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관광명소 뛰어넘어 한국의 명품 관광지로 부상(浮上) 될수도...

▲ 문경춘

희망과 설레임으로 맞히해야 할 봄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보이는 것이 거제가 처해 있는 현실인 것 같아 우리에게는 아직은 때이른 봄의 향연이다.

하지만 상처난 등허리처럼 겨우내 메말라 있던 산과 들에는 최근 내린 봄비로 온통 생기가 감돌고 있다. 화창한 아침 햇살에 손에 잡힐 듯 바라다 보이는 둔덕기성이 어쩐지 기분 좋은 하루를 예감하듯 둔덕천에 흘러 내리는 물소리마저 경쾌하다.

올 봄은 힘들고 시러웠던 길고 긴 겨울밤을 지나 따뜻한 햇살이 아침을 열어 제치는 역동적인 한해가 시작됐음을 미리 알려주고 있는 것일까...?

최근 둔덕(屯德)에서는 한때 거론되다 수면 밑으로 사라졌던 '고려촌'에 대한 얘기가 뜻있는 시민들과 주민들에 의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거제시가 중심에 나서 고려촌을 만들어 자연경간 외에는 크게 내세울게 없는 거제관광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고려촌에 대한 얘기는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3선으로 재직 중이던 20여 년 가까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도순시차 거제를 방문했던 김 지사는 기자실에 들러 환담을 나눈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김 지사에게 '고려촌' 건설 필요성을 설명한 사실이 있다. 잠시 필자의 고려촌 건설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던 김 지사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옳다 잘 됐다 싶어 필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한도 내에서 약 5분간 차분하게 '고려촌' 건설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둔덕에는 고려18대 의종(毅宗)왕이 3년 동안 살다간 경상남도 기념물인 폐왕성(廢王城)이 잘 보존돼 있다.

둘째, 둔덕골 대부분의 마을 명칭이 당시 의종왕과 관련있는 고려시대에 정해진 '마장', '시목', '농막', '거림' 등의 마을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셋째, 메기가 살아 헤엄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수 천 년 동안 물이 마르지 않는 둔덕천(屯德川)이 사시사철 청정해역으로 흘러 내리고 있다.

넷째, 주 변 땅 값이 거제에서 가장 싼 곳이 둔덕으로 고려촌 건설을 위한 부지매입에 큰 부담이 없다.

다섯째, 주변에 거제의 명산인 '산방산'과 한국 최고의 수목원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원'이 있는 등 환경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 등의 내용이 주요 내용 이었으며,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을 벤치마킹 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조용히 필자의 설명을 듣고 있던 김 지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즉석에서 문화담당 국장에게 고려촌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자세히 보고토록 지시했다. 이후 담당국장은 거제지역 도의원, 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둔덕골을 찾아 고려촌건설에 대한 현지 답사를 실시했으며, 이같은 내용을 김 지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동안 고려촌에 대한 얘기가 경남도로부터 전해지더니 도지사가 바뀌고 시대가 변천하면서 이 얘기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버렸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지금 고려촌 얘기는 행정 당국이 아닌 문화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뜻있는 사람들과 주민들에 의해 둔덕골에서부터 다시 되살아 나고 있다. 이들은 '거제고려사연구회'를 창립해 거제와 관련된 고려사를 연구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뜻을 함께 모았다고 한다.

'거제고려사연구회'는 오는 27일 저녁 둔덕 하둔에서 창립발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연구회는 이임춘 거제경찰서 둔덕치안센터장이 중심이 돼 거제에서 고려사에 대한 관심있는 시민들과 둔덕 지역민 등 30여 명 정도로 초기 발기인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제고려사연구회'에는 고려하둔, 고려마장, 고려농막 등으로 마을 이름을 바꾸는 '주소변경분과'와 '고려벽화조성 분과', '의종황제 홍보분과' 등 3개 분과로 나누어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회가 발족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면 둔덕골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고려촌 건설도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 의종왕이 머물다 간 국가문화재인 둔덕기성이 현존하고 있으며, 거제시립박물관도 둔덕골에 들어 설 예정이다.

여기에다 둔덕골 주변에는 아름다운 수목원인 '비원'이 전국에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한려수도 명산으로 소문난 산방산과 사시사철 유리알 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둔덕천이 있어 고려촌 건설에 적격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려촌이 건립된다면 거제관광 명소를 뛰어넘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관광지로 명성을 떨칠지 아무도 모른다. 행정당국이야 예산이 없는데 그 웅대한 고려촌을 어떻게 건립하겠느냐고 반답할지 모르겠지만 고려촌 건설은 거제가 살 수 있는 길 가운데 하나가 될수 있다.

시가 직접 추진하기 어렵다면 대기업 몇 개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민자유치 방법 등도 고려해 볼 필여성이 있다. 거제해양관공개발공사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 방법도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남쪽으로부터 전해지는 봄 소식과 함께 최근 둔덕골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고려촌'에 대한 얘기는 어쩐지 기대가 간다. 물론 이 거대한 구상이 실천에 옮겨지는데는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동반된다. 그렇다고 예산타령만 한다면 아무일도 할 수 없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일도 머리를 맞대고 합심하면 해결할 수 있듯이 고려촌 건립 또한 이뤄낼수 없는 분야는 결코 아닐 것이다.

문제점을 잘 분석한 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고려촌 건립에 나선다면 대우, 삼성조선 건설로 경제기반을 구축했던 1차 변혁기에 이어 제 2의 변혁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