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김재용(44·사진) 교수는 지난 2일 “2년 전 문학계 친일인사 42명을 뽑는 작업에서 청마 유치환을 넣지 않은 것은 자발성과 반복성, 그리고 내적 논리가 미약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친일 혐의 인사 15명중에 청마는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친일청산 시민행동연대(시민행동연대)는 2일 ‘친일청산 시민행동연대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단체의 발족과 함께 본격적인 친일청산 운동에 착수할 계획을 알리고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친일문학을 연구하는 원광대 김재용 교수를 초청해 ‘협력과 저항-청마 유치환의 친일 작품과 활동’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김 교수는 강연에서 청마의 친일혐의에 대해 “지금까지 친일 문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작품 <수>보다 친일 빛깔이 확연한 <전야>와 <북두성>의 존재가 부각됐다”며 “하얼빈 협화회에 소속돼 있었다는 정황증거도 친일에 대한 자발성과 반복성을 확인시켜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마의 친일에 대한 내적 논리가 미당 서정주와 유사하며, 이들의 논리는 대단히 철학적이고 공고한 것이었다”며 “시기별로 볼 때 아시아는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일본의 제국주의를 ‘진보’고 ‘해방’이라고 주장한 2차 친일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청마는 1940년 가솔을 거느리고 통영을 떠나 5년 가까이 만주 하얼빈의 초야에 머물며 2차 친일의 내적 논리에 기울어 철학적으로는 근대 초극론, 정치적으로는 대동아공영권에서 ‘생명’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이 시기 청마의 친일은 뚜렷하고 또 자발적이었다고 결론짓고 이 당시 친일하지 않은 문인이 친일한 문인보다 5∼6배 많았는데도 이같은 사실이 연구 부족으로 모른채 넘어가고 있다”며 “친일하지 않은 문인을 적게 드러냄으로써 ‘시기가 시기인지라 대부분 친일할 수밖에 없었다’라거나 ‘무서워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친일했다’는 정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김재용 교수는 1960년 통영 출생으로 연세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원광대 국문과 교수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민족문학 운동의 역사와 이론’, ‘북한 문학의 역사적 이해’ 등이 있다.  <통영연합신문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