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씨가 거제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습니다)

 거제 가조연륙교 진수선박과 충돌 논란을 지켜보며
- 언론공방이나 감정대립보다는 과학적 접근으로 해법 찾아야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

지난 19일 경남 거제시에 입지하고 있는 한 중소조선소가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소 앞바다에 놓이는 연륙교량으로 인해 선박진수가 어렵게 됐다며 설계단계에서 사전협의 절차를 누락한 거제시에 대해 시설 이전 등에 필요한 51억원의 보상요구와 함께 여의치 않을 경우 공사중지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녹봉조선에 따르면 거제시가 사등면 성포리와 가조도(창호리)를 잇는 길이 680m 너비 13m 총공사비 495억원의 가조연륙교를 설계하면서 사전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착공하는 바람에 인근에 있는 조선소가 보유한 2개의 슬립웨이방식(slipway, 육상에서 건조된 선박을 레일을 사용하여 바다로 밀어내려 진수하는 방법)의 선대시설 가운데 제1선대에서 진수하는 선박에 필요한 최소 500∼600 m 이상의 여유공간이 약 300m로 줄어들게 되어 3번과 4번 교각과 교량 상판구조물이 선박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제시가 이달 말까지 충돌위험이 제기된 선대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로부터 발주된 6천톤급 화학제품 운반선 총 6척 6300만 달러의 건조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계약파기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제시는 교량건립장소에서 근접한 녹봉조선소측과 사전협의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아냐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견 수긍하면서도 '녹봉조선의 설비가 낡아 자연낙하가 아닌 예인선에 의한 슬립웨이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자연낙하방법을 사용하는 다른 조선소에 비해 활주 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인데도 책임을 시에 떠넘기고 있다'며 보상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녹봉조선소에 의해 이러한 논란이 제기된 지난해 10월 이후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복성 행정단속 의혹이 제기되기도하고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상대를 자극하는 소식들만 들려오고 있어 조선경기 활황으로 유례없는 호황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경제에 악재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물론 2001년 12월 연육교 공사 착공 이후 10개월이 지나서야 이의 제기를 한 조선소 측의 늦장대응을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업착수전 문제가 예상되는 항목에 대해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절차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할 의무가 있는 행정기관의 무성의가 이번 논란의 직접적인 발단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규명과 합리적인 대안 마련은 뒷전으로 미루고 감정대결의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신뢰를 우선으로하는 행정기관인 거제시청이나 유망한 지역기업인 녹봉조선은 물론 이를 바라 보아야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문제인식에 대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논란이 계속될 경우 사안의 구체적 손실여부에 대한 입증이나 만약 손실이 있을 경우의 책임에 대해 법정공방을 통해 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간의 신뢰를 해치지않고 기업의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싸움이나 법정공방보다는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잣대를 찾기 위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회반경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선박이 진로를 바꾸는데 소요되는 길이는 조류나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선박길이의 2~3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선박 진수에 사용되는 공법 중 하나인 슬립웨이방식에서 필요한 해상여유공간(여유거리)을 구할 때 선회반경이론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녹봉조선의 실적선 자료를 보면 그 동안 건조한 선박 가운데 가장 길이가 긴 것은 113m로 육상레일 길이 100m보다 약 10% 정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슬립웨이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통영소재 신아조선의 경우 168 m의 육상레일에서 건조하고 있는 최대 선박길이는 176m로 육상레일길이에 비해 5% 정도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113m는 녹봉조선이 현재시설 기준으로 건조할 수 있는 최대선박길이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최대선박길이를 113 m로 했을 때 선회반경이론을 적용 일반적인 슬립웨이방식으로 선박을 진수할 경우 확보해야하는 해양여유공간은 '최소 226m+α(조류, 풍속, 선폭, 여유거리 등 기타 고려사항)'에서 '최대339m+α'로 계산된다.

안타깝게도 녹봉조선의 경우 설계도서를 볼 수 없어 자세한 사실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슬립웨이방식의 진수시설의 경우 <육상레일 : 해저레일 : 해양여유공간>의 비가 1 : 2 : 3을 설계개념으로 채택(만약 육상선대의 확장공사가 있었다면 이전의 육상레일을 기준으로 1 : 3 : 3 또는 1 : 3 : 5의 비율)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러한 가정이 맞다면 현재 육상레일 길이가 100 m인 녹봉조선에서는 200 m의 해저레일과 300 m의 해양여유공간이 필요하게 된다는 추정도 가능하게 된다.

현재 설계된 연륙교의 교각으로부터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335m의 해양여유공간은 위의 단순계산식으로 산출된 값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선박의 진수자체가 불가능한 정도로 심각한 경우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길이 113 m 높이 34∼37m의 선박이나 680 m × 너비 13 m × 교각높이 30 m인 연륙교량이 예견하지 못한 돌발사항으로 인한 충돌사고로 손상을 입는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만약 현재의 조건이 계산상 안전치에 포함된다하더라도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이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기관의 몫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거제시와 녹봉조선의 계속된 공방이나 언론의 집중된 관심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이러한 이론 및 단순계산값들은 수리모형실험이나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렵지않게 객관적 증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예상에 따라 검토한 결과들이 객관적으로 안전을 증명한다고 해도 현재의 녹봉조선의 시설과 현지 자연조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현장조사 및 검토가 따라야한다는 사실은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절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거제시가 공법의 변경이나 시설의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검증절차와 소요비용을 부담하며, 시설이전이 필요하다면 법률에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손해가 예상되는 시설물과 영업이익에 대해 보상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 또한 현재 시점에서 해야할 당연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고자 한다.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논란의 당사자인 기업이나 행정기관 중 어느 한 쪽의 입장을 강조하거나 대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서로가 공감하는 선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졌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이 글은 확정된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를 소개드리는 것이므로 이 글에서 다루어진 문제접근 방식이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반론이나 토론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