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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종소리
김 정 화
불교대학 원우들과 함께 강원도 법흥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일주문을 내딛는 순간 맑은 공기는 옷깃을 스쳤고 산사의 풍경은 마음을 훔쳐갔다 매스컴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체험하는 템플스테이. 저녁예불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산사의 밤은 고즈넉하기만 했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산사의 별은 총총 눈부실 만큼 우리를 반기며 맞아 주었다. 밤 10시 취침. 왜 그리 잠이 오지 않던지.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의 기로에 선채 어느덧 꿈나라로 가고 얼마 후 새벽3시 예불을 알리는 산사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땡~땡~
그 소리가 얼마나 청아하였던지 모른다 우린 벌떡 일어나 씻고 법당으로 가서 예불을 마치고 참선 20분을 한 뒤 한번 절하고 염주 알 하나 끼우고 한 알 한 알의 정성과 기도를 모아 그렇게 해서 108번 절을 하고 직접 염주를 만들었고 흐뭇함에 좋아서 여기저기 찰칵찰칵 스마트폰에 담는 그 모습을 서로 보면서 우린 또 얼마나 기쁘고 흐뭇했던지 모른다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우린 잠시 휴식을 하고 아침 공양을 하면서 쌀 한 톨의 귀중함을 느끼며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 매미소리, 계곡의 물소리 하모니가 되고 친구가 되었다. 묘음화 강사님께서 아무것도 생각지 말고 명상을 하라고 했지만 눈을 감는 순간 지나간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며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를 좀 잘할 걸, 온갖 잡다한 일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 냉장고 같은 시원함이 몸을 감싸 안았다. 그건 아마도 좋지 못한 과거의 일들을 멀리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또 신발을 벗고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비틀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으면서 나만의 사색에 도취되며 이 땅위를 지탱해주는 나의 발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부처님 같이 인자하신 삼보주지스님의 법회를 들었다. 법정스님은 “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탐 진치를 스님은 말씀하셨다. 욕심은 버려야 채워 진다고 했다. 욕심을 채우면 만족을 얻는 게 아니라 불안과 초조, 두려움, 무거움을 얻을 뿐이라고.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한 가지 용서하면 신은 나의 잘못을 두 가지 용서한다고 하셨다. 산다는 것이 가슴에 촛불을 하나 켜는 일이라면 반드시 용서의 촛불을 켜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이런저런 대화 속에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얘기 꽃을 피우고 이쁜 선물도 받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스님 방을 나왔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없이 비워 버리듯이 우리의 욕심도 과하면 화가 된다고 했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힘든 것이 탐 진치 인 것을. 깨달게 되었다. 어려움도 여유 있게, 넓은 마음으로 욕심을 비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작은 소망 주머니를 만들었다. 가슴 설레면서 나의 소망을 옆 사람이 볼까봐 서로 손을 가렸다.
한 가지 꿈을 적어서 소망주머니에 넣는 순간 왠지 격한 감동이 일었다. 프랑스 작가 앙드로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고 하였다. 그건 아마 산사의 종소리처럼 메아리가 되어 다시 나의 마음에 경적을 울리며 참다운 삶을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혼신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이 소리를 생각하면서 어려운 난관에 부딪쳐도 시련을 극복하면서 참다운 삶을 살아가야겠다.
그리운 어머니
산골 마을에서 늦둥이로 태어났다. 나는 가족들의 사랑을 한아름 안고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품고 언제나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한바퀴를 도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는 내가 5살 되던 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난 아버지 얼굴은 잘 모르지만 손을 잡고 사탕을 주시던 정겨운 아버지의 기억은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그런 아버지는 몇 년전 함박눈이 수북이 쌓인 산기슭에서 “내가 네 아버지다”고 내게 일러주시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건 아마도 어린 막내를 두고 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절규였던 것 같다. 꿈을 깨고 얼마나 아버지가 그리운지 펑펑 울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그리움으로 자리를 메웠다.
어머니는 몸에 좋다는 약은 다해서 아버지께 드렸지만 그 정성을 모르시는 아버지는 3남4녀 우리들을 남겨두고 홀연히 먼길을 떠나셨다. 어머니는 식당을 경영하시면서 우릴 키우셨다. 내 어머니는 사막의 모래 능선을 걸어가는 낙타와 같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기도 하고 무겁다 말 못하고 하염없이 걷는 낙타다.
그 낙타를 생각하면 가슴에서 터질 듯이 밀려오는 전율로 인하여 눈물이 핑돈다. 손에는 힘든 세월을 말해주듯 알알이 굳은살이 박혀 차마 만지지 못할만큼 뻣뻣하였다. 모진 세파에 시달리시면서도 힘들다고 한 번도 말씀 못하신 나의 어머니. 언제나 가정교육을 가르치신 자상하신 어머니.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라고 귀가 따가울만큼 매번 일러주시며 자식 걱정하시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지병으로 내가 36살 되던 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나와 형제들은 어머니를 찾아 뵈었고, 나는 며칠을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그런 후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막내야, 며칠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겠니?”라고 물어봄에도 불구하고 며칠 지나고 다시 온다는 말을 남긴 채 나는 병원문을 나왔다. 그런 후 어머니는 큰오빠 집으로 퇴원을 하셨고, 얼마되지 않아서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숨이 끊길 것 같은데 눈을 감지 못하신다고, 빨리 오라고 연락이 왔다. 멀리서 차를 타고 가는 그 길이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두 눈에서는 물줄기가 흐르고 코는 헐어서 휴지로 닦지 못할만큼 부어 있었다.
어머니는 눈을 감지 못하여 결국은 눈을 감겨 드렸다고 했다. 내가 도착하였을 때는 어머니는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신 후였다. 며칠만 더 있다가 가라고 하신 어머니의 그 말씀이 귓전을 파고 들어서 나는 대성통곡을 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어머니 곁을 지켜드리지 못했던가 한탄한다. 어머니는 나를 용서하실까! 부모는 자식이 뉘우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식을 용서한다고 하였다.
막내를 보지 못하고 눈도 감지 못한 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살아 생전 지병으로 앓고 계신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다 본인은 정녕 행복도 모른 채, 저 세상으로 가신 가엾은 나의 어머니.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다 부모님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지만 자식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불러도 불러도 가슴시린 내 어머니. 나도 자식을 놓고 살면서 이제야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세월을 한탄하며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귀한 사랑을 되짚어 보며 이 밤 솟구치는 눈물을 세숫대야에 담아본다. 말없이 초승달을 보면 왠지 엄마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비추어 질 것만 같다. 세월의 흔적을 뒤로한 채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물밀 듯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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