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옛 거제대교에 대해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님의 의견을 전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작년 부산의 영도다리에 대한 보존과 철거 논란에 이어 옛 거제대교의 관리권을 두고 경상남도와 거제시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고 한다.

1971년 개통된 왕복 2차선의 옛 거제대교는 1999년 왕복 4차선 새거제대교가 건설된 이후 사실상 국도로써의 기능을 마감한 상태에서 관리권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경상남도를 거쳐 다시 거제시로 넘겨졌다.

그러나 교량 길이 740m, 너비 10m의 통영시와 거제시를 잇는 연륙교인 옛 거제대교는 유지보수에만 매년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자칫 관리권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관리부실로 이어져 대형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행정절차에 대한 해석차이를 떠나 시민의 안전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거제시가 적극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나서기를 바라면서, 현재 거제와 통영을 연결하는 육로교통은 새거제대교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옛 거제대교를 철거하거나 새로운 목적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거제대교가 놓인 곳은 학익진(鶴翼陣)하면 떠오르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의 주요무대인 견내량이다. 견내량은 통영과 거제를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남쪽으로는 한산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섬들이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바다의 문경새재로 불릴 정도로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른 곳으로 이순신 장군은 견내량을 내어주는 척 적을 유인한 후 바다 한가운데에서 학익진을 벌려 다시 포위함으로써 빠른 물살에 갇힌 적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

만약 거제대교의 재개발이 가능하다면 이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견내량의 환경을 추가 훼손없이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해상산책로가 중심이 되는 해상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도로의 기능을 새로 건설된 교량에 넘겨준 마당에 수명이 다한 노후교량을 해마다 유지보수비를 투입해가면서 붙잡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해양 시설을 재개발한다면 진입도로 등의 기반시설 조성이나 어업권 보상이나 해저기초공사 등의 절차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옛 거제대교를 해상공원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은 환경적인 측면은 물론 공사비용이나 인허가 절차상 부가적인 장점 또한 크다고 생각된다.

이 해상공원의 개략적인 모습은 현재의 차량통행을 위한 육중한 교량의 상판을 들어내고 교각의 높이도 낮춘 다음 이를 활용하여 해상조망과 위락이 가능한 해상공원(Pleasure Pier)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교각과 교각 사이는 경량철골 구조로 연결하고 상부에는 목재마루판을 깐다면 자연환경과의 이질감을 한층 줄일 수 있는 설계가 될 것이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도입 가능한 시설로는 해상산책로를 중심으로 벤치, 전망대, 기념품매장, 음식점, 낚시잔교, 전시시설, 위락시설, 숙박시설 등등이 해당된다.

견내량의 수로는 소형어선들의 입출입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삼성조선를 비롯한 주변의 중소형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들의 항로로도 이용되기 때문에 몇몇 교각 사이는 완전히 개방하거나 기존의 높이를 유지하되 이용객들의 이동과 안전을 위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캡슐형 통로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가로 강구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롭게 만들어진 새로운 시설물은 거제의 상징적 관문이자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공간은 물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여가와 위락을 제공하는 친수공간으로써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해양관광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는 있으나 특징적인 해양이벤트 또는 해양관광시설이 부족한 거제의 여건상 옛 거제대교를 해상공원으로 재개발하는 계획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한 주제인 만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준비된다면 민자유치에도 그다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재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해안에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위락형 해상잔교' 쯤으로 번역되는 '플레저 피어(Pleasure Pier)'라고 불리는 해상공원들이 여럿 있다. 이들 중에는 처음부터 위락용으로 건설된 것도 있고 기능이 다한 교량을 위락용으로 재개발한 경우도 있는데 이들 사례들을 모아 우리 나라의 여건에 맞추어 재구성한다면 옛 거제대교는 관리권을 두고 핑퐁 신세를 받는 천덕꾸러기에서 획기적인 해양관광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