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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행]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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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21  11: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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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이 미 행

   
 
처음 시작은 항상 두렵고 떨린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그 길을 가고 싶었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 했던 것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먼저 시작했던 선배들이 책을 내고 기념회를 한다고 한다. 그 책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나는 가서 허드렛일이라도 도울까 해서 동인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기념회는 박경리 기념관에서 있었다. 기념회를 마치고 박경리 기념관을 관람하고 묘소로 올라간다. 구두를 신고 온 터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살짝 물어 본다.여기서 얼마나 머냐고, 가깝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지만 벌써부터 힘들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다들 앞서가고 나는 자꾸 뒤 쳐졌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내 스스로를 독려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른다. 잘 만들어 놓은 나무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옆으로 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 길가에는 새색시 볼 같이 예쁜 분홍 동백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었다. 조금 더 가니 알알이 풍성하게 맺혀 있는 열매가 있었고 그 길 끝에는 하얀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기념관 관장의 설명처럼 박경리 선생의 인생길을 이 길에 담아 놓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앞서간 선배들이 기념관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모여 있었다. 여기가 묘소인가 했더니 오르막을 더 가야 한단다. 나는 내심 여기서 다른 이들이 갔다 올 때까지 기다리자 마음먹고 앉을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내 마음을 눈치 챈 것 것일까. 앞서가는 스승님이 큰소리로 외친다.
"정상에서 단체 촬영합니다. 힘내서 한명도 빠짐없이 올라갑시다." 직선으로 산을 오르면 힘들까봐 곡선으로 길을 내어 놓았지만 구두를 신은 발은 아프고 친하게 애기하며 갈 사람도 없기에 혼자 땅만 보고 걸었다.
산을 오르는 자체가 힘들어서 주위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겨우 허덕이며 늦게 도착해서 일행들의 뒤쪽에 서서 단체 묵념을 하고 뒤돌아섰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할 말을 잊었다. 한 회원의 시조창을 들으며 묘소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왜 힘들게 산을 오를까 생각 했는데 이것 때문인가 보다. 굽이굽이 산의 능선을 지나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밑에서 보는 것하고는 사뭇 달랐다.
올라갔던 길이라 내려올 때는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굽이 높은 신발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힘들었다. 앞서가는 선배들을 놓치면 나는 그냥 주저 않을 것 같아서 너무 뒤처지지 않게 총총걸음으로 따라가고 있다.
문득 지나온 삶의 길이 되돌아 보인다. 어릴 적에도 꿈을 쫒아 부지런히 왔었다. 산은 밑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이 다르듯 어떤 꿈이든 깊이 들어갈수록 그 의미가 다르다. 그르나 그 다른 의미가 하나로 합일되는 날은 분명 오리라 믿는다. 이 길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때론 내 자신이 두려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앞서서 끌어주는 스승이 있고, 함께 할 선배들이 있으니, 가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좀 여유롭게 저 산을 오르지 않을까? 구두 속의 발이 조금은 익숙해 졌는지 내 의식에서 지워지고 있다.

약력
경남 거제 출생
계룡 수필 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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