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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제 대구(大口) 이야기문경춘 편집국장
문경춘  |  mun420133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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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8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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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선 방류, 강원도에선 싹쓸이"...지난 2006년을 떠올리며

   
▲ 문경춘
쌀쌀해진 날씨에 귀가 아플 정도로 시린 바닷바람이 불어 오는 겨울철이면 필자가 국제신문 기자로 재직하던 2006년 어느 겨울날이 떠오른다.

유난히도 추웠던 한 해로 기억되는 그 해 겨울 어느 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누런 대봉투를 들고 의논할게 있다며 거제에 있었던 사무실로 급히 찾아 왔다. 대봉투 속에는 칼라사진 수 십 장이 확대된 째 들어 있었다. 지인은 봉투에서 사진을 꺼내며 긴 한숨을 내쉬면서 몇 마디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어민들이 이래서야 되겠나...우리 스스로 자멸하는 일이며, 우리나라 수산업이 망할 징조로 보인다..."라는 말을 이어가며 탄식했다.

사진속에는 15cm 정도 돼 보이는 어린 명태 새끼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1톤 트럭에 가득실려 어디론가 운송되고 있는 광경이 또렷이 찍혀 있었다. 어린 명태 새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는 트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명태를 말리는 덕장에도 수없이 늘려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불법을 앞장서서 근절해야 할 지역 수협의 경매장에서도 버젓이 위판되고 있는 광경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인은 사진속의 물고기가 강원도에서 흔한 '도루묵'이나 '명태새끼' 같다는 필자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문제의 물고기가 도루묵도 명태도 아닌 그 귀한 '대구(大口)새끼'라고 했다.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대구는 회귀성 어종으로 겨울에 거제외포만과 진해만 등 남해안 일대에서 산란 후 강원도 해역을 거쳐 멀리 북해도 쪽으로 거슬러 올라 갔다가 겨울이면 다시 돌아온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수 많은 대구 새끼들이 채 북극으로 해안으로 떠나기 전에 철선 저인망으로 모조리 잡아 올려진 후 명태덕장에서 노가리(명태새끼 말린것)로 둔갑해 팔려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큰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국내 최고 겨울철 대구 생산지는 대구어장이 형성 돼 있던 부산 가덕도와 거제 외포 등지가 유명했었다. 하지만 대구의 씨가 말라 마리당 수 십 만원을 호가했으며, 심지어 100만원에 팔린 대구도 있을 정도로 대구 위판 가격은 한 때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다.

사진을 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의논한 지인과 필자는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보도해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만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거제는 물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수산업보호를 위해 반드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같은 결의가 이루진것은 이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이면 남해안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대구였지만 당시에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였던 것 자체도 한 이유였다.

60~70cm급(5kg정도) 대구 한 마리에 무려 수 십 만원에 거래 되는 때 였으니 어자원 회복을 위해 언론인 신분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 많던 대구가 회귀하지 못하고 강원도 지역에서 새끼 때부터 모두 불법 어획에 의해 전멸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두 사람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얘기를 마친 뒤 필자는 당시 몸담고 있던 국제신문에서 강원도일대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끼대구 불법 남획 현장을 취재해 고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남해안 어자원 보호는 물론, 대한민국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어 더 이상 새끼대구 남획과 불법어업 행위를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다음 날 본사에 이같은 상황을 데스크에 상세히 보고했다. 이날 편집회의에서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진 ‘강원도 새끼대구 불법 남획사건’은 새해 벽두부터 국제신문의 중요 기사로 다뤄지게 됐다는 연락을 데스크로부터 전달 받았다. 날짜는 본사와 의논해 서로 조율했다.

본사 수산담당 기자도 있었지만, 거제에 파견 나와있던 필자를 취재기자로 강원도 현지에 내 보내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취재진을 꾸렸다. 거제시청 수산과 관계공무원(당시 6급)과 거제수협 관계자(당시 총무과장) 각각 1명씩을 합쳐 본사 사진부기자, 운전자 까지 5명이 강원도로 떠난다는 계획을 마쳤다.

그러나 처음 출발키로 약속했던 날에는 강원도에 눈이 너무 많이 내리는 바람에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어 결국 다른 날로 변경해 현지로 떠났다.

강원도 속초에서 둘러본 현장은 그야말로 '노가리(명태새끼)' 천국이었다. 집집마다 옥상과 마당, 덕장에 누르스럼하게 변한 새끼 노가리들이 숫자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빼곡이 매달린 채 말라가고 있었다. 마치 그 광경이 이른 봄 날 일찍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 떼가 수온이 너무차다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방 곳곳에 널려있는 노가리는 체장이 채 20cm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치어(새끼물고기)들로 가히 주변 온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었던 것 같다.

노가리라고 알고 있었던 수많은 치어들이 바로 대구새끼였던 것이다. 새끼대구는 마르면서 약간 누르스럼한 색깔을 띠지만 명태새끼인 노가리는 약간 붉그레한 나무색을 띤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일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재래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온 사방에 널려있던 말린 이 새끼치어를 당당하게 '노가리'라고 속여 팔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상인들이 ‘노가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관광객들과 외지 상인들에게 공공연히 팔고 있었던 생선은 바로 대구새끼였지만 이를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명태 주산지로 호황을 누렸던 강원도 해안도시가 자취를 감춰버린 명태로 인해 불법인줄 알면서 대구새끼라도 잡아서 소득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수산업법상 대구는 당시 체장 21cm 이하면 포획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속초일대 덕장에서 말리고 있던 새끼대구 체장은 채 20cm에도 미달되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포획금지 체장 이하인 새끼대구를 불법 어획하고, 수협은 불법으로 잡아온 어획물을 위판장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이같은 현장은 비단 속초뿐만 아니라 명태가 자취를 감춘 강원도 일원에서 생계를 위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이같은 현장을 방치할 경우 대구는 영영 남해안에서는 물론 대한민국 해역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함께 떠난 5명은 강원도 속초 현장에서 직감했다.

속초시청 수산과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취재를 마친 일행은 속초현장에서 그동안 있었던 새끼대구 남획현장을 지급된지 얼마 안된 노우트북을 통해 본사에 생생히 송고됐다. 부산에 본사를 둔 덕분에 해양수산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터라 수산부에 출입하고 있던 기자와 공동으로 2박3일 동안 취재한 내용을 근거로 며칠 동안 기사를 쏟아냈다.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 위주의 보도가 국제신문의 주요 기사로 다뤄졌던 것이다.

"남해에선 방류, 강원도에서는 싹쓸이"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새끼대구 남획현장 고발 보도는 결국 수산업법을 개정하게까지 만들었고 체포금지를 위한 해경과 수산당국의 철통같은 단속으로 이어졌다. 체포금지 체장이 21cm에서 30cm로 바뀐것도 국제신문 보도와 연관이 있었다. 정부가 나서 날로 감소돼 가는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 2007년부터 대구 어종 회복에 나선 것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고 들었다.

세월이 흘러 3년 뒤 필자는 대구가 많이 잡히는 비슷한 시기에 다시 속초를 찾아갔다. 모 지상파 지방방송의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대구'에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다. 속초현장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덕장도 사라졌고, 재래시장 건어물 판매대에서도 그 많았던 새끼대구는 없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처음 국제신문이 보도했을 당시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이런 기사를 내보내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며 "많은 비난을 퍼 부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 때 보도가 나가지 않았다면 대구씨가 마를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전해줬다. 이같은 내용은 당시 지상파를 타고 전국에 그대로 전파됐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랬다. 이유야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후 거제 외포를 비롯한 가덕도 등 진해만에는 대구가 반갑게 다시 돌아왔다. 언론보도도 중요했겠지만 거제수협과 거제시청, 어민들이 사라진 수산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공수정란 방류사업 등을 벌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일 것이다.

아무리 풍부한 어자원이라도 어민들 스스로가 보호하지 않고 남획한다면 그 씨가 말라 어종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란 교훈을 얻었던 취재 현장이었다. 아직 명백한 원규명은 되지 않았지만 한 때 자취를 감췄던 대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명태가 사라진 이유는 남획 보다는 환경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지만 문제점 분석으로 다시 한반도에 그 많았던 국민생선 명태가 돌아올 수 있도록 당국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판장을 지난가다 큼지막한 대구를 보면 자신도 덕장을 경영하면서 강원도에서 남획되던 새끼대구 보호를 위해 사진을  찍어 언론에 고발해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한 고마운 분과, 사진을 넘겨받아 한걸음에 달려왔던 지인이 더 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해에는 11회 째 대구축제가 거제 장목 외포항에서 개최됐다. 매년 축제가 열리는 달이오면 강원도 속초에서 느꼈던 그 때의 일들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외포항을 찾는다. 오늘은 대구 어자원을 살려내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고 함께 나섰던 동료기자와 거제시청, 거제수협 관계자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어민들의 노력에 의해 거제해역에서 싱싱하게 잡혀온 대구를 쳐다보며 흐뭇해 하겠지만, 마음 한켠에는 어민 스스로가 보호하지 않으면 또다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겨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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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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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캡틴 2018-01-12 18:02:57

    그러함이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문경춘국장님~^^
    앞으로도 좋은 취재기사 많이 부탁 드립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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