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금숙

도시의 차가운 공기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연은 생명이고 모태다. 힘들고 어려운 삶의 찌든 때를 벗기고 나를 정화 시켜 새로운 나를 만들어 주는 재생공장, 그 자연과 우주가 한데 어우러진 곳, 거제자연예술랜드는 그런 곳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소우주 같은 곳이다.

요즘 해외여행이 잦은 사람들에게 예술랜드는 시골집 정원 같은 모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외국의 유명한 관광지의 정원들은 화려하다. 잘 짜여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인위적이고 동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눈길을 끌기에는 족할지 모르지만 깊이가 없는 게 흠이다. 그러나 자연예술랜드는 이곳을 조성한 한 작가의 내재된 동양적 회화의 멋과 자연의 정신이 돌과 나무와 난 한 포기 한 포기마다 깃 들어 있어 보면 볼수록 끌리고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에 소재한 거제자연예술랜드는 지난 94년 봄 지역출신 난인인 능곡 이성보 선생이 세운 한국 최대의 난전문 전시공간이다. 거제대교에서 국도 14호선을 타고 학동이나 해금강을 가기 위해 동부면을 경유하다 보면 하얀 오리들이 유영하는 동부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저수지를 끼고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거제자연예술랜드는 능곡 선생이 지난 92년부터 서울에서 30여년 간 모은 수석과 분재, 난들을 11톤 트럭 200여대에 실어와 고향에다 난과 수석의 전문 전시공간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2년여의 작업 끝에 개장한 전시장으로 그 규모나 내용을 보면 한 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작은 돌 위에 난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섬이고 산이고, 숲이고, 우리들의 고향이다. 그런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능곡선생의 손길을 통해 생명이 부여된다. 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10년, 20년, 30년, 작품을 만들고 모으느라 가정도 뒷전으로 두고 들로 산으로 헤맨 것이 얼마인지 모른단다.

현재 이 곳에는 4천5백여평의 부지 위에 5동의 난, 석부작, 목부작, 야생화공원, 석림지실 등이 있고 중국 장가계의 비경을 닮은 3-4미터 높이의 석부작과 몽돌이 몽순이 500나한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야생화나 설치류, 이끼 등이 이곳에서는 무한한 생명이 깃든 작품으로 되살아나 생동감과 정적인 멋을 풍긴다.

돌 하나를 보면 그 돌을 탐채 하던 추억이 떠올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능곡 이성보 선생, 시조시인으로 수필가로 한국 문단의 중견 작가로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사는 이곳 주인의 마음처럼 거제자연예술랜드는 마음의 여유와 자연을 아는 사람만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번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와 말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면 거제도 자연예술랜드를 찾아와 보기를 권하고 싶다.

봄빛이 아우러진 동부저수지와 물길을 여는 오리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정겨운 동네, 선자산, 노자산 자락을 끼고 학동을 휘돌아 가는 바닷길 또한 봄꽃들의 향연으로 가득한 곳. 거제도는 자연예술랜드와 식물돔과, 포로수용소와 외도와 해금강이 있어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