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梁明, 가명 建錄·建一, 1902∼?)
양명(梁明, 또는 李江)은 사등면 사등리에서 양필(梁弼, 사등면장, 거제향교 당의, 적십자사원)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 어릴 때부터 학문에 뜻을 두어 명석한 머리를 가진 명철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등면 서당에서 4년간 한문수업을 받고, 사등교회 소학교에서 1년간 신식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1913년 4월 28일 거제보통학교(현 거제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학하여 1916년 3월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양명은 서울에서 고등보통학교를 마쳤다.
1920년 무렵 북경(北京)으로 가서 북경대학 문과에서 수학했다. 1924년 북경에서 결성된 혁명사(革命社)에 가입하고 잡지『혁명』발행에 참여했다. 1925년 8월 귀국하여 조선일보사 정치부 기자가 되었다. 같은 달 조선공산당에 입당하고 12월 조선공산당 상해부(上海部) 상해야체이카(우리말로 세포) 위원이 되었다.
 
문학평론가이자 공산주의자로
양명은 정치적인 입장은 사회주의와 민중예술관을 정립하는 문학평론가였다. 1925년 3월 2일 동아일보에 "민중본위의 신예술관"이라는 평론을 게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 글은 그가 북경에 있으면서 쓴 글인데 작성한 시기는 '1924년 12월 13일 북경'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민중본위의 예술관'에서 신시대가 요구하는 예술은 대다수 민중이 요구하는 예술이다. 본래의 조선사회가 요구하는 예술도, 우리가 이제 곧 제창하여야 할 예술도 반드시 이와같은 예술일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는 로뎅 로망의 민중예술관을 받아들이면서 유물론적 색채와 사회적 색채를 가미한 새로운 민중예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그는 1924년 12월 8일 동아일보에 "5년만에 본 조선"이라는 글을 쓰면서 사회주의를 신봉하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이는 북경에서 진독수등 중국사회주의운동가에게 받은 사상적 교육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동아일보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맑스주의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불공평하기 짝이없는 현 사회제도 하에서 산생(産生)되는 자본가의 착취와 노동자의 비통한 처지를 생각할 때는 그것을(공산주의)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중략) 그것은 지금 모든 사회주의자 중에서 맑스가 제일 위대하였고 현사회에서 그의 주의가 제일 보편적이니깐요."라고 공산주의가 현 '조선사회의 근본 이념'이어야 한다고 극찬하고 있다. 또한 "모든 운동에 있어 사회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에도 공산주의 이념이 필요하며, 현 조선사회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산주의 사상이 필요합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는 1926년 3월 조선공산주의운동의 통일을 표방하는 레닌주의동맹 결성에 참가하였고, 같은해 12월 조선공산당 제2차 대회에 참석하여 중앙위원 후보로 선임되었고 고려공산청년회 책임비서가 되었다. 그는 이론가이며 조직가이며 투쟁가였다. 당활동가로서는 하필원의 상위였고, 상해와 만주 및 소련에도 동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27년 1월 고려공산청년회 책임비서직을 사퇴하고 8월경 "조선일보" 해외특파원 자격으로 상해로 건너갔다가 10월 귀국하여 조선공산당 선전부 부원이 되었다. 11월 초 김준연 책임비서로부터 모든 당무와 후계당 조직을 위임받았다. 그는 김세연을 후계 책임비서로 선정한 뒤, 1928년초 제3차 조공 검거사건을 피해 중국으로 피신했다. 3월 무렵 조공 정치부 위원이 되었다.
1928년 6월 코민테른 제6차 대회 파견 대표로 선정되어 9월 블라디보스또끄를 출발하여 10월 모스끄바에 도착했다. 모스끄바에서 코민테른 동양부 앞으로 조선공산당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코민테른 집행위원회의 조선공산당 지부승인 취소 결정을 번복해 줄 것을 촉구하는 글을 작성했다. 12월 블라디보스또끄에서 조선공산당(ML당파) 지도자들과 함께 조선공산당 재결성 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창립
북경에서 조공(ML파) 기관지『계급투쟁』을 발행했다. 그는『계급투쟁』의 기관지를 통하여 12월 테제에 입각한 운동노선을 제시했으며, ML계 재건운동의 최고지도자로서 국내 및 일본에서의 운동을 지도했다. 또한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의 고경흠, 황학노에게 프롤레타리아 민중예술관과 공산주의 문예운동을 지원하고 창립대회를 이끌어내었다. 또한 양명은 동경에 있는 무산자그룹의 무산자사(無産者社)라는 출판그룹을 만들고 지도이론을 확립하고자 "카프 볼셰비키화를 위하여" 및 그밖의 비합법 출판물을 밀송하여 선전에 힘쓴 결과, 이에 자극을 받은 임화, 안필승, 김효식 등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의 임무"같은 글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계급투쟁』은 국내의 문학인들이 구독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예술관과 이론 등을 습렵하였고 카프를 결성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1926년 12월 24일에 개최된 카프임시총회를 거쳐 발표된 보도자료에 의하면, 그 맹원에 양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심훈(상록수의 작가), 조명희, 김기진, 이상화, 김동환 등 기라성같은 위대한 작가들이 보인다. 이처럼 양명은 조선공산당의 청년회와 카프로 이어지는 넓은 인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스끄바에서 대학 연구원으로
그는 1929년 5월 길림(吉林)에서 개최된 조공 재조직대회에서 한위건과 함께 조공의 선전활동을 전담했다. 1930년 3월 천진(天津)에 조선공산당의 선전활동 기지를 건립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1931년경 소련으로 망명해서 12월 모스끄바 동방노력자공산대학 연구원이 되었다. 1932년 모스끄바에서「만주사변과 조선」,「조선의 민족개량주의에 관해」를 집필하여 코민테른 간행물『민족식민지문제 자료』에 게재했다. 1934년경 모스끄바에서 외국문 출판사 한글 담당 직원이 되었다.
특히 그는 제3차 조선공산당 시절에는 윤택근(윤일), 김응수(김광, 해방후 거제도인민위원회 위원장, 조선공산당 거제도야체이카 책임비서)와 함께 활동하였고, 윤일은 양명과 함께 제4차 조선공산당 조직에 참여하여 항일운동을 펼쳤다.
양명은 1934년 소련에 있다가 만주사변을 계기로 국내외적으로 사회정세가 격변하여 연락지도가 극히 곤란하게 되자, 1937년 5월에 다시 입국하여 김포군 내에서 '조선공산당 연구회(朝鮮共産黨 硏究會)'를 조직하여 농촌을 중심으로 당재건활동을 하다가, 1937년 6월에 김포경찰서에 채포되었다.
해방시에는 모스끄바에 있었으나 해방 직후 발표된 인민공화국의 후보중앙인민위원회 명단에 들어 있었다. 또한 그의 부인은 조원숙(趙元淑) 선생으로 일제 때부터 근우회의 중심인물이었다.
그는 해방후 김일성을 만나기도 했으며, 소련에서 공산대학 교수로 재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제식민지 전시기에 걸쳐 공산주의운동을 이끌어낸 혁명가인 그는 북경, 만주, 소련지역을 오가면서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하였으며, 또한 국내 민족해방운동가들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다.
거제지역에서 강연과 연설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당대의 문필가로 알려지기도 했다. 카프의 이론적 지도자였고, 문학평론에 있어 불셰비키문예관을 정립하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데 스탈린에 의하여 숙청을 당했다는 소문만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위대한 공산주의자이자 혁명가이며 문학평론가인 그는 소련의 황량한 땅을 떠돌고 있으니 선생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