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임 경 희
오리발을 신는다. 수영이 서툰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물에 뜨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의지하는 데가 있으니 능숙하게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익숙해지면 속력도 내어볼 참이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영락없이 오리발을 닮았다. 오리발은 오리라는 날짐승의 발 모양을 보고 만들었을 것이 뻔하다. 이것을 달리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기본적 의미보다 부차적 의미에 치우친 풀이만이 실려 있다. 그 덧씌워진 뜻으로 널리 통용될 때에는 사전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전에 올라 있는 '오리발'의 뜻은 세 가지 정도이다. 물갈퀴와 같은 뜻으로 올라 있다. 오리, 기러기, 개구리 따위의 동물들은 발가락 사이에 막이 있어 헤엄치기에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물갈퀴다. 잠수부나 특수 수영을 하는 사람이 물속에서 속력을 내기 위해 양쪽 발에 착용하는 기구도 오리발이라 한다. 다음은 신체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가 붙어버린 기형의 손발을 이르는 말로 그런 기형의 손발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또 다른 뜻은 엉뚱하게 부리는 딴전을 비유하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속담에서 유래되었다. 원래의 말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어 놓는다'이다. 분명히 닭을 잡아먹은 것을 알고 있는데, 자기는 닭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오리를 잡아먹었다고 잡아떼거나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빗대는 속담이다. 이 속담에서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다른 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쓴다. 이 말을 줄여서 '오리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딴전 부림'을 나타내기도 한다.
‘오리발’이 세 번째의 의미로 내게 다가온 사건이 있었다. 첫 만남에서 그는 나에게 너무도 호의적이어서 참 기뻤다. 관심이 많이 갔다. 누가 챙기지 않아도 스스로 일처리를 하려 앞장섰다. 믿었다. 일정 부분을 맡겨도 보았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지나친 우월감을 가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화살이 되쏘아 오기도 했다. 속이 편치 않았다. 왜 그러는 것일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만 태웠다.
스스로 위안의 말로 나를 다스렸다. 언젠가는 나의 진심을 알게 되겠지. 인내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몇 달 동안 그에게서 나는 투명인간이었다. 나의 위치는 없었다. 점점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자신이 어디에 서면 제일 이득이 되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되고 치를 떨었다. 하루 한 시간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이 십년을 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에 관해서라면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내 인생의 오점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서 인내했다. 내가 맡은 일들을 완벽히 처리해줌으로써 어려운 일들이 쉽게 넘어가기를 바라면서.
어느 날 그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싶다는 속내를 비쳤다. 그러나 며칠 지나고 한 사건이 있었다. 나를 거쳐 일처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대로 일처리를 하고 행동하는 것에 따끔한 한마디로 충고했다. 그런 후 복도를 지나 그 사람의 울음 섞인 소리를 엿들을 수 있었다. 함부로 욕설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상사로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나라님도 앞에서는 욕설하지 않는다는데 대놓고 한 소리는 아니지만 엿듣게 되는 한마디로 정말 기가 막혔다. 다시 불러놓고 물으니 자기는 그런 소리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였다. 한마디로 오리발이었다. 기가 막혔다. 아무도 그런 험한 말을 지어낼 리 없지 않느냐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하소연한 사람에게 가서 다시 다그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발전이 있다. 무엇을 잘못하고 있고, 그 잘못을 알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자기의 치부가 들쳐지는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잘못되었다고 뒤집어씌우는 경우가 있다. 또 자기의 할 일을 잊은 척하거나 실수를 모르는 척하는 직무유기를 보이기도 한다. 정말 황당하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런 행동을 바르게 고쳐 주려 하면 곧 상대방의 속내를 알아차린다.
배신감에 황당함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격이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방향이 나아가면 무한한 발전이 되고 보다 나은 인생이 펼쳐질 것이며 행복을 누릴 법도 한데 정말 실망스럽다.‘오리발’이 세 번째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 갈래의 뜻이 아닌 좋은 의미로의 오리발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발전을 의미하며 어려운 이의 힘듦을 밭쳐주는 오리발이었으면 좋겠다.
▓ 약력 ▓
*수필가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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