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될 영화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릴러. `도망자'처럼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이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해가며 사건 해결에 직접 나선다는 이야기로  해리슨  포드 대신 덴젤 워싱턴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매트(덴젤 워싱턴)는 미국 플로리다의 작은 마을 베니언 키의 보안관.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해 동료와 주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유부녀인 앤(사나  라단)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

    달콤한 불륜의 열매는 치명적 독을 품고 있는 법. 난치병에 걸린  앤이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를 결심하자 매트는 압수중인 공금을 잠시  꺼내  그를 도우려 한다. 그러나 앤과 연락은 두절되고 이튿날 앤 부부는 새까맣게  탄  시체로 발견된다.

    목격자의 증언, 앤과의 통화기록, 수혜자가 매트로 바뀐 앤의 보험증서, 사라진 공금 등 모든 정황은 매트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한다. 수사의 책임을  맡은  인물은 매트와 별거중인 아내 알렉스(에바 멘데스). 매트는 스스로 사건을  해결해  누명을 벗어나려 하지만 단서는 쉽게 잡히지 않고 수사망은 점점 조여온다.

    영화의 제목은 `너무 늦어서', 혹은 `시기를 놓친'이란 뜻의 숙어. 매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통화기록을 삭제하고 공금을 내놓으라는 독촉을 따돌리는 등 수사를 방해하는데, 알렉스의 추적은 늘 한 발짝씩 늦는다.

    2년 전 밀리터리 무비와 법정 드라마를 결합한 스릴러 `하이 크라임'을  선보인 칼 프랭클린 감독은 중반까지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0'을 향해  다가가듯  긴박감을 최대치로 높여가는 연출 솜씨를 발휘한다. 사랑은 식지 않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별거중인 부부가 추리 대결과 심리 다툼을 벌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을 지나치게 반복해 후반부로 가면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아슬아슬한 위기가 닥쳐와도 더이상 관객의 가슴이 조마조마해지지 않는 것이다. 관록의 배우 덴젤 워싱턴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만한 공감과  재미도 얻어내기 어려울 뻔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