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혹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등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 마법에 걸려 서로 몸이 바뀐다. 우왕좌왕하던  두  사람은 여러 해프닝 끝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깨닫게 되고 결국 원상태로  돌아온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원제 Freaky Friday)의 기본 설정은 상당히 익숙하다. 이 영화에서 몸이 바뀌게 되는 두 사람은 재혼을 앞둔  변호사 엄마와 록커를 꿈꾸는 사고뭉치 딸.

    언뜻 최근 비슷한 몇몇 영화의 아류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는  30년 전 처음 만들어진 후 TV 시리즈로도 다시 만들어지며 인기를 끈 바 있는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1976년작 '프리키 프라이데이'에는 딸 역으로 14살의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다.

    뻔한 스토리에 쉽게 보이는 결말은 영화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치명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엄마와 딸의 캐릭터는 탄탄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도 머리만 틴에이저인 엄마 역을 맡은 제이미 리 커티스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 영화를 꽤나 즐길만한 오락영화로 만들고 있다.

    정신과 의사 콜만(제이미 리 커티스)과 그녀의 딸 애나(린제이 로한)는  모녀지간이지만 공통점은 눈곱 만큼도 없다.

    딸 눈에 엄마는 번듯한 직업에 재혼을 앞두고 있고 환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완벽주의자로 보인다. 물론,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은 단정하기만 할  뿐 '쿨'한 데는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엄마가 보는 딸은 학교에서는 사고만 치고 성적은 기껏해야 F인 말썽쟁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남자친구도 못마땅하고 어떤 친구한테서 배웠는지 건방져  보이는 말투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딸의 가장 큰 불만은 엄마의 재혼, 엄마는 딸의 락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건의 발단이 된 말다툼도 이 때문이다. 하필 엄마의 결혼식 리허설과 딸의 공연  오디션이 겹치게 된 것. 가족들과 함께 들른 중국 식당에서 둘은 말다툼을 벌이고  이들에게 식당 주인은 신비로운 미소와 함께 이들에게 행운의 과자를 전해준다.

    몸이 뒤바뀐 것은 다음날 아침. 각자의 변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던 모녀는 이제 서로 바뀌어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인다. 말괄량이 딸이 엄마의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해야 하고, 엄마는 딸 대신 예전과 달리 험해진 학교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것. 좌충우돌 소동 속에 진정으로 '입장이 바뀌게 된'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96분.

    ▲'역지사지'를 교훈으로 한 비슷한 내용의 판타지 코미디 영화 = 한국  영화로는 정준ㆍ김소연이 출연했던 이진석 감독의 96년 영화 '체인지'가  있다.  내성적인 모범생 여고생과 밴드부에서 활동하는 문제아 남자 고등학생이 두 주인공. 학교  시게탑에서 내리치는 번개가 마법을 일으킨다.

    91년 영화 '스위치'는 비슷한 내용이지만 섹시한 설정이 눈에 띈다. 성차별주의자며 전형적 '마초'인 한 남자가 어느 날 전 여자친구 중 한 명에게 살해당한다. 천국에 간 그를 신은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느껴보라며 여자몸으로  바꿔  세상에 돌려 보낸다. '사랑의 바다', '섬원 라이크 유' 등에 출연했던 엘렌 바킨이 주인공.

    88년 만들어진 마법의 이중주(원제 Vice Versa)는 아버지와 아들의 몸이 바뀌게 되는 경우. 백화점 부사장인 아버지는 성공에만 매달리는 일벌레로 전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다. 두 사람은 태국에서 가져온 '황금 해골'의 영향으로  몸이  바뀌고 소동에 휘말린다.

    이밖에 지난해 개봉한 롭 슈나이더 주연의 코미디 '핫 칙'이나 맥 라이언  주연의 '키스의 전주곡'도 비슷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