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개봉될 `고티카(Gothika)'는  제작진의 명성만으로도 눈길이 쏠릴 만한 영화.

    1974년 아카데미 역사상 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핼리  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더 유명해진 `바닐라 스카이'의 페넬로페 크루즈와 `도망자2'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세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95년 `증오'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한 마티유 카소비츠. `다이 하드'와 `매트릭스' 시리즈의 조엘 실버와 `백 투더 퓨처' 시리즈와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가 공동제작자로 나섰다.

    핼리 베리가 맡은 여주인공 미란다는 유능하고 매력적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어울리지 않게도 비대한 중년 남편 더그와 함께 살고 있다. 미란다는 정신질환자 죄수들을 수용하는 감호소에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소녀 클로이를 상담하는데 그는  악마가 방에 들어와 자신을 강간한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미란다가 클로이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자 클로이는 미란다에게 "당신은 죽었어"라며  저주에  찬 독설을 내뱉는다.

    그날 밤 미란다는 폭풍우를 뚫고 집으로 차를 몰고가던 중 길에 서 있는 소녀를 피하려다가 갓길 밖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는다.

    3일 뒤 미란다가 깨어난 곳은 감호소의 독방. 남편이 참혹하게 살해당했으며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결백을 주장해보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사고 이후의 기억은 없고 모든 정황은 불리하기만  하다. 그의 팔에 남편의 피로 새겨진 `NOT ALONE(혼자가 아니다)'이라는 글씨를 단서로 삼아 사건을 풀어보려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은 사이코 스릴러에 유령 호러를 접목시켜 추리와  공포의 재미를 함께 추구했다. 도입부의 상황 설정은 관객에게 두뇌게임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음산한 분위기의 감호소 풍경도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긴장과 공포를 자아낸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카소비츠의 시도가 과욕이었음이 드러난다.  영계(靈界)와 육계(肉界)를 넘나드는 설정에 정신의학과 악마적 신비주의를 뒤섞어놓다보니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추리의 재미는 반감되고 공포의 대상도 분산된다.

    이 때문에 핼리 배리가 `몬스터볼' 이후 모처럼 펼친 성격배우 연기도 빛이  바랜 느낌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