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은 우주를 한참 날아간 후 도착할 수 있는 '네버랜드'. 특기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며 '악당'을 물리치는 것. 가족관계는 같은 또래 사내 애들 스무 명.

    지난 100년간 동화와 연극으로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온 '피터팬'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태어난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피터팬'은 꿈과 환상이 가득한 어린이용  영화라기보다 블록버스터급으로 구현된 어른을 위한 동화. 원작의 판타지가 제대로 펼쳐져  있으면서도 캐릭터들의 이면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연출했던 P.J.호건 감독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은 여전히 모험을 좋아하지만  사랑에는  무지하고 건방져 보이기까지 한다. 네버랜드로 초대되는 웬디는 피터팬을 좋아하지만  후크의 남성미에 끌린다. 후크 선장은 여전히 잔인한 해적이면서도 음악을 사랑하는 외로운 남자.

    어느날 밤 창문을 통해 피터팬(제레미 섬터)의 방문을 받은  소녀  웬디(레이첼 허드 우드). 피터팬은 모든 걱정을 버리고 모험과 환상만이 가득한 네버랜드로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고 웬디는 이를 받아들인다.

    피터팬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 별들을 헤치고 도착한 네버랜드는 어른들의 간섭없이 신나는 모험만 펼쳐지는 환상적인 곳. 웬디는 달빛을 타고 춤을  추며  그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린 아이인 피터팬에게 사랑이니 키스니 하는 말은 생소할 뿐이다. 게다가 웬디에게는 남성적인 후크 선장의 제안처럼 해적이 돼보는 것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고민하던 웬디는 결국 피터팬만 남겨놓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섬을 떠나려는 순간 후크선장은 이들 모두를 납치해 해적선으로 데려가고  피터팬도 그의 음모로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다 아는 얘기지만 2004년판 '피터팬'이 매력적인 것은 혼자라는 것에  외로워하는 후크선장 덕이 크다. 나이가 드는 것은 그만큼 외로워지는 것. 웬디의 자상한 아버지와 '한끝' 차이인(100년 내려온 '피터팬'의 전통대로 후크 선장과 웬디의  아버지는 같은 연기자가 1인2역으로 출연) 후크 선장은 "당신은 늙고 외롭다"는  피터팬의 저주 섞인 공격으로 결국 악어의 입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또 하나 이 영화의 이론이 없을 것 같은 장점은 상상력과 특수효과가 잘 버무려진 환상적인 화면.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길이나 네버랜드의 숲, 요정들의 파티 등은 압권이다.

    '반지의 제왕'이 뉴질랜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호주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퀸즈랜드 지역의 자연을 배경으로 촬영됐으며 조지 루카스의 'ILM'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웨타 스튜디오, 디지털 도메인, SP(Sony  Pictures  Imageworks) 등이 특수효과팀으로 참여했다.

    피터팬과 웬디 역의 배우 모두 연기 경험이 적은 실재 또래의 연기자이며  팅커벨 역으로는 '스위밍 풀', '우리의 릴리'의 프랑스 배우 뤼디빈 사니에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