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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미]'고양이 키스'계룡수필문학회원/광고기획 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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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0  15: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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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키스
                                                                                            권 경 미

 
  –‒사람이 고양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깜빡거리면 고양이 역시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깜빡거립니다. 그게 바로 ‘고양이 키스’, 고양이가 사람에게 말하는 언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나를 주시하는 눈빛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아마도 녀석은 나보다 내가 들고 있는 장바구니에 더 관심이 많은 눈치다.
  “냐아-”
 가늘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주차장 한켠 쓰레기 집하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봉지를 뒤적인다. 밑바닥에서 슬라이스 햄을 꺼냈다. 샌드위치에 넣어 먹을 요량으로 구입했지만 망설임 없이 뜯었다. 지금 배고픈 건 내가 아니고, 나보다 햄 조각이 더 필요한 것도 그 녀석일 터. 멀찍이 던져 주었는데도 선뜻 달려오지 않고 경계한다. 고된 길에서의 생활이 만들어 준 습관이리라. 녀석은 어린 나이에도 치밀하고 조심스럽다. 

 녀석이 맛있게 먹는 것이 보고 싶어 일부러 돌아앉아 봉지를 뒤적이는 척했다. 슬금슬금 내 행동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햄 쪽으로 다가온 녀석은 냅다 물고 쓰레기통 밑으로 숨어든다. 가릉거리며 씹는 둥 마는 둥 먹어 치우고는 혀로 코와 볼을 몇 번이나 핥아대며 다시 “냐아-”한다. 가만히 보니 쓰레기통 밑에는 녀석 말고도 대여섯 마리가 더 있었다.
  “친구들이 많구나. 사이좋게 나눠 먹어.” 
 
햄을 손으로 잘게 찢어 뿌려 주었다. 빌어먹는 처지에도 서열은 확실한지 어리고 작은 놈은 앞에 떨어진 햄 조각을 보고도 눈치를 보며 입을 대지 못한다. 탕! 탕! 탕! 요란스럽게 음식 쓰레기 터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마뜩찮은 표정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서 있다. 아까부터 내 행동을 지켜보았나 보다. 
 
“자꾸 뭘 주니까 이젠 사람 무서워하덜 않는구만. 어찌나 극성스럽게 울어대는지    밤엔 잠도 못 잘 정도야. 저 눔에 몹쓸 종자들 같으니라구.” 연극배우처럼 대사를 치고는 과장된 몸짓으로 발을 쾅! 구르자 우르르 어둠 속으로 달아난다. 
 
다음날 출근길에서 또 녀석을 보았다. 높은 아파트 담장 위에서 유연하게 게걸음 치는 꼴이 딱 그 녀석이다. 새카만 몸에 이마와 네 발이 하얗다. 멀리서 보면 흰 부츠를 신은 것 같다. 길냥이 치고는 제법 고급스럽고 품위가 있는 얼굴이다. 어젯밤 아주머니의 원색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처연하다. 훔친 적도 없는데 싸잡아서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게 억울할 법도 한데 변명이 없다. 
 
그들은 우리의 것을 흘깃거리며 엿보는 도둑이 아니라 우리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더미 속에서 먹을 것을 찾는 가난한 난민들이다. 버린 것을 뒤지는 게 도둑은 아니잖은가? 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는 쥐나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쓰레기 속에서 먹이를 찾는 법을 알려 줘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버린 쓰레기마저도 뒤지는 게 싫다고 미워하지만 말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어떨까 싶다.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지르고 손사래를 치며 우리의 영역에서 사라지라고 하기 전에 말이다. 
 
도로에는 간밤에 로드킬 된 노란색 고양이가 누워 있다. 어젯밤 그 무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창문을 열자 싸늘한 초가을 공기가 차 안으로 훅 끼쳐온다. 곧 겨울이 오겠지. 그들에겐 힘든 계절일 테고. 오늘 녀석을 본다면 먼저 ‘안녕’하고 눈을 깜빡여 보아야겠다.

권경미 약력 
경북 청송에서 출생
산업디자인 전공
현 광고기획 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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