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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란]신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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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7  14: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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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하다

                                                                                                                           권예란

 

 

   
 
남편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벌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세 번이나 지나쳤다. 핸들을 잡은 손이 땀에 젖었다. 어떻게든 차선을 바꾸려고 애썼다. 하지만 옆 차선을 달리는 차들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조금만 더 가면 근처에서 가장 복잡한 오거리가 나온다. 내가 달리는 차선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자 손발은 손발대로 벌벌거린다. 끝가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남편이 야속했다 눈물이 앞선다.남편에 대한 원망, 이런 상황에서의 무서움과 막막함이 섞인 눈물은 맵기까지 하다.

그때 남편이 툭 한마디 던진다. `좌회전 신호` 일단 남편의 말대로 좌회전 신호를 넣고 나니, 옆에서 달리던 차들이 속도를 낮춰준다. 겨우 오거리를 돌아서 집으로 올 수 있었다.잔뜩 화가 나서 따지려는데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낸다. `신호를 보내야지, 네가 그쪽으로 간다고.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 네 생각을.`그러나 내가 주춤거리면 누군가는 내 맘을 알고 선뜻 차선을 내어줄 줄 알았다. 그렇게 기다렸다.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세 번이나 지나칠 동안.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운전할 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신호만 넣으면 사람들이 내 의도를 알아챈다. 때로는 일부러 내 의도를 알면서도 모르는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에게 내 생각을 알려줄 샘이다.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비상 깜박이는 자가 자신과 뒤 차량이나 주변 차량에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을 경우에는 감사의 표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운전할 때, 나도 그렇지만 주변차량의 운전자도 온통 기계적인 신호에만 신경을 쓴다.이런 일들은 일말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좀 전의 일이 생각난다. 옆 차선의 운전자들은 자기 차선을 묵묵히 달렸다. 남편은 당연히 내가 좌회전 신호를 보낼 거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일은 단지 내가 깜박이를 켜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좁은 승용차 안에서 여러 번 신호를 보냈다. 우선 차량의 속도를 늦췄다. 차가 앞으로 게속 달리지 않을 거라는 애기였다. 여러 번 옆 차선 쪽으로 차를 바짝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뒤 차량의 클랙슨 소리는 옆 차선으로 들어가려는 용기까지도 내몰았다. 바로 옆에 않은 남편은 내 마음을 그렇게 몰랐을까.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수없이 번갈아 쳐다보는 눈의 흔들림을. 그리고 핸들을 꼭 부여잡고 있는 떨리는 손을. 어쩌면 모른척한 것일지도 모른다.

십 년 만에 처음 운전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남편은 나에게 한 달 동안만 운전 연수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내 성격을 알기에 늘 걱정을 했다. 오늘 우려한 일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혼자 운전을 해야 하는 나에게 이런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신호등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길을 건너는 사람들도 보고, 운전자들도 본다. 다들 익숙한 습관처럼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굳이 운전을 잘하는 방법을 말하라면 신호를 잘 보는 것이다. 주변 차량이 보내는 신호에 온 정신을 쏟으면 안전하다. 그리고 나도 신속하게 원하는 바에 맞게 신호를 보내면 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신호를 입력하느라 정신이 없다.하지만 승용차 안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나도 어쩔 수 없이 신호를 한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약력

대전출생

2010년<수필과 비평>등단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충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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