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조직적이고 완벽한 꼬시기 작전은  없을 것이다.

    가슴 따뜻한 감동과 때묻지 않은 웃음을 선사하는 캐나다 영화  한편이  관객을 찾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대단한 유혹'(La Grande Seduction). 지난 2003년 7월  캐나다에서 개봉해 4개월간 롱런하며 캐나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미디 영화다.

    2003년 애틀랜틱영화제 관객상과 2004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함으로써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유혹'이란 단어가 들어간 제목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그렇고 그런 진부한  영화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 영화는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묘한 마력을 뿜어낸다.

    영화는 한 사람의 마음을 낚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한 섬마을 주민의 일사불란한 '미션'을 그리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州)에 위치한 외딴 섬 '생 마리아'. 예전에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던 이 마을은 '열심히 일한 만큼 따뜻한 삶을 누린'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 둘 더 나은 생활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쇠락해가고 있는 상황.  이제 인구라 해봐야 고작 120명에 불과한 실정이며 마을 사람들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는 처지다.

    급기야 아득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섬마을의 옛 행복을 찾기 위해 자칭  시장 노릇을 하는 저맹이 발벗고 나선다. 플라스틱 공장 유치 계획을 세운 것. 하지만 정부 규정상 상주하는 의사가 없으면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데다 공장주는 공장  유치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요구하는 등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포기'란 있을 수 없다.

    우선 의사부터 데려오기로 하고 퀘벡주의 모든 의사들에게 초청장을 띄운다. 하지만 낡고 촌스런 섬마을에 의사들이 올 리 없다. 초청장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실망감에 사로잡혀 있던 어느 날 성형외과 의사 크리스토퍼가 마침내 한 달  일정으로 마을을 찾는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교통단속 경찰에 마약 소지가 들통나  도피차 이 외딴 섬으로 오게 된 것.

    섬마을 사람들이 꼬박 15년 만에 찾아온 호기를 놓칠 리 만무. 주어진 한 달 동안 크리스토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미션 임파서블'이 저맹의 지휘  아래  모든 섬마을 주민들이 공범으로 가담한 가운데 시작된다.

    크리스토퍼가 스포츠 크레킷광이란 사실을 미리 입수해 그가 도착하는 당일  온 마을 사람들이 신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가 묵을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그에 관한 온갖 정보를 샅샅이 수집하는 것은 기본.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일은 당연지사. 공짜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매일 밤 그가 지나다니는 길바닥에 1달러 지폐를 일부러 놓아두어 환심을 사기도 한다.

    미인계도 동원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섬마을의 대표 미인  이브를  내세워 크리스토퍼의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

    온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친 작전은 마침내 먹혀들어가 크리스토퍼는 미끼를 덥석 물게 된다.

    게다가 여자친구와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자신을 속이고 서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절한 배신감에 그는 "모든 게 거짓이었다"며 울부짖는다.

    그의 슬픔과 괴로움은 오히려 마을 사람들에게는 호재. 그는 이제 마을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완전히 걸려든 셈이다.

    목적 달성을 눈앞에 둔 순간, 그러나 이 거대한 사기극의 총지휘자인 저맹은 망설인다. 친구와 애인에게 기만당해 슬픔에 빠진 크리스토퍼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크리스토퍼가 느낄 배신감 때문에 저맹은 "진심으로 이  마을 의사가 되고 싶다"는 크리스토퍼의 제안을 거절하고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분노하는 크리스토퍼.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그는  섬마을에  남기로 한다. 자신이 죽어가는 섬을 살려줄 유일한 의사라고 생각하고 일을 꾸민 섬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결국 섬마을 사람들은  크리스토퍼의  마음을 낚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 섬마을에는 플라스틱 공장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일을 하게 되면서  예전에 잃었던 행복을 되찾게 된다.

    영화에는 진실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순박한 섬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익살스런 작업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500여편의 광고를 만들고 칸 광고제에서 로또 광고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광고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장 프랑수아 풀리오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풀리오 감독은 '풀몬티'를 보고 46세에 광고감독에서 영화감독이 되기로 작정했고, 평소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한다.

    외모는 곰 같지만 섬마을 전체의 연극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여우  같은  전략가 저맹은 레이몽 부샤르가, 섬마을 사람들의 유혹에 걸려드는 의사 크리스토퍼는 다비드 부탱이 맡았다. 또 말이 은행원이지 오직 섬사람들에게 연금 나눠주는 게 전부인 은행원 헨리는 브누아 브리에르가, 아름다운 외모를 간직한 섬마을의 유일한 처녀인 이브는 루시 로리에가 연기한다.

    실제 '대단한 유혹'은 오직 헬리콥터로만 닿을 수 있을 만큼 외지며 주민도 300여명밖에 안되는 캐나다의 작은 항구 해링턴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상영시간 10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