를 적발한 건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은 문제다.

수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양식장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 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사시설이나 국립공원지역 등 특수한 지역을 제외한 곳에 설치된 양식장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통상 10년 동안 면허를 내줬다가 10년을 더 연장해 주고 있다. 이후 면허를 소멸 시키고 어장 재개발에 들어가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다시 당초 면허권자에게 그대로 권한이 돌아간다. 양식장 면허는 어업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더라도 상속까지 가능해 대물림 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면허 갱신 때 뚜렷한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 면허권자가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는지 여부 조차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면허 기간이 만료됐을 경우 일선 지자체가 해수부 지침에 따라 도의 승인을 받기 위해 조사에 나서지만 모두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지자체에서 갱신을 위해 조사를 나서도 임대 등 문제 있는 양식장을 발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수산발전 저해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귀어(歸漁) 등 실제 양식업에 몸 담고 싶어하는 어업인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또, 높은 임대료는 수산물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손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외에 국토의 효율적 이용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어서 국가 차원에소 볼 때에도 여러 가지로 손해다.

이에 양식업을 하고 싶지만 너무 높은 임대료로 인한 매매가 상승으로 귀어를 꿈꾸거나 실제 양식장이 필요한 어업인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어업인들은 면허권자가 실제로 양식업에 종사하는지 여부와, 임대를 줬는지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확인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업인들은 "면허권자가 서울 등 대도시에 살고 있어 아예 어업활동과 상관없는데도 양식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이같은 경우 면허 갱신 때 임대 등에 대한 사실확인을 거쳐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해야 어업이 발전 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영 한산만 등에 5ha의 굴양식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A 모씨의 경우 실제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이 일대에 약 10여ha의 대규모 굴양식장을 가지고 있는 B 모씨는 부산에서 거주하면서 모두 임대를 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거제에서 굴양식업을 하고 있는 C 씨는 "최근 양식업에 뛰어든 아들에게 굴양식어장을 사주려고 시도했으나 1ha에 1억2천만원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높은 임대료를 받는게 더 낫다고 판단해서인지 이 금액에 매입하려 해도 팔지도 않았다"고 하소연 했다.

거제 통영지역에서 최고의 수산전문가로 통하는 D 씨는 "진짜 양식을 할 사람이 어업활동을 하면 수산물 원가도 내려가고, 소비자도 덩달아 이익이 될 것이다"며 "당국이 아예 임대를 합법화 해 주던지, 아예 못하도록 하던지 정확하게 선을 그어야 수산업이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D 씨는 "일선 시.군과 경남도, 해양수산부 등이 정확한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각종 양식 장비를 확인하고 굴을 까는 박신공장 등을 통하면 임대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D 씨는 또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범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대책마련 없이는 바다도 죽고, 어업인들도 힘들게 되며 수산업은 더 퇴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한 때 양식장에 투자하는 행위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상해황 등으로 인해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