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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김향란]'한포진'수필가/전문상담사, 독서치료사
서정자  |  jj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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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05  10: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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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포진
                                                                                     김향란

   
 
상담 받는 아이가 앞에 앉아 끊임없이 손톱을 물어뜯는다. 여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어 상담이 의뢰된 학생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고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상담실에 오는 학생은 대부분 비호의적이다. 평상시에도 손톱을 뜯는지 제대로 자란 손톱이 없다. 결국 피가 나자 멈춘다. 그러더니 손가락만 만지작거린다. 내 손도 근질거린다.

언제부터인가 왼손 새끼손가락 안쪽에 수포가 생기더니 수포가 터지면서 점점 번지는 것이다. 그것이 벌게지면서 자꾸 가렵다. 해마다 발바닥에는 생겨도 손에 생기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 끝 무렵이면 발바닥 안쪽으로 조그맣게 수포가 한두 개 생기다가 며칠 안 되어 발바닥 전체로 번진다. 가렵기도 하고 물집이 터지면 피부가 벗겨져 피가 나기도 한다. 걷기조차 힘들 때도 있다. 뜨거운 한여름에는 오히려 생기지 않는데 약간 찬바람이 불 때쯤 생겼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사라진다. 그런데 손가락에 생긴 수포는 집에 있는 연고를 발라도 낫지 않고 오히려 더 발갛게 변하면서 가렵다.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발바닥처럼 감출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결국 병원에 갔다. 의사는 그냥 손가락 한번 보았을 뿐인데 ‘한포진이네요’ 라고 말한다. 나에겐 생소한 단어다.

한포진은 습진과 유사하지만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습진은 전염성이 없는데 반해 한포진의 경우 함부로 물집을 터트리면 옮을 수 있다. 약품을 많이 만지거나 면역력이 약해져도 생길 수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유 없이 단박에 생기지는 않는다. 슬그머니 양말을 벗어 의사에게 발바닥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발바닥도 한포진이란다. 손가락은 발바닥에서 옮은 것이라며 같은 약을 처방해 준다. 집에서 무좀이나 습진 약을 함부로 바르면 더 위험할 수 있으니 꼭 처방해 준 약을 사용하라고 의사는 당부한다.

받아온 연고를 며칠 바르고 나니 가려운 것도 사라지고 일단 벌겋게 달아오른 환부의 색깔이 점점 옅어졌다. 진작 병원에 가서 치료할 걸 몇 해째 고생한 것이 미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도 잘 모르면서 대충 지레짐작으로 아무 약이나 바르다가 더 심해진 꼴이다.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내가 주로 상담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학교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부모의 권위적인 태도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한 아이들은 밖에서도 사람관계를 맺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만을 품고 사람을 대할 때 적대적으로 대한다.

여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그 학생도 결국 부모상담을 하다보니 원인은 부모에게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부모는 요구만 했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해도 불같은 성격의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았고, 또 잦은 이사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힘에 겨웠음을 알 수 있었다. 과도할 정도로 엄격하게 다루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지금 표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잘못되었다. 무서운 아버지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고 그보다 나약한 엄마나 동생, 친구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처럼 여교사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부부라서 주말에만 아버지를 만나는데도 아이가 극도로 불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도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도 남편과 떨어져 있는 것이 편하고, 남편이 일로 집에 오지 못하게 되는 날은 오히려 기쁘다고 한다.

상담을 마치면서 어머니께 가까운 상담실에서 부부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일 년이 지난 지금은 약물치료를 하면서 학교도 잘 다니고 교우관계도 많이 좋아졌다. 아버지도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아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끔씩 그 어머니가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그때 자신이 했던 방식대로 덮어두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자신의 가정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무섭다고 한다.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지만 가족들이 화목하고 화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릴 들을 때면 보람도 느낀다. 더 늦지 않은 시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나 또한 기쁘다.

어쩌면 그 학생도 발바닥에 생긴 작은 수포처럼 어린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분노의 수포들을 내면에 키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너무 가려워서 터트렸더니 주변에로 번져갔을 것이다. 그 수포가 점점 커져버려 이젠 자신도 어찌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금은 내 손가락에 있던 수포도 다 사라졌다. 그냥 우연히 생기는 것으로 여겼었는데 원인을 제대로 알고 치료를 받으니 훨씬 빨리 완치가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든 단순한 우연은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인연들이 얽혀 지금의 내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 약력 ▓
*수필가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전문상담사, 독서치료사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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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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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수 2016-02-15 23:07:35

    거제에 거주하는 제 아내가 손바닥에 한포진증상을 보이네요.님께서 말씀하시는 증상과 동일한데 아이들과 늦게까지 일하는 저때문에 멀리 외출할수도 없고 그냥 있자니 너무 괴로워해서요.거주하는곳과 가까운 전문병원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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