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거제 삼거동 청사초롱 마을에서 '가을추억 만들기'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들녘은 황금색으로 변했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나락은 가을바람에 제 몸을 못 이겨 이리저리 춤춘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뭉게구름도 떠 있어 가을을 느끼기엔 제격이다. 산도 화려한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 출퇴근 하면서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월의 초순이다.

지금. 오십대 이상 어른들은 소위 말해, 대부분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라 말할 수 있다. 7살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소를 몰고 풀을 뜯게 하였다. 아니, 소를 모는 것이 아니라, 소한테 끌려 가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또 있다. 요즘 제 또래 아이들보다 덩치가 작았으면 작았지, 크지는 않았을 어릴 적. 제 몸보다 큰 지게를 지고 짐을 날랐다.

▲ 추억만들기 가을추억 만들기 축제장 입구.

▲ 황금들녘 거제 삼거동 청사초롱 마을에서 '가을추억 만들기'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당시 농촌지역에서 자란 어린아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 요즘으로 치면 도시아이들은 꿈도 꾸지 못했을 터다. 실제로 조카나이 7살 무렵,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7살 저 나이에 소를 몰고, 나무하러 가고, 지게에 짐을 지고 어떻게 날랐을까?"

황금빛 들녘이 아이들을 부르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릿고개를 경험한 도시지역 어른들에게도 들판으로 오라 손짓한다. 부르며 손짓하는 그곳에는 고달픈 삶이 있자, 잊지 못할 추억이 스며있다. 경남 거제지역 삼거마을에서 여는 '가을추억 만들기' 축제현장에서 풍성한 가을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도로를 지나다 나락 논에 선 허수아비를 보며 차를 멈췄다. 동네 주민들이 만든 작은 축제현장이다. "행정기관이나 어떤 단체로부터도 한 푼도 지원 받지 않고, 주민들 스스로가 이 축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올해 처음으로 여는 축제인 만큼, 준비에 고생이 많았다는 삼거마을 윤종기 이장과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새끼꼬기 거제 삼거동 주민들이 새끼 꼬기 작업을 하고 있다.

▲ 짚공예 벼를 수확한 짚으로 엮은 짚신과 짚축구공.

친환경 우렁이 농사에서 전통 벼 수확체험까지

- 어떻게 이런 축제를 열게 되었습니까?
"삼거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농사와 관련한 체험을 할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주민들과 상의하여 '가을추억 만들기'라는 작은 축제를 열게 되었습니다."

- 작은 축제라고 하지만, 예산도 들 테고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시나 관련기관에 찾아가 예산지원을 부탁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축제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스로 하다가, 정말 곤란하면 지원을 부탁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지와 적자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 축제에 몇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삼거마을은 전체 80여 농가입니다. 이중 노약자 농가를 제외하고 약 절반 정도가 참여합니다. 면적은 1만3200㎡의 논에 심은 벼 베기 체험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내년에는 봄에 시작되는 모내기부터 연중 체험행사를 할 계획입니다."

- 축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나락이 서 있는 논에서 벼를 벤 후 지게에 지고 와서 옛날식 탈곡기에 나락을 털게 됩니다. 다음으로 덕석에 말린 후 정미까지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즉석에서 도정 한 쌀을 일정량 드리고 있습니다."

- 이 밖에도 이 축제의 자랑거리가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삼거마을은 댐 상류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수질오염 예방을 위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어 건강에도 좋은 쌀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거마을에서 여는 가을추억 만들기 축제에 함께 하는 것이 곧 자랑거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허수아비 높고 푸른 가을 하늘 황금빛 들녘에 허수아비 기세등등하게 서 있다.

삼거마을에서 추진하는 '가을추억 만들기' 축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주요체험으로는 친환경 벼를 직접 수확하여 쌀을 가져 갈 수 있는 전통 벼 수확체험, 허수아비 만들기와 농기계 포토존 무료이용이 있다. 메뚜기 잡기, 지게·바지게 체험, 키질, 벼훝기, 벼말리기, 도정체험 등은 어릴 적 추억을 되돌려 놓기에 충분하다.

먹거리 체험으로는 무농약쌀 떡뫼치기, 우리 밀 표고버섯 국수, 장작불 고구마 구워먹기, 솥뚜껑 전부치기, 추억의 도시락, 전통식혜 맛보기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즐기기 체험으로는 새끼 꼬기, 새끼 줄다리기, 이엉 엮기, 용마름 엮기, 꼬마짚신 만들기, 짚공축구, 트랙터 경운기 마차타기, 표고버섯따기, 슬라이스 만들기, 천연염색 등도 있다.

▲ 우렁이알 거제 삼거마을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하천에는 우렁이가 알을 낳아 돌에 붙어 있고, 물속에는 다슬기가 살고 있다.

▲ 단결 황금빛 들녘에 선 허수아비가 단결을 외치고 있다. 삼거마을 주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이 작은 축제를 열고 있다고 한다.

▲ 무명시 거제 삼거마을 논에는 무명시가 천에 새겨져 있는데,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 체험 유치원생 아이들이 거제 삼거동 청사초롱 체험마을에서 옛날 탈곡기로 벼 수확을 하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신기롭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 가득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날 만큼이나, 깊은 가을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거제 삼거마을에서 만드는 '가을추억 만들기' 축제. 손주들과 할아버지·할머니가 딱 어울리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아이에게는 어릴 적 어른의 추억을 심어주고, 어른에게는 어릴 적 자신의 추억을 느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