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의 개막식을  장식했던 `인 더 컷(In the Cut)'이 30일 개봉된다.

    `피아노'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여성감독 제인 캠피언의 연출작이어서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눈에 들었겠지만 일반 관객의 호기심은 할리우드 톱  스타  멕 라이언이 알몸으로 정사를 벌인다는 이야기에 꽂힌다. 멕 라이언 못지않은 인기  스타 니콜 키드먼이 제작자로 나선 것도 관심을 모은다.

    영문학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 프래니(멕 라이언)는 흑인 속어집을 만들기  위해 외설스럽고 저속한 단어를 수집하고 있다. 그날도 프래니는 뉴욕 뒷골목의 작은  바에서 제자를 만나 비속어를 메모하는데 화장실에 가려다가 오럴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남녀를 훔쳐보게 된다.

    얼마 후 이웃집 여인의 살해사건을 수사중인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가  찾아와 사건이 있던 날 수상한 일이 없었는지 묻는다. 프래니는 말로이의 손목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오럴 섹스를 하던 남자의 손목에서 본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프래니는 말로이한테서 의심스런 구석을 발견하면서도 묘한 성적 자극을 느낀다.

    프래니는 복면을 쓴 남자로부터 습격을 당하자 말로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 일로 가까워진 둘은 격정적 정사를 나눈다. 그러나 피살된 이웃이 오럴 섹스의 상대인 파란 손톱의 여인이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말로이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그뒤로도 연쇄살인이 일어나 말로이를 향한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말로이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는 에로틱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면서도 애써 주인공을  선정적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범인의 추리과정에도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주인공 내면의 이중적 모습에 초점을 맞춘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프래니는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상대와 사랑을 불태우면서 자신도 몰랐던 육체의 욕망을 분출시킨다. 주제곡으로 흐르는 `케세라 세라(Que sera sera)'의  노랫말처럼 `되는 대로 내버려 두는(Whatever will be)' 것이다.

    원작자 수재너 무어와 감독 제인 캠피언은 흑인 비속어를 수집하는 백인 엘리트 영문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 내면의 이중적 속성을 극명하게 대비했다. 형사가 연쇄살인범일지 모른다는 설정이나 프래니의 이복동생 폴린(제니퍼 제이슨 리)과 프래니를 쫓아다니는 존 그레이엄(케빈 베이컨)의 모호한 성격도 대비감을 증폭시킨다.

    이들은 이를 통해 욕망의 실체를 해부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장르적 관습까지 해체하면서 영화적 흥미 요소는 많이 놓치고 말았다. 멕 라이언의 젖가슴을 보려는 관객이나 잘 짜여진 추리극을 기대하는 사람은 실망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에서 에로틱 스릴러, 혹은 사이코 드라마에 도전한 멕  라이언도 캐릭터 변신에 대한 의욕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그에 걸맞은 찬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상영시간 118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