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 ‘홍포-여차 해안경관도로 계획’에 대한 몇가지 제안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

남부면 여차리와 홍포리를 잇는 해안선은 개발과 관광객의 유치라는 명분아래 인공적인 구조물로 전국의 해안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남아 있는 몇 되지 않는 비경중의 비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인근의 넓은 사장을 가진 명사해수욕장과 몽돌로 이루어진 여차해수욕장은 자연 속에 묻혀 뜨거운 여름을 잊을 수 있는 훌륭한 피서지이다.

일찍이 이 지역은 한려해상공원구역에 속해 개발이 제한이 되었으며, 도심권에서 멀어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 않고 인근 해금강이 위치한 갈곶리와 몽돌로 유명한 학동에 가려져 다행히도 지금까지 개발의 칼날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지역이다.

지난 19일 거제시는 여차리와 홍포리간을 연결하는 '홍포-여차 해안경관도로 계획(안)' 용역착수 보고회를 가졌다. 이 계획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국립공원과 차별화된 천혜의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활용한 테마공원을 조성하여 거제관광활성화와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한다.

계획의 기본구상은 총길이 3.5km, 폭 5~6m의 해안경관도로의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2010년까지를 계획기간으로 정하고, 일반차량출입을 통제하며 포장공사 후 유료 트림카를 운행하며, 기반조성을 마친 후 민자유치사업으로 전환해 수익시설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전에도 홍포전망대나 명사를 접점으로 홍포-여차-다포로 환상순환 연결되는 이 지역에서 홍포의 반대편에 있는 다대와 여차를 연결하는 마차로 연결하는 구상 등도 논의가 있었으니 이번 계획이 그다지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거제시가 본격적으로 이 지역의 개발을 시도하고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지방자치제도의 정착기에 들어서면서 강화된 지방정부의 자치권한과 대폭 개발규제가 완화된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포함된 홍포 및 여차 지역의 개발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것이다.

한려해상공원을 비롯한 해금강, 거제지역 내에 산재한 학동 구조라 와현 명사 함목을 비롯한 지역 내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 다도해의 조망을 덤으로 안겨주는 노자산 가라산 등 많은 산봉우리 등 거제의 자연은 우리 나라 제 2의 섬,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는 지리적인 위치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넓고 다양하다. 지명의 하나인 구천계곡과 칠천도를 빗대어 우스개 소리로 하는 ‘거제에는 구천 계곡이 있고 칠천 섬이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실감될 정도로 거제의 산과 들은 높고 깊으며 바다는 넓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넓고 수려한 자연적 경관과는 대조적으로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소로 대표되는 산업관광지를 제외하고나면 마땅히 보고 즐기고 쉴 수 있는 관광시설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90년대 이후 들어 선 외도해상공원, 포로수용소유적관 자연자연예술랜드 어촌민속박물관 옥포대첩기념공원 등이 그러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었지만 아직까지도 거제의 관광인프라는 빈약하기만 한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홍포-여차 해안경관도로 구상은 환영받아 마땅하지만, 거제라는 지역차원을 넘어 몇 남지 않은 해안비경을 잃게 되는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된다.

용역착수회에서 개략적인 구상을 발표한 것을 확정된 계획으로 받아들일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몇 가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지적하면서 보다 신중한 계획마련을 거제시와 시의회, 용역기관에 당부하고자 한다.

□ 트림카 도입에 대한 견해

먼저, 홍포-여차 도로에 대한 성격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새롭게 해안순환도로를 만들거나 기존 이 길을 주된 접근로로 사용하던 홍포 및 여차의 주민들에 대한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계획자체가 구상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 공중의 통행에 이용되는 길을 대체도로없이 임의로 막을 권한은 비록 행정자치단체라 하더라도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계획의 핵심 중의 하나인 트림카의 성격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구상에서 거론된 트림카(관광객 전용 통행 또는 유람시설)는 현재 구상된 표고차가 비슷한 산아래를 가로질러 홍포마을(주차장)과 여차마을(주차장)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기존의 도로노선을 이용할 경우관광객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반발로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자가 차량을 이용한 방문객들은 직접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서 해안절경의 감상은 물론 동선의 중복없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현재의 길을 트림카 왕복요금을 지불하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즉, 트림카는 한 지점을 정해 순환하거나 막다른 곳을 왕복하는 개념이지 통과교통 또는 비슷한 표고차의 동일구간을 왕복하는 노선에 배치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현재의 구상은 조금 무리하게 비유하면 자가용으로 부산-대구-대전-서울을 가던 사람에게 부산-대구까지는 자가용으로 간 후 차를 잠시 대구에 맡겨두고 KDX를 타고 대구-대전을 왕복하여 다시 대구에서 승용차를 끌고 가라는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KDX를 타기 위해 KDX의 요금에 자가용 주차비용과 시간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버스나 자가용 단체관광객들이라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왕복 이용보다는 아마도 한사람은 차를 몰고 반환점으로 가고 다른 사람들은 트림카로 편도관람만 한 후 합류하는 반쪽짜리 이용이 될 것이다.

즉, 현재의 도로의 일반통행을 통제하고 유로 트림카를 이용한다는 계획은 도로의 성격변경에 대한 주민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렇다고 해도 명사 또는 다대를 정점으로 홍포-여차를 순환하는 지역전체를 순환하는 노선이 아니라면 그 효과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현재의 홍포와 여차를 이어주는 비포장 길은 차 두 개 피해가기에 빠듯한 폭이니 트림카와 승용차를 같이 다니게 하기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자연경관을 즐기자고 산허리로 더 들어낼 수도 없으니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 도입시설 구상에 대한 견해

용역착수 보고회에서 거론된 주요 도입시설들을 보면 자연공원법에 입지가 가능한 시설인 교통운수시설(도로, 주차장), 휴양 및 편의시설(화장실, 휴게소, 전망대 등), 문화시설(전시장, 식물원, 자연학습장 등) 공원탐방객을 위한 시설과 함께 맨발로 걷는 거리, 분재원, 전망대(데크) 수목터널 등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홍포-여차 도로의 화두는 대?소병대도를 비롯한 다도해와 해안의 기암절벽, 푸른 나무들과 때론 붉은 낙조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없는 거제만의 절경을 보여 주자는 것이 되어야하며 굳이 자연학습장이나 식물원, 수목터널 등을 만들지 않아도 자연적인 생태계가 훌륭히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만일 거론된 시설들이 모두 들어서게 된다면 더 이상 홍포와 여차만의 자연미를 잃어버리고 그저 그런 관광단지의 하나로 남게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자연을 느끼고 숨쉬는 것에 부대되는 시설들은 홍포의 접점에 있는 저구나 명사, 여차의 접점인 다대에 설치하고 홍포-여차에는 경관도로의 정비와 전망대 휴게소 주차장 등에 한해 시설의 신규설치를 제한하고 지역 내에서 직접 입지가 필요한 상업시설들은 기존의 취락구역과 자연발생유원지의 주택과 시설의 최소한의 정비와 개조를 통해 확보하는 것만이 자연의 훼손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을 위한 몇 가지 제안

홍포와 여차는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대규모의 기반시설 투자가 없었지만 거제에 살거나 거제를 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때 묻지 않은 최고의 자연풍광으로 대접받는 곳이다.
이러한 자연비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개발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테마파크와 같은 단지계획이 아닌 주변지역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되 홍포와 여차의 비포장도로 구간은 최대한 현재 상태의 자연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첫째, 계획의 범위를 홍포-여차에서 주변의 저구, 명사, 다대, 함목, 해금강을 기능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교통 및 동선계획, 시설배분 계획이 구상되어야 한다. 특히 명사-홍포-여차-다대-명사로 이어지는 환상순환 연결노선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계획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홍포-여차를 잇는 길의 주변은 국유지는 물론 사유지가 뒤섞여 있는 곳이며, 도로 또한 주민과 지역민들의 통행에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지역적 성격을 가진 곳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보완이나 대책을 제외한 상태에서 테마파크의 건설을 위해 지역에 울타리를 치고 도로를 가로막고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는 점을 거제시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기존 비포장도로는 트림카가 아닌 보도와 차량을 위한 드라이브 코스로 정비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하여야 한다. 즉, 유료가 아닌 무료도로로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홍포-여차 구간에 대한 별도의 시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전망대 만을 설치하고, 홍포 및 여차 입구의 취락지역 내에 각각 휴게소와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경관의 훼손을 최소화한다. 필요하다면 일부 제한된 지역을 정해 해안선 가까이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통행로를 개설하도록 한다.

다섯째, 트림카에 대한 대안임과 동시에 관광객 유인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홍포 및 여차의 초입의 휴게소와 주차장과 연계하여 조망권이 훌륭한 망산의 중턱까지 연결되는 전기로 운행되는 공중궤도열차를 설치하고 중턱-정상까지는 등산로를 정비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전기로 운행되는 공중궤도열차는 홍포-여차의 절경지역을 비껴난 지역에서 식생이 우수한 지역을 피해 교각의 형태로 기초를 설치한다면 자연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공원법에서도 도로(탐방로 포함)·주차장·교량·궤도·삭도 등의 교통·운수시설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환경부와의 협의에 따라 공중궤도열차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아직 용도를 찾지 못해 방치되어있는 여차의 폐교를 이번 계획에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