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 영호남현대미술 초대전  
    
    공연기간 :  2004년 09월 21일 ~ 2004년 10월 24일 
  시연기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장연기소 :  전시실
  출연기연 :  영호남 작가 다수
  가연기격 :  무료 
   
 거제문화예술회관 개관 1주년 기념 초대작으로 영호남 미술의 특징을 비교해 보는 전시로 중진에서 신진에 이르기 까지 폭넑은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 작가들은 개별지역의 미학적 특징을 대표하고 있는 작가들로 선정해 영남과 호남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역간의 차이를 확인하고 소통하고 확대하기 위한 초대전 이다.

o 이영준(큐레이터)

지역 미술은 당연히 한국 현대미술의 보편성을 넘어 존재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적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지나친 편견이다. 지역미술은 우리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 위에서 그 특수성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너무나 일반적인 이야기 같지만 지역 미술에 대한 오해가 상당 부분 여기에서 기인되었다. 한때 부산은 형상미술이, 대구는 구상이, 광주는 민중미술 계열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범속한 이해는 개별 지역이 가지고 있는 미술의 다양성 혹은 보편성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지역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자칫 지역의 대표적인 장르나 특정사조를 강조하는 것처럼 비추어져서는 곤란하다. 지역의 특수성은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다른 지역과의?편차?를 분석, 그러한 차이를 가능하게 한 연원을 밝히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전시에 참여한 영남지역작가들은 이 지역의 미술을 대표한다기보다는 세대별로 혹은 시대별로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예를들어 현실주의 미술의 방법론에 천착했던 노원희나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형상조각의 영역을 확장했던 김정명, 80년대 부산의 형상미술의 핵심적인 작가 예유근, 그리고 전통회화의 방법론과 현대미술의 미감을 독특하게 결합하고 있는 김양묵 등은 지역 현대미술운동의 양상을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또한 조각에 움직임과 환경적 요소를 끌어들이는 백성근, 심리주의적인 회화를 선보이는 전혜원,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신세대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박미경 등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지역미술의 풍향을 감지하게 해준다.

o 김정명

김정명은 한국현대미술사에있어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이다. 집단적인 미술논리가 거점을 형성하고있었던 70년대부터 작가는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위트있는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한국현대미술의 관념성과 개념에 전도된 지나친 의미의 과잉을 생각해보면 작가의 작업스스타일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미술평론가 이동석이 “뒤틀린 유머와 위트,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 교차와 혼성, 일상의 반사와 역사적 회고를 통해 탐색가능한 미술의 진폭을 최대한 가름해 왔다”는 언급처럼 작가는 각 시리즈마다 뛰어난 조형적 순발력과 기치를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이번에 출품한 말풍선시리즈 역시 팝적인 시선이 결합된 조각들로 만화에서 사용되는 말풍선의 형식을 빌어 엄숙한 미술의 권위를 다시한번 되묻고 있다.

o 김양묵

김양묵의 작품은 한때 아카데미즘의 전형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대나무 변주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조형적인 실험을 감행하게된다. 전통의 미학을 관념이아니라 구체적인 조형원리로 수용하려는 의지가 발현된 대나무 변주시리즈들은 구축적인 서구회화의 방법론과 일획과 기운을 중시하는 동양회화의 미감이 동시에 내재되어있다. 작가는 두 상이한 조형원리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넘어 반복과 수련을 통한 화학적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o 노원희

노원희는 현실주의 미술의 근간이 되는 현실과 발언 창립멤버로 예술과 현실참여의 방법론을 일관되게 추구한 작가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을 일반적인 민중미술의 범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작가는 끊임없이 현실과 참여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그 과도했던 정치성에 경도되지 않았던 몇 안되는 작가중의 하나이다. 노원희는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구호화된 슬로건이나 아젠더를 거칠게 드러내는 법이 없다. 오히려 일상 속의 미묘한 심리적 흐름속에 역사의 현실을 대비시키거나 자전적인 네러티브와 사회현실을 만나게 하는 독특한 방법론을 선택한 작가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시적인 함축성과 은유적인 상징이 깃들어 있어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준다.

o 전혜원

전혜원은 일상의 한순간을 각색해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스냅사진과 같은 단조로운 화면의 구조는 작가 특유의 색채와 인물묘사로 심리적인 화면으로 변화된다. 폭넓은 형상미술작가군이 존재했던 이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때 전혜원은 새로운 트랜드의 형상미술 작가군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전세대들이 문명과 사회와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의견개진이 많았던 것에 비해 최근 젊은 작가군에서 나타나는 미시적인 심리를 표현하는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o 박미경

이번 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어린 작가이다. 작가는 놀라운 작업량과 근성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그녀의 그림은 온통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것들이다. 작가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성적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제도와 규범들을 조롱하듯 성적기제들이 화면의 전면에 펼쳐져 있다. 남녀의 성기가 과도하게 강조되어있거나 동물처럼 변형된 인물의 형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작가의 드로잉은 분열적이다. 하지만 마치 키이스 헤링(Keith Heriling 1958-1990)이 그랬던 것처럼 박미경 역시 심각한 주제를 재치있게 실어나르고 있다. 과도한 표현과는 달리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성은 페미니즘이나 프리섹스, 성적 억압과 해방과 같은 무거운 담론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주제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으로 형식적 묘미를 잃어버리고 마는 일반적인 신인들과는 달리 작가는 남다른 균형감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주제에 대한 호소력 보다는 분명 그 형식적 특성이 압권이다. 내용과 형식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나 작업의 개념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주는 박미경의 작업은 신세대적인 감수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o 예유근

예유근은 80년대 부산의 형상미술을 견인했던 작가중의 한사람이다. 프로타쥬를 이용한 초기작이나 회화와 오브제를 결합하고 있는 작품 등 작가는 부단한 형식적 실험으로 회화의 존재방식을 확대해 오고있다. 작가의 작품에는 문명과 인간, 실존과 시간 등 삶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있다.

o 백성근

백성근의 가장 큰 특징은 무동력의 키네틱 조각이라는 점이다. 키네틱 조각의 양극점을 팅겔리와 칼더로 설정한다면 백성근의 작품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선호한 팅겔리보다는 자연의 움직임을 이용한 칼더와 더 큰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움직임을 추구했던 키네틱 조각의 형식적 한계를 넘어 자연과 인간, 테크놀로지와 자연, 문명과 문화의 화해를 추구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으로 나아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