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여부 떠나 전국 망신에 정치 불신론 확산...

▲ 문경춘 편집국장

사주의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은 "2명의 대통령 까지 배출한 거제의 정치 수준이 고작 이 것 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김영란법 발효 이후 거제에서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처벌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한다. 장 씨의 주장대로라면 사법 처리를 떠나 우선 김영란법을 위반한 정치인들이 여럿 해당 돼 보인다. 김영란법을 위반 했을 경우에도 정치 생명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자칭 조폭 이라고 밝힌 장명호(63)씨의 폭로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가히 거제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가 폭로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에 상당한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만큼은 반드시 진실을 밝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그가 살아온 지난 과거로 인한 무조건적인 색안경식으로 바라다 보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 의혹을 풀어주는 열쇠는 바로 5개의 녹취 파일이다. 그가 공개한 녹취파일에는 전.현직 도의원과 시의원들이 포함 돼 있으며, 여당의 지역책임자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울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는 녹취파일에는 장 씨의 주장을 뒷받침 할 제거 대상 정치인 3인에 대한 접대와 향응 제공, 금품 수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과히 충격적이다.

그러나 정작 권 시장의 사주 및 이권 약속, 거액 뒷돈 제공을 추정할 만한 내용은 없어 논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 씨는 “권 시장 관련 녹취파일은 법정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진위 여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자칫 장 씨의 폭로와 이같은 발언은 ‘협박’으로 비춰 질 수도 있겠지만 진짜 권 시장에 대한 녹취 파일이 존재한다면 그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장 씨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지금까지 장 씨가 보여준 1인 시위와 녹취파일 폭로 까지만 해도 어느정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고 말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장 씨의 폭로 내용이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권 시장이 장 씨에게 부탁했다는 정적 대상 3명이 녹취파일에 그대로 등장한다는데 있다.

당초 장 씨는 권 시장이 지심도 유람선 허가를 대가로 정적 제거를 사주했다고 폭로한 사실이 있었다.

녹취 파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세 번째와 다섯 번째다. 이 녹취록에는 장 씨가 제거 대상이었다고 지목한 현 민주당 당적을 가진 전 도의원과 현 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에 대한 향응 제공 및 돈봉투 전달 정황이 담겨 있다. 장 씨는 룸 살롱과 식당 등에서 전직 도의원과 민주당 당직자에게 용돈 100만원을 건넨 정황도 나왔다.

민주당 당직자의 경우 돈 봉투를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식당 주인이 들어오는 바람에 억지로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떠난 버스 손들기란 주장이 많다. 억울한 부분이 많을 법도 하지만 식당주인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받았다면 주인이 나간 후 그 자리에서 돌려 줘야 옳았다. 지금와서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시민들께 사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잘못된 처신이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돈도 며칠 뒤 장 씨 계좌로 되돌려 줬다고 시인했다.
 
전 도의원 모 씨의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돌려 줬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억울함을 경찰 고소장에 담아 접수한 상태여서 그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장 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시의원 모 씨도 장 씨와의 친분과 향응 제공 등은 인정하면서도 금전 수수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지심도 유람선 허가를 둘러싸고 벌어졌다고 장 씨가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 관계자들과 연관돼 향응이나 금품을 받았다면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왜 장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같은 폭로를 했을까...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한 대로 권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정적(政敵)을 제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얘기대로 "이 모든 것을 장 씨가 치밀하게 기획한 일"로 판명 될 경우 권민호 시장을 비롯한 이번 파문에 말려든 정치인들은 너무나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장 씨는 마지막 히든 카드로 숨겨 뒀다는 권 시장에 대한 녹취 파일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지금 당장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법기관에서도 정확한 수사를 할 수 있으며, 진실 여부도 판명난다.

녹취파일이 있다고 하면서 법정이나 변호사 앞에서만 공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장 씨가 진짜 권시장 관련 녹취 파일을 가지고 있는지, 협박용인지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다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 시장은 지난 4일 러시아로 출장을 떠나면서 "거제시의원을 지낸 장 씨 매형의 부탁으로 5월 하순 장 씨를 한 번 봤다"며 "유람선 허가 문제를 거론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장 씨가(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사람들 얘기를 꺼내기에) '조용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은 건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면서 "수사를 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 이라고 주장했다.

권 시장의 주장은 억울하다는 내용이 많아 보이지만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놓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 입당을 희망했던 그의 정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사건의 진실은 검찰과 경남지방경찰청의 수사 결과에 달려있겠지만 조폭 자처 60대의 '정적 제거 사주' 폭로 소용돌이 속에 빠져든 거제는 또다시 전국적인 망신을 사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을 빗대 어느 특정 정당은 이번 파문을 놓고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는 성명서 까지 내 놓았다.

"허무 맹랑한 소설 이다"며 정적 사주설을 일축하는 권민호 시장과 "마지막 히든 카드인 또다른 녹취파일을 검찰이나 법정에서 제출 하겠다"며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는 폭로자 장명호씨의 진실은 어떻게 끝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