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심코 나눈 아이들과의 대화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얼마전 대선을 치르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결정 되던 날 이제 12살 된 친구 딸내미가 한 말이 기억난다.

"삼촌,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됐자나...."
그러고 한참을 뜸 들이더니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은 감옥에 가?"

순간 빵 터져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잠시 후 웃을 수 없었다. 너무 웃픈 말이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순수한 어린아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 꼭 내 책임 같고, 우리 사회가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을 살아가야 하는 애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황당한 얘기를 듣고.

단순한 논리로 보면 이 아이의 말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왜?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감옥에 간 것은 팩트이기에.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꽤 익숙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제시장은 끝나고 나면 다 감옥간다는 말을 우리는 항상 해왔다. 역대 민선 거제시장들이 다 감옥에 갔던 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고리(?)를 끊은 것은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다.

거제를 이끌어 갈 거제시장을 비롯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시.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발전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주민의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일을 해야 할 일꾼을 뽑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민의 삶과 지역 발전의 모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선출하는 것은 거제시의 앞으로 4년의 성패가 달려 있는 중요한 일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 정책,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후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거제의 앞날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거제지역 지방선거 분위기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비슷하다. 대선을 끼다 보니 시간적으로 촉박했고, 특히, 코로나 19 이슈, 많은 정치 초년생들의 도전 등 으로 유독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전에도 선거를 앞두고 공약, 정책, 인물 됨됨이 등과 함께 서로의 약점을 파고 들며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은 항상 보아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부분은 그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에 대한 평가가 시민들의 주된 관심사인 동시에 술안주가 됐다.

그러나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며, 또 어떤 약속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찾아 볼 수 가 없다. 온통 부정적인 상대방 비방으로 진흙탕 싸움 얘기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부분은 언론 종사자로서 우리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많은 자책감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이번 거제시장 선거에는 변광용 현 시장, 박종우 축협조합장, 김한표 전 국회의원, 김승철 거제시 아파트 가격 정상화 위원회 대표 등 4명이 겨룬다. 투표를 이틀 앞둔 지금 거제시민들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

서로를 헐뜯는 비방과 음해 등은 이제는 '선거법'에 맡겨두자. 그리고 후보들의 공약과 비젼, 그리고 사람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보자. 어차피 4명 중에 한명은 '거제시장'이 되어야 한다.

지난 4년 거제시정을 책임졌던 변광용 후보가 또 시장이 되면 어떤 능력으로 거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경제 전문을 내세우는 박종우 후보는 어떤 노하우로 거제를 먹여 살릴지, 국정 경험 8년을 가지고 있는 김한표 후보가 된다면 우리 거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신예 김승철 후보가 거제에 어떤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계 최고 양대 조선소를 가지고 있는 거제지만 지금 너무 힘든 시기다. 무너진 경제에 거제시민은 신음하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능력과 사람 됨됨이를 중심으로 올바른 인물을 선택해 4년을 대비해야 한다.

특히,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권자가 얼마나 현명한 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나의 소중한 한표가 올바른 인물을 선택하는데 쓰여지지 않고, 혈연이나 지연, 학연 또는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면 버려진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지금 만들어 놓을 세상을 살아 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바른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거제를 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세계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한 첫 걸음이자 아이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이다.

▲ 거제시 중심 고현시가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