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권력층 비호 있었나 청와대 “낭설” 주장에도 배후설 계속 나돌아 ■ 변양균 실장 해명 믿을 수 있나 직접해명 기피 의아…“검찰에 나가 설명할 것” ■ 개인회생절차 1억 빚 못갚아 신청…규레이터 수입에 호화생활
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신씨가 가짜 학위로 동국대에 임용되고 미술계의 요직을 두루 차지한 배경에 ‘권력 실세’의 도움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그가 2년 전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결정을 받는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회생 결정=신씨는 지난 2005년 9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개인회생을 신청해 11월 개시 결정을 받았다. 개인회생은 경제적 파탄에 직면해 현재의 수입과 재산으로 빚을 한꺼번에 갚기 어려운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으로 빚을 갚아 나가면 남은 채무를 탕감해 주는 제도다. 신씨는 지난해 1월 채무변제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같은해 3월 인가를 받았고, 2011년까지 개인회생 절차를 밟게 돼있다.
개인회생 결정 당시 신씨의 채무는 서울 서대문세무서와 고향인 경북 청송농협 진보지점 채무 1억420여만원이었다. 당시 신씨는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한달에 240여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었다. 또 변제계획 인가 직후 동국대 교수로 임명돼 연간 4천여만원의 수입도 보장됐다. 1억여원을 갚지 못할 만큼 ‘경제적 파탄’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개인회생 결정에는 채무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세무서와 농협이 이를 동의해 준 이유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판사의 개인회생 결정이 나면 채권자들이 대부분 받아들이기 때문에 신씨가 개인회생 신청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씨가 변제계획 인가 직후 동국대 교수로 임용됐는데도 동국대 월급 통장에 대해 가압류 등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언론담당 판사는 “변제계획 인가 뒤 소득이 늘었을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이나 채무자가 신씨의 소득 증가에 대해 몰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력층의 비호 있었나?=신씨의 가짜 학위를 처음 폭로한 장윤 스님과 불교계 일부 인사들은 신씨가 미술계의 요직을 차지한 배경에 변양균(58)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권력 실세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불자회장인 변 실장이 참여정부의 또 다른 실세 정치인과 함께 신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신씨의 가짜 학위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변 실장이 실세 정치인의 부탁을 받고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신씨에 대한 ‘권력층 비호’ 의혹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신씨에 대한 ‘권력비호설’은 동국대 운영을 둘러싼 파벌 싸움에서 비롯된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말했다. 변 실장이 지난 7월 장윤 스님을 두 차례 만난 것은 장윤 스님을 만나 조계종 안의 친총무원장파와 반총무원장파 사이의 화해를 주선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 실장이 비호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 대해 직접 해명하지 않은 것은, 장윤 스님이 주장만 하고 검찰 수사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자칫 ‘말꼬리 잡기’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장윤 스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 변 실장도 직접 검찰에 나가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신승근 정혁준기자 ggu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