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五而志于學), 서른에 스스로 일어서고(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에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논어 위정편을 통해서 공자가 만년(晩年)에 회고한 말임을 알았다. 이 부분 다른 것은 모두 이해가 가는데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다’라는 말뜻은 여전히 알 길이 없었다. 어렴풋이 어떤 심오한 철학을 간직한 말 같기도 했다. 결국 이 말뜻을 알아내지 못한 채, 세월은 지천명을 지나 중반을 훌쩍 넘어버렸다. 언젠가 나에게도 천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알지 못한 채 칠 년여 세월이 흘러갔다.

어느 날이다. 갑자기 오른쪽 허리가 묵직해지더니 굉장한 통증이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은 더 심해졌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나중에는 말할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아픔이 심했다. 이대로 죽는가 보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옆구리를 받치고 아픔을 이겨 보려고 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응급실 의사는 ‘요로결석’ 증세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다. 응급실 베드에 누이고 링거를 꽂았다. 엉덩이에는 진통제를 놓았다. 그래도 통증이 진정되지 않는다.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는 허둥지둥 정신이 없다. 간호사한테 달려가 애원하다시피 한다. 침착한 건지, 워낙 자주 겪는 일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간호사의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아내가 몇 번을 쫓아갔을까, 그 때서야 못 이기는 척 링거에 진통제를 섞어 혈관 속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두 차례 진통제를 맞고서야 그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서 정밀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사결과는 요로결석이 확실했다.

수분 섭취를 많이 하게 되면 소변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는 크기였다. 요로결석은 산모의 출산 고통과 같다 하여 ‘산통’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혈압도 높다. 중증 고혈압 수준이다. 놀라서 그렇겠지 했는데, 좀처럼 혈압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대로 두면 언제 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하는 수 없이 혈압 약을 장기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