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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조혜경]생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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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0  15: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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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차이

                                                                                                                 조 혜 경

   
 
거실 텔레비전 앞에 조그마한 다육식물 화분 두 개가 놓여 있다. 사실 나는 다육식물이 어떤 식물을 말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선인장 종류를 그렇게 부르나 보다 할 뿐이다. 전자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어 컴퓨터 앞이나 텔레비전 앞에 놓아두면 좋을 뿐만 아니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하니 화초 가꾸는 것에는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식물이다.
우리 집에도 다른 집들처럼 화초가 몇 개 있긴 하다. 내가 키우려고 스스로 장만한 것은 없고 모두 집들이 때나 축하할 일이 있었을 때 선물로 받은 것들이다. 마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제처럼 나에게 맡겨진 화초들이다.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가졌거나 음이온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집안에 두면 도움을 받겠다 싶어 근근이 물을 줘 가며 키우고 있는 중이다.
꽃이나 화초가 주는 기쁨은 모르긴 해도 꽤 클 것이다. 하나의 작은 점이었던 씨앗이 오로지 흙과 물과 빛의 힘만으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어찌 경탄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도대체 그 작은 씨앗의 어디에 그런 과정을 진행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것인지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화초 키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싫어서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때가 되면 물을 주는 것은 그런대로 할 만하다. 시든 잎은 제때에 잘라주고, 잎사귀가 넓은 것들은 때때로 먼지를 닦아 주어야 한다. 해충이라도 생기는 날엔 약을 뿌려주어야 할 것이고, 화분보다 크게 자란 놈들은 분갈이도 해 주어야 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일이 내겐 왜 이리 귀찮고 복잡하게 여겨지는 것일까? 이런 스스로를 부끄러이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랴. 아닌 것은 아닌 것을.
엄마는 화초에 있어서는 나와 전혀 다른 분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한 뒷바라지 외에 오직 하나 관심을 갖는 분야가 화초 가꾸기인, 그야말로 꽃을 위해 사시는 듯한 분이시다. 엄마는 내가 화초를 데면데면 하는 것이 때론 이해가지 않는 듯 여기시면서도 “네가 지금은 아이들 키우느라 그렇지”하시며 나를 마음 편하게 해 주신다. 그러면 나는 또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 건 아니야. 아직 때가 아닌 것뿐이야.’ 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마는 우리 집에 오시면 다른 일 제쳐두고 화초 관리부터 들어가신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먹어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던 화초들을 신선한 새내기로 만들어 놓으신다. 그 방법을 보니, 시들어서 색이 변했거나 상한 잎들은 모두 떼어 내고, 필요 이상으로 웃자란 가지들은 쳐낸다. 화분받침에 달린 물받이가 넘치지 않을 정도로만 물을 주는 나와는 달리 엄마는 화분들을 욕실로 옮겨가서 흠뻑 물을 주신다. 분재가 하나 있는데, 그 나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가지 사이사이로 철사가 묶여 있었다. 나는 분재 모양을 잡으려면 원래 저렇게 키우나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엄마는 그 나무를 보자마자,
“아이고, 이 불쌍한 나무 좀 봐라. 쇠줄에 꽁꽁 묶여서 얼마나 아플까!”
하시며 그 철사를 모두 끊어 버리셨다. 분재가 다 그런 거 아니냐며 한마디 하려는 내 눈빛을 뒤로하고 엄마의 눈은 텔레비전 앞에 놓여 있는 다육식물에게로 옮겨졌다.
“얘들을 왜 이 앞에다 뒀냐? 텔레비전에서 전자파가 나와서 이 어린 것들에겐 좋지 않을 텐데…….”
라며 자리를 옮기려 하신다. 나는 얼른 엄마를 제지하며 나섰다.
“아이, 엄마, 그대로 두세요. 어차피 걔네들은 전자파 흡수하라고 거기 둔 거예요.”
말을 뱉어 놓긴 했는데 잠시 멍한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분재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철사 정도는 감아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내게 전해져야 할 전자파를 식물이 대신 흡수해 준다니 고맙긴 하다. 그러면 됐지, 또 뭐가 더 있겠나 했다. 그러나 세상엔 엄마처럼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내 생각이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만 대상을 판단한 경우가 또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본다. 세상 만물의 귀천을 나의 잣대로 규정지어 놓고 미물이라 여기던 것들을 하찮게 대한 적은 없었는지 반성해 본다. 잎사귀의 먼지 한번 닦아주지 않고 목마르게만 했던 화초들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다녀가신 후 오랜 속박에서 벗어난 분재는 신기할 정도로 생기를 되찾았다. 진작 그런 생각을 못한 내가 한심하게 여겨질 정도로 잎이 푸르러지고 튼튼해졌다. 그러나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텔레비전 앞에서 내가 내린 임무를 수행하던 다육식물 중 하나는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흙으로 돌아갔다. 작은 체구로 거대한 기계의 전자파를 감당해 내기가 힘에 부쳤을지도 모른다. 하나 남은 다육식물을 멀찍이 옮겨본다. 이렇게 하면 그 어린 것을 전자파의 희생양이 되게 한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까 싶어서.

▉ 약력 ▉
*통영 출생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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