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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김종복]'행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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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1  14: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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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목
                                                                                            김 종 복

   
 
집에 있는 행운목은 새댁 때 시장 장터 바닥에 놓고 파는 상인에게서 샀다. 깡통에 물을 담아 키우기 시작한 지 삼십여 년이 된 나무다. 처음엔 나무토막 옆에 달린 새순이 너무 귀여워 아침저녁 바라보며 물을 갈아 주곤 했다. 점점 커지더니 나무토막보다 잎사귀가 더 풍성하게 푸름을 자랑한다. 플라스틱 분 하나를 구입하여 흙을 넣고 심어 주었다. 이젠 제 집도 마련했으니 보기에도 당당해 보인다.

얼마 후에 보니 줄기에 또 다른 순 하나가 나온다. 양쪽에서 누가 먼저 클까 시합이라도 하듯 주인에게 잘 보이려 안달하는 것 같다. 그러기를 몇 해, 아이들이 장성하여 중, 고,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었다.

우리 집엔 행운목 말고도 아끼는 화초가  몇 개 더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사철 꽃을 피워주는 꽃들과 무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는 나무들도 있다. 부부의 금슬이 좋으라고 가져온 사랑초, 풍성한 꽃을 한껏 뽐내는 군자란 동양란 양란, 가시로 무장하였지만 현실에 적극 적응하는 선인장, 봄의 현란함을 놓치지 않는 영산홍, 가정에 물질이 풍성하라고 아파트 입주할 때 선물 받은 돈나무까지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항상 마음이 가는 것은 우리 가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행운목이다. 이제는 내 감정을 그것과 나누기 위해 가끔은 사랑고백을 하기도 한다. 그 앞에 서면 고맙다 예쁘다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또 더러는 안쓰러움도 느낀다. 더 튼실하면 좋으련만 하며 물을 주곤 한다.

한번은 큰 아들이 군에서 휴가 나와 신기해 한마디 한다.

“엄마, 이 나무, 나 어릴 때부터 있던 그 나무지? 와! 여적 있네.”
“그래, 아마 네 나이하고 비슷할 거야."

시선이 나무를 향한다. 양쪽에 솟아났던 새 줄기의 잎이 시들어 간다. 보기 흉한 것은 제거해 준다. 몸체인 원줄기를 살펴보니 고목이 다 되었다. 새 줄기에 영양분을 다 내 주고 이제는 꺼칠한 껍질만이 붙어 있다. 원줄기에 버겁게 붙어 있는 마른 잎을 제거하며, 언제나 나게 있는 두 아들을 떠올린다. 더러는 멀리 있어도 언제나 내 가슴 속에 들어앉아 있는 녀석들.

문득 행운목이 대견스럽게 보인다. 큰아들이 제대한 후 결혼하여 제 가정을 이루고 떠난 방엔 덩그렇게 책상만이 빈 공간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 방에 들어서면 언제나 나의 가슴 속으로는 흥건히 고이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 그런 나의 뒷모습을 가만히 훔쳐보고 있었을 행운목. 부단히 노력했는데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은아들에게 ‘이루기 전에는 집에 돌아올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마라’며 매몰차게 아이를 다스리는 남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던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 행운목. 아마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있기에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음도 그는 넉넉히 알고 있었으리라.

도자기분으로 갈아 준다며 들고 나가다 잘못 쥐어 떨어뜨릴 때도 놀람 없이 의연하게 참아준 너. 그렇게 상처를 받았을 때도 엄살 한번 떨지 않고 환부가 다 낫도록 견뎌준 너. 오히려 나의 미안해하는 마음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아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한 척하던 너. 그와 같던 너를 나는 소유욕에만 빠져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너를 항시 구속하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목소리를 키우지 않았던가. 너를 다독이는 데에는 소홀하고 욕심에만 차 있던 내 모습이 아들 앞에 서 있을 때처럼 측은하게 느껴진다.

살아가면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데서 밀려오는 외로움, 소외감, 무관심 등을 가슴에 끌어안고 처절히 흐느꼈던 나와는 달리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는 행운목.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이 버티고 서 있는 네 모습이 오늘은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

나도 언젠가는 행운목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 인정받는 자리에 있어야겠다. 언제나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나무처럼 나도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나의 자리를 겸허히 가지고 지키는 존재가 되어야겠다.

오랜만에 베란다로 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 식구와 함께 한 화초들이 나를 맞는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려 분위기가 한껏 그럴싸하다. 누군가 청승맞다 할지 모르나 촛불을 준비하고 찻잔을 들고 앉는다. 화초들이 말을 걸어온다.

*필자 약력
충남 천안 출생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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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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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숙 2013-12-12 17:46:40

    언니 너무 생생한 글을읽고 역시 종복언니구나 했어 조용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앉아서 글을쓴 언니♥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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