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과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스릴러 드라마 한 편을 내놓았다.

    27일 개봉되는 `실종(The Missing)'은 `맨 인 블랙'의 토미 리 존스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케이트 블란쳇을 내세워 납치된 딸을 찾아나서는 어머니, 그리고 딸을 돕는 아버지의 모정과 부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19세기 말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에서 펼쳐진다. 남편을 잃고 두  딸과 함께 외딴 집에서 살아가는 의사 매기(케이트 블란쳇)에게 20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 새뮤얼(토미 리 존스)이 찾아온다. 새뮤얼은 인디언의 자연친화적  삶에  매료돼 아파치 마을에서 살아온 인물. 아버지 없이 홀로 힘겹게 살아온 매기는 그를 매몰차게 내쫓는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 기병대 출신의 인디언 패시치든이 나타나 마을은 공포에 휩싸인다. 패시치든 일당은 닥치는 대로 살인을 일삼고 10대 소녀들을 납치해  멕시코로 팔아넘긴다.

    매기의 큰 딸 릴리도 인신매매단의 희생양이 되자 매기는 스스로 총을 들고  딸을 구하러 나선다. 매기의 추격전에 새뮤얼이 동행하는데 아버지를 향한 매기의  증오는 좀처럼 풀릴 줄 모른다. 가장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나선 매기의 갈등은 범인의 덜미를 잡을 때까지 계속된다.

    2대에 걸친 부정과 모정을 스펙터클한 화면에 담아낸 `실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드물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됐다. 광활한 서부의 평원과  협곡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과 인디언들의 생활상은 볼 만하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론 하워드의 연출력은 어설프게 보인다.  단순한  줄거리를 배경 화면과 두 주인공의 내면 연기에만 기대려 한 탓인지, 주변  상황을  밀도있게 압축시키면서 긴박감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특유의 솜씨가 엿보이지 않는 것이다.

    인디언에 대한 백인의 원죄를 고백하는 듯한 대목도 작위적 설정 때문에 가식으로만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