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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분도, 실리도 놓쳐버린 ‘신항’의 어긋난 지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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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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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을 끌어온 부산신항사업의 명칭논란이 지난 19일 해양수산부에 의해 결국 ‘신항(Busan New Port)’이라는 의외의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비록 두 지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항만에 포함된 3개의 부두에는 배후지 지명을 붙일 것이라고 하지만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두 자치단체 및 정치인, 지역단체가 가세한 기싸움과 중앙부처의 핑퐁식 미루기 끝에 개장을 한달 앞둔 시점에서 서둘러 내린 어정쩡한 결론이라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항만브랜드가치를 이유로 ‘부산신항’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부산의 반응은 대체로 절반의 성공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앞으로 항만의 경쟁력을 거론하며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이다. ‘진해신항’을 내세웠던 경남의 경우 대책위는 물론 도지사와 여야 지역정치인, 단체들이 정부의 무소신과 편파적인 결정을 이유로 정권퇴진운동까지 거론하며 대규모 반대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실적으로 한번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기 어렵고 국가의 중요산업시설인 항만의 성격상 지역이기주의보다는 국가의 이익에 매진해야한다고 중재를 나서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신항’ 영문표기에 ‘Busan’이란 문구만 없었더라도 지역이기주의에 중앙부처가 국가적 대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신을 잃었다는 평가는 비록 받을지라도 편파적이었다는 비판만은 면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각자 입장에서 나름대로 주장의 이유가 있겠지만 경남의 대책위가 내놓은 물리적인 저항만이 능사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고 싶다. 그동안 경남은 수차례 신항사업 명칭과 관련하여 도민들을 동원한 대규모 집회 및 서울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해수부의 결정으로 실리는 물론 명분도 놓쳐버리고 남은 것이라고 그동안의 논란과정과 별반 차이 없는 정치적 주장만 남았다.

신항 명칭논란을 거쳐 오면서 항만을 비롯한 지역개발에 관심을 가진 정부는 물론 부산과 경남의 많은 분들과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졌다. 크게 놀랐던 점은 대부분의 분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발전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큰 반면에 항만행정이나 항만물류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깝다할 정도였다는 점이다. 소위 전문가라고하는 분들 또한 객관적인 사실 및 논리와 합리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역이기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망을 할 때가 많았다.

항만의 명칭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법률은 없지만 부산항계 내의 항만은 항만의 관리를 위한 국내적 용도구분으로 북항, 남항, 감천항, 다대포항이 있으며 각각의 항구에는 지명과 숫자, 기능 등으로 이름 붙여진 부두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관습법적 사례를 인용한다면 ‘신항’의 명칭은 배후지 지명을 따르는 방법과 동서남북 방위를 따오는 방법 가운데서 결정이 가능하나 두개의 광역자치단체의 구역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사자 사이에서 추가적인 조정과 협의가 가미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9월 포항항계 내의 3개 항만의 명칭은 영일만신항→영일만항, 포항신항→신항, 포항구항→구항으로 조정된 적이 있으나 이는 항계와 행정구역이 동일한 곳이라는 점에서 ‘신항’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비교적 명쾌하게 정리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항만의 내력도 논리나 원칙을 부정하며 한치 타협이나 양보 없는 지역이기주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오로지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나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의견을 들어볼 필요도 없이 적이라는 억지가 대세를 이루었었다.

‘신항’ 명칭이 앞으로 경남의 강도 높은 반대에 부딪혀 또 다른 결론을 맺을지는 속단할 수 없는 일이다. 도로개통을 한달이나 넘겨 이름을 붙인 ‘창선-삼천포대교’처럼 특별히 결정에 변화가 없다면 진해사람들은 ‘진해신항’으로, 부산사람들은 ‘부산신항’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신항’으로 부르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천안-아산역’, ‘평택당진항’, ‘창선-삼천포대교’ 등 그동안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다 명분도 실리도 놓친 상태에서 부랴부랴 어정쩡한 이름으로 결론을 맺은 사례들에 ‘신항’ 또한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이다.

이번 ‘신항’의 결정으로 인한 경남도민의 섭섭함을 넘어선 소외감과 억울함에 대해 충분히 심정적인 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정치적인 여론몰이나 세대결을 통해서 나만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고집을 내세운다면 어떤 긍정적 결론도 얻기 어려우며 사회적 비용의 낭비만 초래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설령 물리적 힘의 대결을 통해 한번내린 결정을 번복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상대가 억울함을 호소하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 지난 8년간 명칭을 두고 벌인 과정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할 신항사업의 경계분쟁을 해결하는데 교훈이 되어야할 사항이다.

아울러 경남의 대책위가 명칭결정에 반발하여 대책으로 밝힌 신항 공사중지, 공사용 바닷모래 채취중지와 개장행사 물리적 저지 등은 명칭논란이나 지역사랑과는 거리가 먼 항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감정적 대응이며 내부적 결속을 다지는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신항’으로 발표이후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현실적인 대비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여전히 힘과 정치 논리를 강조하며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난성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는 아쉬움을 넘어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항’ 명칭에 심각한 침해와 부당함을 느낀다면 정치논리를 끌어들여 도민들을 자극하기보다는 헌법재판소에 의한 권한쟁의나 헌법소원 제기와 같은 논리와 합리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찾기를 통해 실리를 회복하는데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 글 이수호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leeslab@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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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호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대표 부경대학교 박사과정(해양도시계획) 수료 이슈투데이 칼럼위원 문화관광부 남해안 및 서해안 관광벨트계획 자문위원 '거제지역 해양관광벨트 설정에 관한 조사 연구(국토도시계획학회)'외 다수 논문 및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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