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일. 일본 여성들에게도 이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선택 사항임을 보여주는 영화가 소개된다.

    국내에도 영화와 소설로 상당히 알려진 「실락원」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  원작의 '메트레스 연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트레스(Maitresse)란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적극적인 정부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정부(情婦)이긴 하지만 결코 남자에게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는 의미에서 기존의 의미와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도쿄 긴자의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소믈리에(와인 전문가)로  일하는  가타기리 슈코(가와시마 나오미)는 유부남 대학교수 도노 슈헤이(미타무라 구니히코)와  불륜관계에 있다. 슈코는 이미 노처녀 대열에 들어서 있다. 전문직종에 종사하지만 결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한 `구세대적' 사고 방식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일을 놓고 고민하는 슈코의 생일날 함께 여행을 떠난 도노는 자신이  찬 것과 똑같은 시계와 함께 100만엔이 든 통장을 선물한다. 앞으로  매달  20만엔씩이 들어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통장을 받아든 슈코는 이 남자에게 종속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거절하고 도노는 그런 슈코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필이면 여행 후 도노는 아내로부터 버림받게 되고 당연한 듯  슈코의  집으로 향한다. 슈코를 짝사랑하는 한 남자 손님을 보고 오해를 한 도노는  질투심에  불타 애인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양 슈코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도노가 강요하면 할수록 슈코는 점점 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주체적으로 서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 여자는 변하는데  남자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어낸다.

    일본 여성에 대한 세계인들의 선입견 또는 이미지 중 하나는 남성의 말에  순종적이며 다소곳하다는 것. 영화는 이젠 일본 여성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의 판타지를 꿈꾸는 관객에게 이젠 너무도 진부해져 버린 소재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까닭에 간혹 실소가 나와 민망해진다.  TV판 '실락원'의 여주인공 가와시마 나오미와 배우 겸 가수로 활동중인 미타무라  구니히코는 나름대로 심리묘사에 신경썼지만 어쩐지 열정이 좀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관객과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이끌어낸 공감대를 공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1일 개봉. 상영시간 102분.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