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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윤석희]'히말라야의 야크'수필가, 수필과 비평,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서정자  |  jj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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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9.27  08: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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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의 야크
                                                                             윤 석 희
먼데를 향해있다. 초점 없는 시선에 아픔이 배어난다. 큰 눈망울에 눈물까지 맺혔다. 태생

   
 
을 슬퍼하고 있을게다. 고개 너머를 그리는가보다. 들판을, 초원을 달리고 있으리라. 상념에 빠져 선채로 어둠을 맞을 모양이다. 순백의 설산과 석양을 등진 히말라야의 배경이 야크를 더욱 애잔하게 한다.

말과 산양과 낙타를 조합해 놓은 모양새다. 옆구리나 잔등에 나있는 긴 털이 여느 소하고는 다르다. 유난히 짧은 목이 다부진 의지를 드러낸다. 멋지지는 않아도 듬직해 뵌다. 높이 사천 미터 이하의 낮은 곳에서는 살 수 없게 되어 세상 어느 동물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세속과 오염에 물들지 않은 천상의 동물로 창조주께서 남겨두셨나 보다. 아니 사람들이 이곳에 살게 되면서 데려왔을 게 분명하다. 그리곤 고소에 적응이 되도록 진화한 소라고 쉽게 말한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고도 삼천 지대를 넘어서니 심상치 않다. 걷기도 어렵다. 두통과 호흡곤란 구토 증세까지 나타난다. 보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머리를 비운다.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띈다. 식욕도 달아나 먹지 못하니 기력마저 소진돼 쓰러질 지경이다.

딸랑딸랑 워낭소리가 구슬프다. 야크 무리 한 떼가 지나간다. 줄지어 산을 오르고 있다. 고단한 군상이다. 형벌처럼 등에 메인 짐 덩이가 버겁다. 모두 혓바닥을 늘어뜨렸다. 몸이라도 가벼우면 나으련만 육중한 놈들이 고산증을 극복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만큼 호흡도 거칠고 비 오듯 땀도 흘린다. 발걸음도 천근만근이다. 죽지 못해 기어오르는 것일 게다. 주위를 살피지 않으며 묵묵히 걷는 모양새가 처연하기만 하다. 그렇지. 제 놈들이라고 별 수 있을라고. 이곳이 서식지라지만 힘겨운 모습은 숨길 수가 없나보다. 다시 쳐다본다. 동류의식이 생겨서일까. 헐떡거리는 꼴이 더욱 안쓰럽다. 나야 싫으면 내려가면 되지만 여기서 목숨 부지해야하는 놈들은 어찌 견뎌야 하나

이곳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며 물류이동의 주역이다. 등에 사람을 태우기도 하고 주로 고지대로 식량과 생활용품을 실어 나른다. 혹한의 계절이면 먹이마저 궁핍해 위기를 겪는다. 평생 노역만하다 죽어서는 고기, 가죽도 내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평소엔 우유나, 버터 치즈 같은 유제품도 제공한다. 인간의 추위를 막아주느라 털까지 깎인다. 배설물은 말려 연료나 건축자재로까지 쓴다니 히말라야에선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보물이다. 여기 사람은 물론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산다 하겠다.

직접 보기 전엔 알지 못했다. 짐 지고 산을 오를 때 그리 힘겨워하는 줄을. 진화란 결코 살기에 편리하게 변화된 것이 아니다. 진행되는 과정에서 개체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살기위해 죽기 살기로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 진화의 속내이다. 모든 생명체가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것은 태어난 과제이며 운명인 것 같다. 남극에서 사는 펭귄이며 사막에서 살아가도록 진화한 낙타도 마찬가지 일게다.

극한상황을 이겨내야만 살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내 집에 세 들어 사는 이주여성을 보면 애처롭기 그지없다. 여리고 곱고 나 어린 처자다. 가난한 부모 형제를 떠맡아 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타국에서 눈치하나로 버틴다고 해야겠다. 사람도 언어도 음식도 설어 어려움을 겪는다. 아비 같은 이국남자와 부부의 연을 맺고 적응하느라 기를 쓰고 있다.

참으로 대견하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중병인 시모 수발까지 짊어졌다. 고된 농사일과 집안 살림, 한국어 공부, 요리 수업, 풍습도 자연도 다른 환경에 온몸을 맡기고 순응하려 버둥댄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쉼 없이 동분서주한다. 행복하게 살 거라며 의지를 보인다. 한눈팔 여유도 없다. 고향산천을, 가족이나 친구를 그리는 일조차 사치라 했다. 그저 소처럼 꿋꿋이 일상을 살아낸다.

웬일일까. 많이 야위었다. 큰 눈이 더 커 보인다. 곱던 얼굴도 거칠어졌다. 밭 가운데 주저앉아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이 없다. 어설프게 웃기만 한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슬퍼 보인다. 노망 난 시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발길질을 당했다나. 순간 노을 속에 멍청히 서있던 히말라야의 야크가 떠오른다. 삶의 멍에를 지고 고지를 오르는 중이다. 숨이 차고 버거워 속도를 내지 못한다. 허나 죽을 각오로 노력하면 종국에는 적응하지 않을까. 환경에 걸맞게 진화되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듯 새 한국인으로 다시 나라고 힘을 실어주고 싶다. 죽어서까지 보시하며 살아가는 야크처럼 헌신의 삶을 살아내라고.

▓ 약력 ▓
*수필가, 계룡수필문학회원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원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바람이어라》, 《찌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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