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8월 말 까지 123만1,000명 빚 탕감
민간 금융사들도 '소멸시효채권' 소각에 속도...10월부터 시행
정부가 이 달 말까지 금융공공 부문 채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전산기록을 삭제키로 한데 이어, 민간 금융사들도 연말까지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키로 했다.

'소멸시효완성채권' 이란 원리금을 연체한 기간이 오래돼 채무자가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 채권을 뜻한다. 즉, 금융회사가 채권추심을 포기한 채권이란 뜻이다.

금융위원회가 먼저 오는 8월 말 까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해 총 21조7,000억원(123만1,000명)의 빚을 탕감해 주기로 한데 이어 민간 금융사들도 4조원(대부업 제외)대의 채권을 올 연말까지 소각키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의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권 소멸시효완성채권 처리를 위한 감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재 국민행복기금의 소멸시효 완성 또는 파산면책 채권은 73만1,000명에 5조6,000억원이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공공기관에서 50만 명에 16조1,000억원이 해당된다.

해당자들은 오는 9월부터 채무기록이 전산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장기간 따라 다니던 연체와 추심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아울러 올 말까지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4조원(91만2,000명)의 빚도 탕감된다. 업권 별로는 여신전문금융이 1조3,713억원(40만7,000명)으로 가장 많으며, 은행 9천281억원(18만3,000명), 보험 4,234억원(7만4,000명), 저축은행 1천906억원(5만6,000명), 상호금융 2천47억원(2만2,000명) 등이다.

다만, 대부업이 빠진 통계이며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율적으로 소각을 실시 중이어서 실제 민간부문의 소각대상 채권 규모는 유동적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통상 5년(상법기준)으로 이 기간이 지난면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 그러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시효를 연체 발생 후 15년 동안 또는 25년으로 늘릴 수 있다. 또 시효 만료일 이후에 소액이라도 갚으면 다시 시효가 부활해 채무자들은 연체와 추심에 시달려 왔었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채무자의 추심 재발생 우려가 사라지고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완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연체채무로 인한 금융거래 제한도 풀리게 돼 신용도가 높아지고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채무자의 상환 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방침은 그동안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사람들에게 장기간 추심의 고통에 시달리게 했던 문제점들을 사라지게 하고,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채무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본인의 연체채무 소각 여부를 해당기관 개별 조회시스템 또는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초회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