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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혜] 아직도 남은 한 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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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2  15: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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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남은 한 박자

 


                                                                                                                                            차 은 혜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하나 둘, 하나 둘…….

아까부터 조그마한 녹음기를 놓고 노래를 부르라고 종용하는 중이다. 하라는 놈은 싫다고 몸을 빼는데 다른 녀석은 자꾸 제가 하겠다고 들이댄다. 하는 모양새가 누굴 닮아서……. 꼭 집어내지 않아도 다 안다.
야무진 구석이라고는 없고 순하고 착한 것이 흠이다. 그러다보니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고 아이아빠는 핀잔이다. 누이는 피아노를 치니 넌 바이올린이 어떨까. 살살 구슬려 시도를 했다. 학원으로 가는 누나와 달리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집으로 왔다. 하면서도 안 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안방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서툰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졸인다. 선생님이 바로 잡아주는 소리에 낑낑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덜컥, 쿵 심장 박동이 스톱이다. 자동으로 내달려 방문을 열고 안을 훔쳐보았다. 혹여 안 한다고 땡강이라도 할까 해서다. 예상 밖으로 순순하니 따른다. 그러면서 어미한테는 하기 싫단다. 지에미가 쩔쩔매며 하라고 그러니까 재미가 붙었나. 또 하기 싫단 말만 해 봐라 득달같이 철수다. 그러나 여러 번의 설득에도 아이의 투정은 지속적이다. 할 수 없이 도중하차.
태어날 때는 건강한 우량아였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나 행동도 빨랐다. 8개월쯤 되어서 홍역을 치른 뒤에 몸이 회복되지 않고 합병증으로 넘어갔다. 죽네 사네 주변 식구들 걱정을 몰고 다녔다. 알 수 없는 병명은 병원을 전전하게 만들었다. 살려달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빌러 다녔다.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살았다는 나와 시어머님은 조상님의 덕분이라고 말씀하신다. 모든 병마와 싸워 일어섰다. 그저 살아만 있어 다오. 몸이 아파 마음 졸일 때는 그냥 곁에 있어만 주면 모든 것을 다 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 마음은 건강해지면서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못해도 다른 아이만큼, 또는 더 많이 나의 요구는 한없이 늘어갔다. 자라면서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아 가까운 어린이 집을 보냈다. 부업을 하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덜고 싶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지내라고. 그러나 채 일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어린이 집을 그만 두었다. 유치원은 가기 싫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가는 날이여, 안 가는 날이여?’를 꼭 묻는다. 어찌어찌 구슬리고 달래 무사히 유치원을 마쳤다. 저리 가기 싫어하면 초등학교 때는 어쩔까 고민스러웠다. 그러나 싫다는 말없이 공부도 우수하니 해 졸업을 했다. 짠 것과 단 것을 헷갈려 하고 배고파와 배불려는 반대로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어릴 적부터 모험심도 없고 겁이 많았다. 자라면서도 새로운 것에 도전적이지 못하고 소심했다. 새로운 장난감이 생기면 덥석 만진 적이 없다. 괜찮은지 여러 번 건드려 보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하면 가지고 논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하지 않는 모범생.
대학 들어 갈 때까지 커피를 마신 적도, 노래방에 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한군데 몰입하거나 이것이다 느끼면 정신없이 달려간다. 초등학교 이 학년 때다. 우연히 길에서 담임선생님과 마주쳤다. 선생님 말씀인즉 심각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자주 다툰다고 했다. 너무나 뜻밖이었다. 집에서도 주위에서도 남과 다툰 적 없는 온순한 아이의 표상이지 않았는가. 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제 누이가 보고한 적이 있었다. 매일 울면서 선생님, 선생님 하며 다니던 동생을 보았다고. 그런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툰다니 믿어지지 않아 물어 봤다. 자꾸 우니까 친구들이 괴롭혀 싸우기로 했다고 했다. 나는 아이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자신이 잘 대처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어 주었다.
그런 그가 이르지 않은 35세의 나이에 어른의 반열에 입문했다. 하라고 해도 안 하던 결혼을 올해 마치며 난 무거운 짐을 벗어 놓고 가볍게 날고 싶었다. 그런데 끝난 것이 아니다. 직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겠단다. 한편으로는 혼자가 아니어 다행이라지만 말이 쉽지 그 나이에 아이도 낳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들어 온다. 좀 더 일찍이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 둘, 아, 아, 또 놓쳤잖아. 다시 시도.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할 생각이 없는 것이여. 이제는 박자를 놓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밀고 나갔으면 한다. 어느 것이 뒤고 앞인가 너무 망설이지 말고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과감하게 출발했으면 하고 주문을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세월이 어느새 종착지에 와 있다. 이미 너무 늦음을 후회하기엔 되돌릴 수도 없다. 이제라도 남은 시간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게 한 박자 빠르게 가면 어떨까. 그리고 이른 나이도 아니니, 저도 닮고 제 색시도 닮은 귀여운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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