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이 14일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도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역대 7번째이자 참여정부 이후 4번째인 특검 수사가 가시화됐다.
이날 한나라당이 소위 `대통령 당선축하금' 의혹을 수사대상에 넣은 특검법안을 독자적으로 제출키로 해 변수가 되고 있지만 이미 법안을 낸 정당 3곳이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측도 `삼성비자금' 수사를 반대하지 않고 있어 특검법안은 내용 조율을 거쳐 어떤 형태로든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3당의 특검법안에 대해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현재 수사 내지 재판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어 내용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측의 별도 특검법안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1월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사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12월 초 국회 재의결 끝에 법안이 통과된 뒤에야 대통령 공포를 거쳐 특검 수사가 이뤄진 바 있다.
재의결을 거치게 될 지 여부를 떠나 특검법안 내용만 봐도 법안이 통과된 직후 수사가 진행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 임명이 이뤄지고 수사팀이 진용을 갖춰 수사에 착수하기 까지는 기본적으로 한달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날 신당 등이 낸 법안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국회의장이 임명을 요청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대법원장에게 후보 추천을 의뢰하면 대법원장이 2인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정하는 방식으로 임명된다.
임명 절차는 통상 10일 정도 소요되고 이후 20일은 특별검사보 및 특별수사관 임명과 사무실 확보 등 준비활동에 쓰이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23일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난 12월 하순께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실상의 특검팀 수사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대선을 넘긴 뒤에야 가동되는 셈이다.
이날 제출된 법안은 일단 수사를 90일 이내에 마무리되도록 하되 두 차례에 걸쳐 최장 90일까지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이 지정한 수사 대상은 삼성그룹 지배권 불법 승계나 비자금 조성 및 차명계좌 관리 의혹, 검찰 수뇌부 등에 대한 금품 살포 의혹 등이다.
수사대상 의혹들이 세계 굴지 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문제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 고위 인사들이 관행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사실 규명 여부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또한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구체적 진술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특검팀이 직접 공소유지에 나서야 할 사법처리 대상자들의 숫자나 수사기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특검법안이 2005년 당시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특검법안에서처럼 특별검사 후보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전 특검 이전에 이뤄진 5번의 특검은 대한변협에서 추천권을 행사해 왔지만 사상 두번째로 사법부에서 특검 후보자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변협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느냐는 문제를 놓고 내부 징계 논의를 벌였던 만큼 후보자 추천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