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 사망 제천 화제이어 35일 만에 또다시 밀양 세종병원서 39명 사망
잇따른 판박이 사고 "안전" 외쳐봐야 현실은 바뀌지 않아...스스로 대비해야 살길

▲ 문경춘 편집국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제천 화재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서울 한 여관에서 방화로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중 세종병원 화재사고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사건 중 역대 4번 째 큰 사고로 기록됐다.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수 십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후진국형 사회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오죽하면 바티칸의 교황까지 나서 걱정하고 있을 정도가 됐을까...?. 참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이 부끄럽기 짝이없다.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서 무려 37명이 숨지는 등 170여 명(중상 18명, 경상 1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아직 위독한 환자가 7명 정도나 더 있다고 하니 국민들의 마음이 영 편치 않음은 당연하다. 이 가운데 29일 현재 2명이 추가로 숨진 것이다.

1층 응급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은 2시간 만에 잡혔지만 화재 당시 병원(100명)과 병원 뒤편에 위치한 요양병원(94명)에 19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기에 피해가 컸다. 사망자는 병원 1층과 2층에 주로 나왔으며, 5층에서도 일부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문제는 선진국 문턱에 도달해 있다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국민안전 부분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번 대형 참사가 일어난 곳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 병원이란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대형참사가 났으니 국민들이 받는 충격은 가히 메카톤급이라 말할수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충북 제천의 스포센터에서 불이나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유사한 형태의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은 이 나라가 안전불감증을 넘어 중병에 걸려 있다는 증거다.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그 원인이 밝혀져 있기에 정부가 앞장서서 대책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 만큼 중요하고도 고귀한 것은 없다.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국정운영의 가장 큰 급선무다.

화재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필로티 구조와 소방차를 가로막는 주차된 차량문제, 잘못된 통신망, 112와 119 등의 혼합운영체계를 개선하고 기업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려야 한다. 큰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가 건축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내화구조의 바닥과 벽 및 방화셔터 등으로 만들어지는 구획을 일컫는 '방화구획' 규정 정비가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밀려 국민들의 생명에 문제가 돼서는 안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6층 이상 건물 불연재 의무화와 관련, 2009년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이 당시 한나라당과 국토부의 반대에 부딪쳐 법안심사소위가 무산돼 2010년 말 완공된 복합건물인 제천화재 참사원인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의정부 참사가 난 뒤에야 고층 건물 외장단열재 (준)불연재의무화가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천과 밀양병원 화재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유독가스 였다. 그러나 건축법 개정이 대형화재 방지를 위해 가장 급선무이며 핵심이지만 비용문제로 건물주와 건설사의 반대로 어렵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愚(우)를 범할수 있다.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가 국민들의 삶과 생명을 놓고 건설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현재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화재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건물 1층 출입구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위치, 너비, 기준 등에 따르도록 하는 '건축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통과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현행 법령은 건축물의 출입구와 관련해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보조출구 및 비상구 설치, 출구의 너비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의 경우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출입구가 1층 중앙에 위치해 공기 유입이 원활하게 됨에 따라 회재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안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법 일부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하고, 또 중요한 이유는 문화 및 집회시설, 의료시설, 공동주택 등이 포함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제시에 있는 건축물은 화재에 안전한지 의문이 가지 않을수 없다. 사고가 날 때만 땜질식 지시에 따른 일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큰 문제는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거제라고 안전할리 만무하다.

지난해 12월 19일 장승포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큰 불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당시 신축공사 현장 8~9층 외벽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문가는 불로 인해 작업인부 30여 명이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고가 있었다. 아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지만 소방서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 했었다. 만약 이 사고가 공사현장이 아닌 건물 내부에서 발생했다면 스치로폼에서 흘러나온 유독가스로 인해 수 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제시에는 경남 최고의 49층 아파트를 비롯, 2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가 곳곳에 있다. 또, 종합병원 3곳(총 761개 병실)과 일반병원 7곳(총 849개 병실), 2개의 요양병원(379병상) 등이 있다. 화재 발생시 많은 문제 발생 여지를 안고 있다. 화재 위험 시설에 대한 불법 증.개축이나 법상 필요한 공간인 대피로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행정당국과 소방당국은 화재발생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구호만 외치는 전시성 행정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변해야 해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신 바짝 차리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온 나라가 화재로 인해 엉망이 된 상황인데 국회는 서로 책임을 상대방 黨(당)에 떠넘기려고  하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들을 믿기보다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만이 가족을 지키고 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답이다.

화재 현장에서는 유독가스가 화재보다 더 무섭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민 교육과 건물주 및 공사현장에 대한 대피요령 등의 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있었던 3명의 의인이 가족과 나를 구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

지난 날 국민 계몽을 위해 나붙었던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표어의 중요성이 새삼 떠오르는 대한민국의 차디찬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