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 '정적(政敵)제거 조폭 사주설'에도 전 현직 시의회의원 대거 등장
관광활성화 관련, 예산 삭감한 상임위 비판 시의원 징계 위한 운영위 개최해 웃음거리

▲ 문경춘 편집국장

언론 보도를 통해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거제시장 정적 제거 위한 조폭 사주설' 폭로사건 중심에 전.현직 거제시의회 의원이 여럿 등장한 상태다. 현직 의원 가운데는 한 모 현 부의장이 연루 돼 있으며, 전직 의원 3명도 수사 선상에 올라 이 가운데 1명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구속된 김 모 전 의원 역시 거제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 가운데 한 부의장과 김 모 전 도의원은 “억울하다”며 사주설을 폭로했다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자칭 조폭 장 모(65)씨를 상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사건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그가 폭로한 녹취록 내용 속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장 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이 자세히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조폭 출신이라 자칭한 장 씨가 지심도 유람선 허가를 대가로 권민호 시장으로부터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 달라는 사주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난 이 사건은 지역 정치권이 연관 돼 있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도의회 의원을 지낸 전직 시의원 1명을 포함, 전.현직 시의회 의원이 무려 4명이나 있다.

사건을 폭로한 장 씨와 권시장, 변 모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등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현직 시의회 의원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들은 시의회를 좋게 볼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권민호 시장도 경남도의회 의원 출신이다.

이번 사건을 정치 게이트로 확대시킨 장본인이 구속된 김 전 부의장 만은 아니다. 장 씨가 변 모 민주당 거제당협위원장과 김 모 전 도의원, 한 모 부의장 등 권 시장이 '정적'으로 생각해 왔던 이들이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 씨가 이들에게 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공작을 벌였는지가 이번 폭로 사건의 진짜 핵심이다.

권 시장은 장 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 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사 결과 만약 업자의 이익을 봐주는 대가로 정적을 제거하라고 사주했다면 거제가 또다시 전국적 망신을 살 수 밖에 없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며, 대통령을 2명이나 탄생시킨 명품고장 거제가 조폭 한명에게 정치적 생명을 걸 수 밖에 없는 수치스런 곳으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전국에 파장을 미치고 있는 큰 사건에 거제시의회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관련돼 있다는 것은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제시를 이끄는 사회지도층이자 지역 최고 유지라고 자부하는 시의원들이 이런 일에 대거 연루돼 있다는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건 결과는 검.경의 수사로 명백히 드러나겠지만 이미 거제를 전국적으로 망신시킨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지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의회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관광활성화 대책을 놓고 집행부의 요구를 거절하고 예산 전액을 삭감한 사실과 관련해 이를 비판한 모 시의원을 징계처리 해야 한다며 운영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시의원은 모 유력 일간지와의 인텨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사후면세점 예산 2천 만원과, 시 미래 관광 전략 구상을 위해 편성한 '미래거제 르네상스 프로젝트' 용역비 4천 500만원 전액을 삭감한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 했었다.

이에 의회를 자아 비판한 이 시의원에 대해 징계를 다루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열었던 것이다.

의회는 이 시의원이 상임위에 참석도 하지 않고,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발언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회를 비판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는 동료의원들 앞에서 사과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징계건을 다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시민들의 입에서 여러 가지 예기가 나오고 있다. "정작 시의회를 망신시켜 징계를 받아야 할 장본인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왜 거제발전을 위해 옳은 얘기를 한 의원을 징계처리 하려 하느냐"며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깊은 내용이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조선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개발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발언한 시의원을 왜 징계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사건이 끝나지 않아서 그런지 정적제거 사주 폭로사건에 연루된 의원에게는 단 한마디 징계운운하는 목소리를 내지않고 있는 거제시의회다. 그러나 정작 시 발전을 위해 발언한 것으로 보이는 소신 있어 보이는 의원을 징계처리 하려는 움직임은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듣기에도 민망하다.

거제시장 정적제거 조폭 사주설 폭로사건이 터진 이후 거제시의회를 바라다 보는 시민들의 눈초리는 결코 곱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는 더 이상의 웃음거리를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