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최저 강수량 따른 가뭄도 한 몫...부.울.경 강수량 평년 36% 수준 그쳐
고수온에 남해안, '양식어류 폐사' 이어지더니 단비에 수온 떨어지자 이제는 '적조' 걱정
육지에선 '해충' 들끓고 거제 사등에서 밭일 하던 60대 여자 농부 폭염에 숨지기도
가뭄에 이어 연일 맹위를 떨치던 폭염으로 인해 거제를 포함한 남해안 지역의 바다와 육지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심각한 가뭄과 폭염에 따른 고수온 피해로 육지와 바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발생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피해발생 정도를 가늠하기 조차도 어렵다.

특히 찜통더위로 인해 바다 수온이 28.2도 까지 올라가는 살인 더위 영향으로 바다에서는 이미 많은 피해가 발생한 상태며, 앞으로도 발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와같이 이번 폭염은 바다 못지 않게 육지에서도 큰 피해를 발생시키며 농민들은 물론 시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밭 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은 예사고 들판과 야산의 초목까지 고사 직전에 이르는 상황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밭일을 하던 농부가 열사병(온열병)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피해 정도가 심했던 것은 23년만에 찾아온 가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올해 남부지방 장마가 예년과 비교해 시작과 끝이 늦었고, 강수량은 1994년 이후 최저 기록이기 때문이다.

15일 해상가두리와 굴, 멍게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농.어민들에 따르면 현재 고수온 현상이 주춤하면서 연일 이어질 기미를 보이던 양식어류의 폐사는 다행히 주춤한 상태라고 한다.

현재 남해안 수온은 28.2도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7일에 비해 약간 낮은 27~28도를 나타내는 등 고수온 현상이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14일 경남 전역에 평균 150mm에 달하는 폭염을 식혀준 단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날 거제지역에는 평균 67 mm의 비가 내렸다. 일운면이 가장 많은 104mm, 하청면은 40mm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안심은 잠시 이번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 어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갑자기 수온이 떨어지면 적조가 기승을 부릴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 유해성 적조라도 밀려들면 고수온으로 인해 먹이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채 지칠대로 지쳐 있는 양식어류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어민들은 무해성 적조가 덮쳐오더라도 어류들이 약해 있는 상태라 폐사가 우려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3일까지 거제.통영.고성.남해.하동 등 5개 시.군 34개 어가에서 발생한 양식어류 폐사량은 34만5천마리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피해액은 4억9천400만원으로 경북 49만4천마리(피해액 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다행히 14일 도내에 내린 평균 150mm 이상의 단비 영향으로 수온 상승이 주춤하면서 어류 폐사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나타난 고수온 현상과 육지에서의 밭작물과 산야(山野) 식물의 피해는 전례없는 가뭄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부산기상청이 발표한 14일 폭우 이전인 지난 3일 까지의 남부지방 전체 강수량은 184.1mm에 그쳐 예년 평균 348.6mm의 52%에 불과했다. 이는 예년 장마기간을 기준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이같은 가뭄은 1994년 75.1mm를 기록한 이후 23년 만에 가장 적은 량이다. 경남.부산.울산지역 강수량은 121.6mm로 평년의 387.8mm의 32%에 불과했다.

이같은 가뭄으로 인해 육지와 바다에서 폭염과 고수온으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각한 가뭄과 고수온 영향으로 양식물고기가 폐사하는 바다와 마찬가지로 육지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2시 40분께 거제시 사등면 성내마을에서 A(68.여)모씨가 밭에 고추를 따러갔다 쓰러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의한 온열증세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14일 단비가 내리기 이전까지 거제지역 밭 작물이 타들어가고 야산의 식물까지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고사 직전 상황에 놓였을 정도로 가뭄으로 인한 폭염 피해가 컸다. 공식적인 피해액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남도내 피해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고추와 배추, 들깨밭 등의 밭작물은 매일 물을 뿌려줘도 잎이 쳐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해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는 것은 물론 병충해 마저 들끓고 있다.

이번 가뭄과 폭염이 농.어업인들은 물론 열대야 현상으로 밤잠을 설친 도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워 정부와 관게당국이 기후변화 등에 따른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