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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선 위기지역 개발 특별법' 제정하자거제정책연구소 김범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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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12: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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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 김범준
1980년 정부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수립 이래로 에너지 정책은 주탄종유(主炭從油)였다. 정부는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석탄산업을 독려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이 시절 연탄으로 대표되던 석탄산업은 국민산업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 역시 주탄종유에서 그 반대인 주유종탄(主油從炭)으로 바뀌게 되었고 1980년대 후반, 석유 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에 따라 1988년부터 석탄의 수요는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환경 개선에 주력하던 정부도 환경 문제가 많은 석탄 중심 정책을 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석유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가 채산성 없는 탄광의 대부분을 폐광하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었다. 이에 정부는 1988년 '탄산업법'을 개정하고 본격적인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강제 폐광이 잇따르자 폐광지역 지역경제는 말 그대로 박살났다. 급기야 1995년에는 탄광지역 노동자들의 소요로 소위 '사북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직 광부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결국 정부로 하여금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게 만들었다.

정부주도로 시작된 석탄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폐광지역의 지역개발을 위해 각종 개발 관련 특례를 인정하고 규제 완화, 인·허가 단축, 민자사업 유치, 대체산업 육성 등을 통해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되살릴 특단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 법에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립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결과가 '강원랜드'이다.

석탄산업 구조조정과 조선산업 구조조정
한때 초호황을 누렸던 대한민국의 석탄산업이 경제성을 잃어버리면서, 정부에 의해 강제 구조조정된 것처럼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대한민국 조선업의 구조조정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석탄산업 구조조정처럼 수많은 지역주민의 생계와 미래가 걸린 산업 구조조정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 또한 이러한 조선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2015년 이후 정부와 국책은행 등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에다 출자전환까지 포함하면 거의 20조원에 이르는 돈이 조선업에 쏟아 부어 졌지만, 한국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 십 년간 '세계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던 한국 조선업이 이처럼 '긴급 수혈'로 근근이 연명하는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한 마디로 세계 경기와 조선 업황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방만한 인력, 사업구조를 그대로 끌고 간 탓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2006~2007년까지 세계 조선업은 말 그대로 '초호황'을 누렸다. 당시 2년간 선박 발주량이 무려 1억6천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이전 5년간(2001~2005) 발주량(1억7천만CGT)과 맞먹는 규모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호황에 취해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에 대비하지 못한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고, 결국 2008년 이후 조선 발주가 줄면서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조선 업황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대형 '조선 3사' 즉,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그 이후 조선 발주 감소분을 대체할 수요를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찾았으나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추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손실도 늘어 2015년 한해에만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본 손실이 8조원에 이르렀다.

결국, 이런 조선 3사의 대규모 적자는 2015년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원인이 되었고 심지어 대우조선은 2017년 2조9천억원, 2018년 4조2천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2조9천억원 채권 출자전환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약 10조원을 지원하게 만들었다.

그 뿐 아니라 2014년 이후 채권단이 STX 조선과 성동조선에 지원한 자금만도 각각 6조원, 4조원 규모이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우조선해양 · STX · 성동 3개 조선사에 쏟아 부은 돈만 2016년에서 2018년까지 2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조선업은 돈을 버는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연명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세간에 고착화 되어 버렸다.

물론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초대형 운반선, MR탱커(중형유조선), 소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발주 회복 자체가 과거와 같은 영광의 재현이나 대한민국 조선업의 장기적 생존을 담보하기에는 역 부족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조선업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전망이 된 것이 현실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지금이 거제의 마지막 기회
역설적으로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지금이 전적으로 조선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거제 지역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더 이상 거제에 과거와 같은 조선업의 호황은 없다.

현재 전 세계 조선업의 전반적인 시장(수요) 추세에 비추어 공급과잉은 너무나 뚜렷하며, 한국 조선업의 경우에도 양적 성장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미 중국, 일본은 선박건조 시 자국 발주가 70~80%를 넘어가고, 미국이 주도하는 트럼프식 신고립주의 정책의 전 세계적 확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FPSO 등 특수 선종을 제외하고는 신규 선박건조의 자국 발주 경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분야도 미국의 셰일 가스 등으로 인한 장기적 유가인상요인이 억제된 상황에서 프로젝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도 '생산규모 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거제 양대조선소의 생산규모를 줄여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양대조선소의 생산규모 축소는 결국 인력과 협력업체의 축소로 설명될 것이다.

이는 '지역내 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GRDP)'으로 추계할 수 있는 거제지역경제가 성장이 아니라 갈수록 경제규모가 줄어드는 역(마이너스)성장의 장기적인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거제시의 소매업이나, 임대업, 서비스업 등의 공급규모는 과거 조선업 호황 시 규모 그대로인데, 정작 거제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수요자들인 조선 노동자들의 수나, 실질급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거제시는 장기적으로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병에 걸린 것이다.

'(가칭)조선위기 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요구하자
정부가 주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해, 그동안 조선업으로 삶을 영위했던 지역들의 만신창이가 된 경제회생을 위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어 놓아야만 할 상황이 되었다.

강원도에서 정부가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지역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각종 개발과 관련된 혜택을 주고 그 법으로 인해 폐광지역이 고용을 창출하고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처럼, 우리 거제를 비롯한 창원, 진해, 고성, 통영, 군산, 목포 등 조선 위기 지역들에 각종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선위기 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요구하자.

거제시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그리고 고용노동부에 의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를 통해 소소하게 여러 가지 지역경제적 특례들이 있지만, 이는 거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언발에 오줌누기'나 다를 바 없다.

'(가칭) 조선위기 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은 이러한 일반적인 개별법상의 위기지역 지정으로는 거제시의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힘들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한다.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항하여 강원도의 폐광지역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도 '조선위기 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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