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모 아파트 신축공사 당시 "불법매립 됐다" 익명의 민원인 대우건설에 문제제기
시, 언론보도 근거 현장 확인후 경찰 수사의뢰...경찰, 아무 내용없어 내사종결
폐 냉장고 하나 버려도 공무원 2~3명 나와 난리법석, 건설폐기물 묻었다는데 왜 팔짱만...
시공사 대우건설, 시행사 한미개발에 반드시 책임 물어야 여론
"폐 냉장고 하나 버려도 공무원 2~3명이 나와 난리 법석이면서 불법 폐 건축폐기물이 대량으로 묻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왜 거제시는 손 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거제시가 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건설폐기물이 불법 매립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지 7개 월이 지나도록 사건진행 사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는 폐기물이 대량 묻혔다는 내용과 관련해 한 민원인이 상당부분 설득력 있는 당시 사진 까지 공개하면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확한 확인 과정을 통한 문제 부분을 밝혀내지 않은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행정 능력에 의문을 사고 있다.

▲ 거제시 모 아파트 신축공사 당시 불법폐기물을 매립하는 장면이라며 익명의 민원인이 지난해 8월 시공사인 대우건설 창원센터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사진(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음)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이미 입주가 끝난 거제시 소재 당시 모 아파트 1단지 건설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아파트는 12개동 764세대로 대우건설이 시공했으며, 시행사는 (주)한미개발(경지도 안양시)이다. 하지만 실제 시행업체는 한미개발에서 추천한 W건설이 타 건설사 명의로 도급계약을 체결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한 민원인이 이 아파트 102동 계단 내.외벽 부근 되메우기 공사과정에서 폐 콘크리트 등의 건설 폐기물 추정 잔해물들이 묻혔다는 의혹이 있다며 시공사인 대우건설 창원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던 것이다.

민원인은 당시 잔해물을 묻는 장면이라며 사진으로 찍은 증거물과 도면까지 첨부해 제출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의혹을 제기했었다.

민원 접수 당사자인 대우건설 창원센터 측은 지난해 8월 23일 시행사인 한미개발 앞으로 문제의 아파트 '폐기물 매립 관련 민원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문서를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에는 "유선상 요청 드렸던 바와 같이 협약서 제3조 제1항 3호에 의거, 공동주택단지 내 토목공사인 되메우기 공사는 귀사(한미개발)의 책임공사 부분으로 해당구간에 공사상 발생한 폐기물 매립 관련 민원사항은 귀사에서 처리해야 할 사항 입니다"라고 돼 있다.

민원인이 제기한 폐기물의 종류나 량은 유일한 증거물로 내세울 수 있는 사진 뿐이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폐기물 불법 매립 사진 또한 문제의 아파트 현장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뚜렷히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원인이 제시한 사진과 도면을 자세히 놓고 분석해 보면 폐기물 매립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시공 당시 설계도면이나 시방서를 보면 이 곳이 민원인이 지적한 문제의 아파트 현장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원인이 대우건설 창원센터측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매립 현장의 도면.(붉은색으로 정확한 위치까지 적어 보낸 것으로 보임)

거제시는 언론보도 직후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 현장에 관계공무원을 내 보내 사실확인에 나선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시는 당시 시공사와 시행사 및 실제 되메움 작업을 맡았던 업체 등을 상대로 정확한 조사를 통한 혐의점을 찾아 수사를 의뢰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를 위해 가장 필요한 내용은 빠진채 언론보도 내용과 현장확인에 나선 내용, 시공사와 시행사 등이 적힌 연락처 등만 첨부해 경찰에 사실상 떠넘기식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경찰 확인결과 언론 보도가 있은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1일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 확인조사에 나섰으며, 이틀후인 23일 수사를 의뢰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문제는 시가 의뢰한 내용 자체가 실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과 전혀 동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먼저 행정에서 조사를 한 후 혐의점을 찾아 문제 부분에 대한 '고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를 찾을수 없는 현장방문 내용과 언론보도 내용, 현장사진(옛날사진)만 첨부해 왔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행정이 먼저 조사해서 혐의가 드러나면 고발해야 할 사안이다"며 "시의 이같은 수사의뢰 자체가 책임 떠넘기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불쾌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이유로 경찰은 서류 자체를 반송했지만 시는 다시 수사해 달라고 처음 보내왔던 내용 그대로를 경찰에 재차 보내 왔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거제시가 수사의뢰한 내용만으로는 수사할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고 이미 내사 종결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문제 발생 7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의 내사종결 내용 조차 모른채 아예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부분에 대해 손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인이 제기한 건축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됐을 경우 그 행위자는 폐기물관리법 8조2항(사업장폐기물 불법매립) 규정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돼 있을 정도로 처벌기준이 엄격하다.

취재결과 거제시는 "지금까지 경찰에서 수사 결과나 진행사항을 알려온게 없다"며 "민원인이 직접 시에 신고해 온 것이 아닐뿐더러 민원인이 제기한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장소 등을 확인할 수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시는 "민원인 주장으로는 완전 기초공사에 폐기물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이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이같은 이유로 시공사와 시행사, 업자 현황을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앞서 보도내용을 접했던 시민들은 "행정이 이같이 큰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아예 손 놓고 있는 듯한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 박 모(48.장평동)씨는 "지난해 11월 지역언론에 보도된 폐기물 매립 의혹 기사를 접했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며 "건축폐기물이 불법으로 묻혔다는데 아무 결론없이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 더 큰 불법이 자행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모(62.옥포동)씨는 "행정의 의지가 부족해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지 못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문제가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