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노보(Novo)'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복사실 직원 그래함. 2001년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처럼 불과 몇 시간, 혹은 몇 분 만에 일어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함은 틈틈이 수첩에 특기할 만한 일들을 기록하며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주변에 그의 기억상실증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직장 상사 사빈은 그를 욕정의 해결 상대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바람이 난  아내 이사벨과 친구 프레드도 그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프레드는  전철의 퇴근길에서 그래함의 손목에 매달려 있던 수첩을 훔쳐내기까지 한다. 어린 아들만이 유일하게 늘 그를 지켜보며 자신을 기억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래함 두뇌의 손상된 기억세포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여인이 나타난다. 임시직으로 채용된 미모의 이렌은 그래함의 순수함에 이끌린다. 이렌은 "기억없는 사람과의 섹스는 늘 처음 같아서  즐겁다"는 독백처럼 단순히 즐기기 위해 그래함과의 밀회를 시작했지만 사랑이 싹트면서 그의 기억 재생을 도우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렌의 등장을 거북스럽게 여긴 사빈은 그를 직장에서 쫓아내고  이렌은 그래함에게 "사랑은 역사를 만드는 건데 네겐 불가능하잖아"라고 말하며 이별을  선언한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평론가 출신의 장 피에르 리모쟁 감독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섹스라는 화두를 흥미럽게 그려냈다. 과감한 노출 장면이 등장하지만 천박해보이지 않는다. 수입사인  필름뱅크는 등급심의를 고려해 성기와 체모를 뿌옇게 가렸다.

    `오픈 유어 아이즈'와 `떼시스'로 스페인의 간판 배우로 떠오른 에두아르도  노리에가의 해맑은 표정과 아나 무글라리스의 눈부신 매력이 돋보인다.

    상영시간 97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