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해상/ 부산에서 서남쪽 약 40킬로미터/ 고성반도 해상에 붙은 산과 산의 섬 거제도
동서8리 남북 10리
(중략)
이 섬 거제도/ 이 섬 전체 포로 섬/ 이 섬은 총검의 섬/ 이 섬은 거제도/ 이 섬 전체가 모욕과 협박과 고문의 섬
이 섬 전체가/ 세균과 원폭과 인간 모르모토의 섬/ 이 섬 전체가 학살의 섬.
(재일 조선인 허남기의 장편 서사시 '거제도(巨濟島)':양심에 호소하다)
6.25전쟁의 산물인 거제포로수용소 관련 ‘포로문학작품’ 수집 및 해제 보고서가 처음으로 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거제문화원 향토사연구소(소장 김의부)는 26일 헌국전쟁기 포로문학의 현주소를 쉽게 알 수 있게하는 '한국전쟁기 포로 관련 문학작품 수집 및 해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발간은 거제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는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전갑생 연구원이 담당했다.

이번에 발간한 해제 및 보고서는 1952년 이후 유엔군 관할 수용소에서 직접 체험자나 간접 체험자들이 겪었던 경험담을 시나 수기, 소설 등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북한인민군 또는 중국인민지원군 관할 수용소에서의 직.간접 경험들을 소재로한 작품을 처음으로 총 망라한 것으로 향후 전쟁문학 연구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는 평가다.

1부 해제편에는 '포로문학, 개인기억과 집단기억의 산물' 이라는 머리말을 시작으로 ▲국내외 포로문학 현황 ▲포로문학의 내러티브와 '만들어지는 포로' ▲집단기억과 개인기억 혼동 ▲역사와 증언의 혼돈&충돌(맺음말)로 구성 돼 있다.

2부 작품 해제편에는 시. 소설 분야와 수기, 평론, 희곡, 국외 문학 작품해제로 구분해 엮었다.

시와 소설 분야에는 ▲김수영의 '시인이 겪은 포로생활'과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용초도 근해 ▲녹염(綠焰) ▲요한시집 ▲안락사론(安樂死論) ▲지옥도(地獄島) ▲강설(降雪) ▲광장(廣場) ▲철조망(鐵條網) 등 9편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수기 분야에는 ▲중공군포로의 고백(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거제도 일기 ▲꽃피는 철조망 ▲피묻은 철조망 ▲신생의 날 ▲나는 띤 소장 포로 당시의 통역이었다 ▲반공애국포로 ▲붉은 지옥을 다녀온 포로의 수기 ▲동란북녁포로수용소의 실태 ▲대석방 ▲반공애국청년투쟁 약사 ▲포로에서 탈출까지 365일 ▲휴전회담중의 포로전쟁 ▲반공포로 석방 ▲반공전집: 반공포로 이야기 등으로 묶었다.

평론에서는 ▲'용초도에서 쓴 귀환(나의 처녀작을 말한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1953년 4월 쯤 육군 정훈장교로 복무하면서 판문점에서 용초도 귀환군 집결소의 교육에 참여했던 선우휘의 '귀환'이라는 르포를 쓰게 된 과정을 간략히 서술하고 있다.

희곡 분에서는 제7회 대한민국 연극제 희곡집(이재현, 한국문화예술진흥원(1984))에 있는 ▲ '포로들', '적과 백'이 소개 돼 있다.

또, 국외 문학 작품해제편에서는 전체 6장에 걸쳐 1952년 9월 15일 재일 조선인 출신 시인 허남기가 전시포로에 대한 학대, 고문, 대량 학살이 일어나는 포로수용소 문제를 알리기 위해 쓴 장편 서사시 ▲거제도(세계 양심에 호소하다)를 비롯 ▲조선 미군(거제도 휴전 회의) ▲나는 한국에서 포로가 포로가 되었다 ▲한국전쟁에서 영국포로 대우 등 4편으로 나뉘어 실었다.

전갑생 연구위원은 국.내외 포로문학 현황에서 "이번 해제사업에서 수집된 문학 작품들은 두가지 범주가 있다"며 "한국전쟁기 양 진영의 포로수용소에서 수용된 포로들이 남긴 수기와 증언 등으로 재구성 된 작품과 개인 체험과 수기가 모티브에서 다뤄진 창작작품이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또 "1987년 민주화운동 이전부터 '국시가 곧 반공' 이라는 암울한 시대에서 나온 작품들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인한 맞춰진 구성과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성을 지니고 있었다"며 "이번 보고서가 시대적 흐름을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 김의부 소장은 "이번 해제 및 보고서 발간을 위해 수고한 전갑생 연구위원의 수고가 컸다"며 "그동안 포로문학 자체가 학계에서도 이데올로기 등과 연관돼 한계성을 탈피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번 사업을 게기로 새로운 시각에서 포로문학의 성찰과 한계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