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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김형석]고예독왕, 그리고 ‘팔 길이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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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13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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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 종로문화재단 문화예술본부장
탐미주의자 사내의 스마트폰에 ‘소유하지 않고 사랑하기’ 명화 리스트의 화가 남정. 지난 2월 25일은 한국화 1세대 남정(藍丁) 박노수(朴魯壽) 화백의 1주기 기일이었다. 미술 교과서에 실린 남정의 작은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던 소년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에서 고인의 유작으로 ‘수변 산책’ 전시회를 준비하고 개막하니 감개무량했다.
   
▲ 남정 작고 1주기 기념전 '수변산책' 전시회 오픈 때, 남정 선생의 화필인생 반려자 장신애 여사의 '감사말씀'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여운이 남는 작품세계로 한국 화단의 거장인 남정이 평생 천착해온 화업 전부와 수집해온 고미술, 골동품, 고가구, 수석 등 소장품 1,000여 점을 서울 종로구청에 기증했다. 종로구는 이 기증품으로 옥인동에 위치한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이며 남정이 40년간 거주해온 근대문화유산 ‘박노수 가옥’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작년에 개관했었다.

‘북화적인 큰 스케일과 남화적인 정신세계 등이 잘 어울려서 격조 높은 새로운 한국화를 만들어 냈다’라는 미술평론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현대적인 색채와 여백의 미는 남정 박노수 화백의 고예독왕(孤詣獨往)의 결과물이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선생이 박노수 화백에게 화두처럼 던진 “외롭게 가고 홀로 가는 작가의 길은 험하고 고독하기 그지없다.”라는 뜻의 고예독왕을 등불 삼아 예술가의 삶을 사셨다고 한다.

   
▲ '기다림'이란 테마로 박노수 화백 그림 등으로 문화강좌에서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를 강의했던 필자
이종상, 이철주, 김병종, 이영찬, 이순종, 김성희, 오용길, 강희덕, 차동화 등 남정의 제자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후배,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종로구민, 미술을 사랑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종로문화재단 주최로 1주기에 맞추어 연 기념전 개막식. 축사, 기념사 등을 듣다 남정 선생 유족 대표 장신애 여사의 ‘감사말씀’이 애잔했다. 고인을 반추하며 울먹이는 모습에 박노수 화백의 제자들인 기라성 같은 한국미술계의 원로화가, 대학교수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았다. 

남정은 전통적인 화제를 취하면서도 간결한 운필과 강렬한 색감, 대담한 터치 등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하여 전통 속에서 현대적 미감을 구현해 낸 작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프랑스풍 근대건축물인 박노수미술관 안에서 심미안은 감동하고 전율하며 다짐했다.

   
▲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에서 남정 작품 '수변(水邊)' 앞에선 필자(박노수/화선지에 수묵담채. 1992년. 97X180cm)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John Pick)는 저서 ‘예술행정론’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역설했다. 팔길이 원칙은 영국에서 1945년 예술평의회를 창설할 때, 예술을 정치와 관료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서 이 원칙을 채택하였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적 후원자로서 예술기관, 문화단체, 예술인 등에 지원하면서도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문화예술은 창조성의 발현이므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예술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기구는 독립적 별도의 전문가들이 담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치적 기준과 가치가 아닌 문화적, 예술적, 인본적 가치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사람의 일이라 실제 적용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훼손되는 예도 있어 팔길이 원칙이 ‘손뼘길이 원칙(Pam’s Length)’으로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 종로문화재단 주최의 서정적인 남정 그림 속으로 쪽빛 산책. 그리고 봄의 정취 가득한 정원탐방은 8월 17일까지!
창조산업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문화행정가, 예술경영가를 문화예술을 ‘지키는 사람’의 의미로 키퍼(Keeper)로 쓴다. ‘문화융성’이란 말이 난무하는 시대의 역설적 의미는 아직 대한민국이 문화선진국이 아니라는 현실이 씁쓸하다.

불멸의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는 문화적 생태계 조성과 창조적인 예술가의 삶과 작품들을 더욱 빛내주고 지켜주는 문화행정, 예술경영의 길은 고예독왕의 진정한 동반자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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